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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파편들을 모아서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나만의 모양으로

by 써기 Feb 17. 2025

"방탄유리랑 얇은 크리스탈은 다루는 방법부터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돌멩이가 부서뜨린 크리스탈의 너는 그만큼 더 아름답고 빛났던 걸로. 반짝이는 파편들을 모아 녹이고 더 근사한 조각을 만들어보자. 이번엔 안에서부터 단단하고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특별한 모양으로. 늘 너를 응원해"


누군가가 나에게 건넨 응원의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를 받은 나는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호기롭게 퇴사를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단 결심으로 목표 하나만을 생각하며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길었던 설 연휴에도 고향으로 가지 않고, 매일 스터디카페로 출석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스터디카페로 두 번째 출근을 했다.


잠이라도 잘 잤으면 다행이었으려나. 원래도 수면의 질이 좋은 편이 아니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피로는 점점 누적되었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 오후, 문제를 풀기 위해 책을 펼쳤는데 몇 분 동안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함께 내 멘탈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펜이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았기에 일찍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힘들다는 핑계로 스스로와 짧은 타협을 마친 뒤 내가 향한 곳은 편의점이었다. 그리고 그 타협의 결과물로 나는 마법의 묘약이 담겨 있는 초록 빛깔을 띄는 병 2개를 사버리고 말았다.


한 잔.. 두 잔.. 술술 넘어갈 때마다 그간 숨기고 있었던 감정의 도화선을 들춰내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그곳에 불을 질러버렸다. 답답했던 마음을 풀어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뭐였을까. 마법의 묘약의 힘을 빌린 나는 이때다 싶은 마음에 노트북을 열어젖히고 SNS에 무언가를 적어 내렸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선택이 진짜 나를 위한 길이 맞을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맞는 걸까?

나는 왜 아직도 행복하지 않은 걸까?


나에게로 향하는 의문 가득한 질문들과 함께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지독하게 힘들었던 2024년을 뒤로하고, 새로 맞이한 2025년은 반드시 나의 해로 만들겠다는 자신감 가득했던 내가 작은 돌멩이와도 같았던 그 질문들 몇 개로 인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하소연과 다름없었던 그 글에 평소 가끔 안부를 묻곤 하는 어떤 분의 댓글이 달렸다. 그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약했던 나를 정신 차리게 만드는 말이 되기도 했다.


누구나 꿈 앞에서는 깨지지 않는 방탄유리가 되고 싶어 한다. "이거 방탄유리야 이 개xx야!"라는 대사와 함께 설령 심하게 넘어지더라도 깨지지 않을 굳건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나아가고 싶겠지만 새로운 꿈 앞에 넘어지면 누구라도 그 마음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마련이다.


그 넘어짐으로 인해 부서질 수밖에 없다면, 어차피 방탄유리가 될 수 없는 거라면 쉽게 깨질지언정 반짝이는 크리스탈이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 앞에서 찬란하게 반짝이고, 값어치도 훨씬 있는 크리스탈이 되는 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스스로를 조각해 가며 더 멋진 모습의 나를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어쩌다가 또다시 깨져버린다면? 그러면 그때도 비슷하게 찌질거리고 난 뒤에 다시금 그 파편들을 모아서 더 단단하고 멋진 모습의 나를 다듬어 나가면 그만이다.


쳇바퀴 굴러가듯 숨 막히는 지금의 일상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는 내가 다시금 반짝일 수 있는 것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장애물에 또다시 걸려서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다시금 그 파편들을 모아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나가기를...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나만의 모양을 만들어 나가기를...


그렇게 반짝이는 파편들을 모아 다시 한번 일어서본다.

반짝이는 크리스탈이 되어라는 누군가의 메시지반짝이는 크리스탈이 되어라는 누군가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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