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이 먼저일까, 중요한 일이 먼저일까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사원들에게 물어보면 의외로 답을 빨리하지 못한다. 더러 ‘중요하고 긴급한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맞는 답변이지만 선택 의문문으로 물어볼 때는 고민해서 둘 중 하나를 골라 답하는 것이 적정하다. 책으로 학습한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머리로 말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과장 계층까지는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사람이 드물다. 특히 사원 대리 계층이라면 그런 양상이 더더욱 두드러진다.
나도 주니어 때는 급한 일을 먼저 했다. 머리로는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급한 일을 먼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할 일 목록(To-do list)을 지워가는 데서 재미를 찾기도 했다. 현재 팀장을 맡고 있는 지금은 실리적으로 중요한 일을 먼저 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게리 켈러의 <원씽>이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책에서는 긴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하는 데 실패한다. 중요한 일은 오래 남지만, 긴급한 일들은 당장 처리해야 할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중요한 일을 우선시할 때 우리는 더 깊은 성취를 경험할 수 있다.”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며칠 전, 과장 A와 면담을 했다. 일정에 끌려가는 양상이 여러 차례 포착되었다. 기한 내에 촉박하게 보고하거나 아예 기한을 넘겨 보고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요즘 기한을 넘겨서 보고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요?”
“업무 가짓수가 많다 보니 시간 관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업무 난도는 어때요?”
“난도 높은 업무도 있지만 대체로 무난히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요. 루틴 업무도 많고요.
“시간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을 본인은 어떤 시그널에서 알아차리세요?”
“한 가지의 업무도 완결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업무들을 계속 챙겨야 하니 중요한 업무에 대해 기한을 넘겨 보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요. 저 스스로 우선순위를 때때로 바꾸는 것도 문제 같아요.”
“우선순위는 어떻게 잡고 있나요?”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이어서 질문을 조금 틀었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세요? 아니면 급한 일을 먼저 하나요? 둘 중 하나만 말해볼래요?”
과장 A는 잠깐 고민하더니 답했다.
“급한 일부터 하고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급한 일을 먼저 했어요. 책에서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라’고 강조해도 왠지 저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취합하는 사람의 자료 독촉이 저는 싫더라고요. 그러다 일이 밀리고 보고기한을 넘기고 일을 쳐내는 데 급급하게 되니 더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기한 내에 보고하게 되고 업무 완급 조절도 가능해졌어요.”
나의 예전 경험담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는지 과장 A도 술술 속내를 털어놓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확보된 상태에서 ‘중요한 과업을 시작해야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급한 일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은 시작도 못해요. 시작하려고 하면 퇴근 시간이더라고요. 중요한 일 처리가 뒤로 밀리면, 마음 한편이 계속 불편하더라고요.
“맞아요. 중요한 것을 먼저 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으면, 결국 급한 일들에 끌려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팀장님, 질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시간 이내에 꼭 제출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그럴 때는 그 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A는 진심으로 궁금한 눈치였다.
“맞아요. 그런 상황이라면 그 일부터 해야죠. 그런데 그 요청을 언제 받았을까요? 1시간 전에 받은 것은 아닐 텐데요. 만약 직전에 요청받았다면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제출하면 됩니다.”
중요한 일부터 하지 않으면 업무 기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런데 팀장님,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겹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급한 일들의 상당수가 제출에 의의가 있는 때도 있어요. 제출 여부가 포인트라면 퀄리티를 낮춰서 빨리 제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절약한 시간을 중요한 일에 더 투입하는 거죠.”
과장 A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하 모멘트(A-ha Moment)였다.
“오늘부터 어떻게 해 볼래요?”
“제일 중요한 딱 한 가지는 반드시 마무리하고 퇴근하겠습니다.”
“원씽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 건가요?”
“팀장님이 저에게 지시하면서 중요하다고 언급하신 일, 일의 영향도가 팀을 넘어 본부 단위로 영향을 미치는 일, 다른 부서와 협업을 해야 하는 일 등입니다.”
“좋아요. 그럼 내가 도와줄 일이 있어요?”
“네 있습니다. 팀장님, 제가 하루에 1개씩 one thing을 말씀드릴게요. 우선순위를 제대로 잡았는지 당분간 점검해 주셨으면 합니다.
“네 알겠어요. 매일 아침 나에게 원씽을 말하고, 퇴근 전에 저에게 완료 여부 또는 중간 상황을 알려주세요”
2주 정도가 흘렀다. 과장 A는 매일 아침 나에게 원씽을 다짐했다. 점차 기한 내에 보고하는 횟수가 늘었고 중요한 일을 먼저하고 나니 타 부서로부터 독촉 전화도 덜 받았다. 당연히 과정 A의 표정도 밝아졌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 4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첫째,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긴급한 일에 쫓기다 보면 중요한 일이 방치되어 도리어 더 많은 긴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일상에서 중요한 일을 관리하면 급하게 처리할 일이 적어진다.
둘째,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긴급한 일에 쫓기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나면 우선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셋째, 장기목표 달성에 가까워진다. 목표가 정해지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목표를 바라보며 행동하게 된다. 중요한 일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다. 중요한 일은 개인이나 조직의 장기적인 성공과 성장을 좌우한다.
넷째, 회사에 필요한 성과를 창출한다. 긴급한 일을 처리하면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과는 중요한 일에서 나온다. 긴급한 일을 여러 건 잘 처리했을 때보다 남들이 못하는 중요한 일을 성과로 연동시켰을 때 높은 평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Key Message
1.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 꼭 기억해라.
2. 한 템포 쉬고 회고의 시간을 가져라. 회고해야 여유가 생긴다.
3. 습관 형성은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할 때 성과가 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