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브랜드로, 나를 브랜딩
세계적인 작가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Woody Allen)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이렇게 조언을 했다.
"내가 지켜보니까 작가가 꿈이라고 말하지만 첫 단계에서 실패하고 실제로는 희곡 한 편, 책 한 권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이에 비해, 일단 희곡이나 소설 한 편을 실제로 완성한 사람은 뒤이어 연극으로 상연하거나 책으로 출간하더군요."
곱씹어 생각해 본다. 꿈이 있고 열정이 있어도 포기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우디 앨런의 조언처럼 첫 단계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도대체 어떤 노력과 힘이 필요한 것일까?
모두에게 친숙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속담이 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삼일을 가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가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태종실록에 실린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에서 유래한다. 고려의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밖에 못 간다는 말로 고려 말 사회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이런 정책들이 시행과 폐지를 반복하면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이후 세종대왕도 "처음에는 부지런하지만 결국 게을러지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고질병이다.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속담은 빈말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알고 보니 열정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 3일 만에 그만두는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민족의 고질병 안에 나의 자책감을 살포시 끼어 넣으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3일을 넘긴다는 것은 왜 그렇게 험난하게 여겨지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유독 숫자 3에 관련된 속담이나 표현들이 많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할 사람 없다. 여기서 쓰인 3이라는 숫자는 대체적으로 많다는 의미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생 삼세판, 만세 삼창, 가위바위보를 세 번 꼭 해야 하는 습성은 많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숫자 1은 남자 陽(양)을 뜻하고 숫자 2는 여자 陰(음)을 뜻하며 이 둘이 결합하여 자녀를 낳는 것은 1과 2를 더한 숫자 3, 즉 생명의 탄생을 뜻하는 완전수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추론해 작심삼일(作心三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3일이라는 시간을 얼추 넘기면 민족의 고질병도 쉽사리 뛰어넘을 수 있고 새로움도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3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뛰어넘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다 <그릿>에서 읽은 내용이 떠올랐다. 그만두지 않는 힘, 즉 끈기, 불굴의 의지로 해석되는 그릿을 기르는 4가지 방법을 엘젤라 더크워스는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관심이다. 열정은 진정으로 끌리는 것을 즐기는 데서 시작하니까.
두 번째는 연습이다.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끈기가 필요하니까.
세 번째는 목적이다. 목적이 없는 관심은 유지하기 힘드니까.
네 번째는 희망이다. 위기가 올 때마다 희망이 있어야 넘을 수 있으니까.
우디 앨런의 조언대로 첫 번째에서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관심 가는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그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단련하고 연습하고 끈기를 가지고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은 드물다는 이야기다.
나 또한 그 첫 번째 단계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반복되는 후회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십 대에 이십 대에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난 버린 일들로 줄을 세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4일째 되는 날 좌절, 낙심, 실망, 후회, 허무함과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그것도 수 백번 하다 보니 죽을힘을 다해 3일 정도는 넘기게 되었고, 4일도 되고 열흘도 되면서 서서히 한 달, 1년이 되어가기도 했다.
작심삼일(作心三日)로 포기해 버렸던 날들에서 얻었던 감정들과는 차원이 다른 짜릿함이라 할까, 황홀함이라 할까, 새로운 감정들과 조우하면서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우선 깃발을 꽂는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나의 성향에 맞추어 엔젤라 더크워스가 제안한 그릿을 기르는 4가지 방법의 순서를 조금 다르게 변형했다. 그러고 나서 연습을 끊임없이 한다. 천재도 아니고 재능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지금은 겸손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세월을 겪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다음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촉을 세워 배우기를 지속한다. 어떤 분야든 공부하면 할수록 또 다른 호기심이 목마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변에 영향받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희망을 품고 놓지 않는다. 놓아 버리지만 않는다면 그 희망이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다시 따끈한 온기를 갖도록, 열정을 지속하도록 연료가 되어 준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은 인상적인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일본어를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쓸모 있는 일본어가 될 때까지 끝까지 배우는 사람은 적습니다. 결국 이 바닥에서 일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않으면 됩니다. 끝까지 계속하세요."
그 당시 선생님이 어학에 재능이 있어야 되고, 천재적인 소질과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딱 3일 만에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3일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버티는 것이 후천적인 소질이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 다니며 후회를 거듭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작심삼일(作心三日)의 벽을 넘어 통역 일도, 번역 일도, 강사 일을 하게 된 것은 나에게 있어 소중한 기적과 같은 경험이 되어 주었다.
이제는 새로운 도전이 두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작심삼일을 넘기면 지속할 수 있고 그만두지 않는다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법칙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 배운 것, 여행한 것, 느낀 것, 새로운 버킷 리스트에 대해서 글을 쓰며 책을 출판하며 미래 인생을 꾸려 나갈 것이다. 나를 브랜드로 나를 브랜딩 하면서.
운 좋게도 최근에 출판한 전자책도 이렇게 목표를 잡아 끈기롤 가지고 지속했더니 좋은 성과가 있었다. 슬슬 팔리고 새로운 독자와도 연결되면서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방법도 깨달아 가고 있다.
첫 번째 깃발을 꽂는다. 관심 분야에 목표를 설정해서.
두 번째 연습을 반복한다. 연습자체를 즐기면서.
세 번째 관심을 지속시킨다. 관심 자체로 끝나지 않도록 죽도록 열심히 배우면서.
네 번째 희망이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등대가 되어주니까.
나는 과연 재능이 있을까? 그건 차차 오랜 시간 끈질기게 버티고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단순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제는 든다. 지금은? 지속하는 것이다. 끈질기게 이어나가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연습만이 미래의 나를 브랜드로, 나를 브랜딩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기술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넘기며 그냥 묵묵히 가다 보면 귀한 기회도 귀한 사람도 어느 시점에, 어딘가에서 만나게 된다는 걸 믿으며 오늘도 꾸준함이라는 길 위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