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주일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시간. 연애프로그램 출연자가 사랑에 빠지는 기간.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물리적 시간이 나에게도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7일 남짓한 여행으로 풀어지기엔 내 마음이 너무 오랫동안 얽혀 있었나 보다. 나에겐 턱없이 부족했다. ‘고작’ 일주일이었다.
많은 것을 바라건 아니었다.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가 조금 다른 형태로 바뀌었으면. 매일 마주하는 인간들을 잠시라도 보지 않았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 자신이 조금은 나아갔으면. 나열하고 보니 ‘고작’ 일주일로는 어림없는 것들이다. 꿈도 참 야무졌다.
여행을 다녀왔지만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나는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생활로 다시 돌아왔다. 함께 부대끼는 사람들과 경멸하던 그들의 모습도 똑같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뀌길 바랐던 나 자신도 역시나 큰 변화는 없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데 거기엔 나도 포함이었다.
엄청난 터닝포인트도 없었다. 득도할만한 깨달음을 얻거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은인을 만나지도 못했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은연중에 바라고 있었나 보다.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뀔만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진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이 들었던 걸 보니.
대신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을 얻었다. 언젠가 다시 혼자서 떠날 수 있다는 용기. 영어 공부를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속으로는 외로워하고 있다는 깨달음. 당장은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고작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나중에도 ‘고작‘ 일까? 미미한 변화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전혀 다른 좌표를 제시할지 모를 일이다. 일단은 그때의 기억을 잘 보관해 두어야겠다. 어느 순간 이를 빌미로 엄청난 선택을 하게 될지 누가 알까. 그때가 오면 말할 수 있겠지. 그건 단순한 경험이 아니었다고. 고작 혼자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