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7주 차
독립한 지 10년 만에 돌연 캥거루족이 된 30대 자식입니다.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100% 동의하진 않지만 98% 정도 인정한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에는 제한시간이 있다. 예를 들면 대학진학, 취직, 결혼, 출산, 하나 더 꼽자면 독립?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낙오자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다면 30대 중반에 늦깎이 캥거루족이 된 나는,
세상의 기준에서 한 걸음 뒤쳐진 걸까?
캥밍아웃을 하고 ‘왜?’ 다음에 따라온 의문사는 ‘어떻게?’였다. 도대체 어떻게 부모님과 같이 살 수 있냐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내가 흉악범과 함께 사는 것처럼 놀라곤 했다. 나는 ‘어떻게’라고 묻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무슨 어떻게야… 그냥 사는 거지.
“난 절대 같이 못 살아”
한 번이라도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부모와 떨어진 자식에게는 자아보다 강력한 본인만의 생활양식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바싹 마른 시멘트처럼 단단하고 굳건하다. 그래서인지 절대 부서지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절대‘라는 것은 절대 없다.
예전에는 나도 그들처럼 생각했다. 나만의 의식주 해결법이 생겨난 이상, 부모와 함께 사는 건 무리라고.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의외로 할 만하다. 생각보다 불편하지도 않다. 이게 바로 가족이라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물론 부모님, 특히 엄마가 많이 배려한 덕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짜증을 내고 있지만)
얹혀사는 자식에게 투정은 사치다.
같이 사네, 못 사네 하는 걱정은 집주인만 할 수 있다.
고로, 염려는 내 몫이 아니다.
어떻게 엄마랑 같이 사냐고?
받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