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13. 창작에 대한 환상
도움 없이는 결코 해낼 수 없다
제가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편집자를 꿈꾸고 계신 분들을 위한 팁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제 막 영상업계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려고 하는 편집자 지망생이라면, 당장의 일거리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업계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을 찾아 그분들이 이미 연구해 놓은 것들을 배우고, 편집자로서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창작에 대한 환상
간혹 모방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지 않는다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창작'과 '상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창작이 뭘까요? 우리의 상상력과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만약 평생 단 한 번도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번도 외출을 한 적이 없고 신문이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가 만들어 낸 것들은 온전히 스스로 창조해 낸 완벽한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바다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바다를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온전히 상상만으로 바다를 그리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런 사람은 당연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방금 생각해 낸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저 멀리 우주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상상, 영감이란 우리가 어디서든 습득하고 경험한 이미지와 그 시대의 사상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입니다. 평소에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가 머릿속에서 뒤섞여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혼자 온갖 실험을 해보다가 우리가 샤워를 할 때, 운동을 할 때, 꿈을 꾸는 동안 불쑥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창작이란, 상상이란, 영감이란 이렇게 습득한 것들을 조합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이것을 얼마나 독특하고 신선하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창의적인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모방하게 될까 두렵다고요? 모방과 창작을 나누는 것은 창작자의 의도입니다. 의도적이지 않은 모방은 없습니다. 모방과 창작은 한 끗 차이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커서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절대 속일 수 없죠. 누군가의 것을 의도적으로 모방한 것은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본인만의 창의적인 조합으로 재탄생해낸 것은 특별한 작품이 됩니다.
기꺼이 사다리에 올라타야 한다
앞서간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만으로 위대한 발견을 해낸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짧디 짧은 인생에서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성과엔 한계가 있거든요. 먼저 출발한 사람들에 대한 연구 없이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직접적인 가르침을 통해, 책을 통해, 연구를 통해 우리가 가려는 길을 먼저 출발한 사람들의 성과를 발판 삼아 그것을 딛어야만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딛고 올라가 만들어놓은 발판을 또 우리의 다음 세대가 밟고 우리가 도달할 수 없었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지요.
혼자 벽을 타고 오르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사다리에 기꺼이 올라타세요. 허락을 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다리는 어떤 한 사람의 개인 아닌 온 세대가 함께 만들어 낸 것이고, 우리 모두가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다리를 이용해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이미 만들어진, 그리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모든 사다리가 가치 있게 쓰일 것을 기대하며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