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구>를 마치며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

by 현재

나는 소심하고 자존감 없는 아이였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늘 불행하다고 느꼈고, 언제나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했다. 어떤 것에서 열정을 느끼는 경우도 드물었고 앞으로의 삶에서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여겼다. 밝고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이 부러웠지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즐겁고 행복한 일상은 내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본 순간에도 아무 저항 없이 그저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수긍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기에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열 살도 안된 어린아이가 그런 태도를 가진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저 내 타고난 기질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암울한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가 되었고 영화관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자신감이 넘치는 스크린 속 배우들을 보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즐기는 것이 좋았다. 점점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찾아보며 다양한 삶을 전지적 시점으로 엿볼 수 있었고, 그전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웠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게 그 방법을 가르쳐 준 곳은 학교가 아닌 영화관이었다. 영화를 보며 자신을 돌보고, 자신에게 친절하고,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 있는지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들을 돌보게 됐고, 미워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던 이들을 용서하게 됐고, 다양한 관점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행운아라고 느꼈다.


영화로 한번, 그에 대한 글을 쓰며 두 번.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글로 풀어내며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흩어져 있던 생각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나니 세상이 더욱 명확히 보인다. 후에 책으로 출판되지 못한다고 해도 <영화가 세상을 구한다>를 만드는 것은 언젠간 꼭 해야 할 일이었고,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게 된 현재. 이 책을 보는 당신의 마음에도 그 사랑이 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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