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생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좋은 인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하고,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선'좋은 영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상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영상에는 영화, 다큐멘터리, 유튜브 등 목적과 플랫폼에 따라 수많은 종류가 있고, 그 분야마다 좋은 영상의 기준이 모두 달라요. 그중에서 제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는 광고이기 때문에 좋은 광고 영상에 대해 설명하려 합니다.
클라이언트 파악하기 : '나'를 잘 아는 것
'좋은 광고 영상'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클라이언트 파악하기' 예요. 각 브랜드가 지닌 저마다의 아이덴티티를 파악하고 이를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아이덴티티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브랜드의'타깃'입니다. 뷰티 브랜드를 예를 들자면, 10~20대의 어린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이니스프리(innisfree)나 에뛰드(ETUDE) 같은 브랜드들은 주로 가성비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해요. 저렴한 가격이나 프로모션, 어린 연령층에게 인기가 있는 아이돌 모델을 중심으로 광고 콘텐츠를 만들죠. 반면 20대 후반에서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샤넬 뷰티(Chanel Beauty), 에스케이투(SK-II) 같은 브랜드는 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우아함이 느껴지는 콘텐츠를 추구해요. 이런 브랜드들은 가성비를 중심으로 광고를 하거나 아이돌 모델을 내세우기보단, 좋은 성분과 안티에이징 효과를 어필하는 광고를 만듭니다.
이 연령대 안에서도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디테일한 타깃이 다른데요. 한 듯 안 한듯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화장을 선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힌스(Hince) 같은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남들과 다른 독특한 색감과 트렌디한 화장을 선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펜티 뷰티(Fenty Beauty) 같은 브랜드도 있습니다.
당연히 광고 영상의 타깃도 각 브랜드의 타깃과 같아야 하고, 그 타깃에 어필할 수 있는 영상이어야 해요. 타깃 연령층이 어리고 대중적인 브랜드의 광고 영상을 제작한다면 전체적인 영상 톤을 밝고 쨍하게 보정하고,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의 그래픽, 비트가 너무 느리지 않고 리드미컬한 배경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타깃이 30대 이상인 고가 브랜드라면 자연스럽고 중후한 느낌의 톤과 그래픽, 너무 가볍지 않은 음악을 사용해야겠죠.
이렇게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클라이언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좋은 인생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 역시 클라이언트, 즉 자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거예요.세상에는 80억 인구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인생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내 기준에 '좋은 인생'이 누군가에겐 좋지 않은 인생일 수도 있어요. 복잡한 도시에서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며 화려하게 사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적한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조용한 삶을 원하는 사람도 있듯이요. 어떤 인생이 내게 좋은 인생인지 찾기 위해선 나 자신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요.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죠. 우리 모두의 인생 과업이라고 할 만큼의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해요. 자신에게 맞는 좋은 인생이 어떤 모습인지를 찾아낸다면 이미 좋은 인생을 반이상 이룬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요. 그렇다면 이렇게 자신을 파악하는 과정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보는 눈' 기르기 : 롤모델 정하기
브랜드의 타깃에 대한 정보를 텍스트로 얻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타깃 연령층이 어리고 대중적인 브랜드의 광고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 영상 톤을 '밝고 쨍하게' 보정해야 한다는 것을 텍스트로 설명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밝은 톤'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밝기를 말하는 것인지, '쨍하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색감을 뜻하는 것인지 정확한 수치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촬영본마다 조명, 색감 등의 컨디션이 다르고, 이 밖에도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에 전적으로 편집 감독의 '감'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감'이라고 하면 굉장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처럼 들리지만, 그렇게 작업해 완성한 결과물에는 '객관적 표준'이란 것이 존재해요.
객관적 표준은 그 시대에 각 분야에서 통용되는 기준이에요. 모든 작품에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영상 톤과 분위기, 그래픽이 존재합니다. 이 표준은 마치 그 시대의 말투나 옷차림과도 비슷해요. 90년대에 사용했던 말투를 지금 들으면 낯설게 느껴지듯이, 대중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영상을 소화하게 하려면 대중들에게 익숙한 언어로 말하는 영상을 만들어야 해요. 객관적 표준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전달이 가장 용이한, 가장 효과적인 루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 남들과 다른 독특한 영상을 만들겠다'라는 게 목표라고 해도, 이 객관적 표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본인만의 독창성을 더하는 것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만약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상을 광고로 만든다면 사람들은 그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 이 '객관적 표준'은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요. 바로 '많이 보는 것'이죠. 다양한 브랜드의 SNS나 광고 영상을 보고 그들이 어떤 비주얼을 추구하는지, 어떤 분위기의 음악을 주로 사용하는지, 사용하는 폰트와 그래픽의 분위기는 주로 어떤지 눈과 귀로 익혀야 해요. 이렇게 '많이 보기'를 통해 다양한 영상 언어가 몸에 익게 되면 어떤 브랜드의 광고도 매끄럽게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게 좋은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많이 보기'가 중요해요. 다양한 것들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 보고,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지 탐색해 보는 거예요. 마치 까다로운 고객에게 제안을 하듯, 나 자신의 눈앞에 최대한 다양한 것들을 펼쳐놓아야 해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에도 다양한 나라,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골고루 접해봐야 하죠. 유행과 동떨어져 있는 작품들을 직접 찾아보는 게 쉽진 않겠지만, '멜론 차트'만 들어서는 나만의 음악 취향을 알 수 없을 거예요.
취향에 대한 단서를 충분히 찾았다면 그다음 단계는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찾는 겁니다. 내게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인생이 어떤 모습인지 찾는 과정이죠. 어떤 이에게는 '안정'이 우선순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그와 반대인 '모험적인 삶'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도 있어요.
책을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인생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꼭 단 한 명의 롤모델을 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그들의 인생 이야기에서 좋은 인생에 대한 힌트를 한 가지라도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렇게 '좋은 영상', '좋은 인생'은 각 브랜드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브랜드 타깃에 효과적인 좋은 영상이 무엇인지, 나만의 좋은 인생은 어떤 모습인지 파악했다면 이제 다음단계로 넘어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