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is More
모든 광고 영상에는 저마다의 '콘셉트'가 있어요.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에서 가장 어필하고 싶은 특징, 즉 광고의 목적이 곧 콘셉트입니다. 어떤 제품은 새로운 컬러나 독특한 외관을 어필하는 것이 광고의 목적일 수도 있고, 감자칩 과자의 경우엔 신제품의 남다른 바삭함을 강조하고 싶을 거예요. 자연유래 성분을 사용했다는 것을 어필하고자 하는 제품은 친환경이 콘셉트겠죠. 광고 영상 편집감독은 이 콘셉트를 러닝타임 내내 잃지 않도록 집중해야 해요. 그렇다면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방법은 뭘까요?
업계에선 보통 영상 편집자를 '영상 편집 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영상 편집에는 디자인 감각이 필수기 때문이죠. 특히 15~30초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임팩트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광고 업계에서는 이 디자인 감각이 다른 영상 분야에서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미니멀'입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보면 굉장히 심플해요. 디테일도 별로 없고, 복잡하지도 않죠. 결과물이 이렇게 간단하기 때문에 작업도 쉬울 것 같지만, 사실 복잡한 디자인보다 심플한 디자인이 훨씬 어렵습니다. 화려한 디자인은 대부분 단점을 가리기 위한 연막인 경우가 많아요. 반면 미니멀한 디자인은 가장 중요한 요소만 최소한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에 혹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버려요. 불필요한 요소를 모조리 제거하고 완벽하고 명확한 한 가지 메시지만을 남기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기도 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애플(Apple) 사의 로고 변천사는 미니멀 디자인의 좋은 예입니다. 1976년의 초기 애플 로고를 보면 사과나무 밑에서 책을 읽고 있는 뉴턴을 그린 그림에 프레임을 씌우고 그 위에 'Apple computer'라고 쓰인 깃발까지 둘러져 있어요. 애플 로고라는 것을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죠. 나무 위에 애플의 상징인 사과 하나가 달려 있지만, 다른 요소들이 시선을 분산시켜 쉽게 눈에 띄지 않아요. 애플은 이후 40년에 걸쳐 디테일, 컬러, 그래픽 효과를 모두 덜어내 지금의 로고를 완성시켰습니다. 사과임을 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요소를 과감히 없애버린 것이죠. 로고가 심플해지면서 활용 범위는 더 넓어졌고, 애플이 추구하는 미적 요소와도 완벽히 어우러지는 로고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광고 영상에서 콘셉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처럼 메인 요소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이 미니멀한 감각이 필수입니다.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은 욕구에서 벗어나 절제심을 길러야 해요. 음악을 고르거나 영상 효과를 더할 때에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좋은 음악이어도 이 콘셉트에서 벗어난다면 가차 없이 탈락시켜야 하고, 콘셉트와 맞지 않는 효과는 그게 아무리 멋있는 효과라고 해도 모두 걷어내야 합니다.
생활 방식에서도 이 미니멀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처럼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수를 극단적으로 줄일 필요까진 없겠지만,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예요.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명백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우선순위 없이 사용하다 보면, 정작 정말 중요한 것에 쓸 시간과 에너지는 남지 않게 되겠죠.
step 1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게 됐다면 이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예를 들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돈과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여유 자금을 관리하고 자기 계발에 매진해 직업적인 기술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겠죠.
광고 영상을 편집할 때 메인 콘셉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요소들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영상을 만들듯이, 우선순위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원하는 삶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