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들이 '낄낄' 대며 웃기 시작했다. "제네들 지금 무슨 생쇼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별의별 꼴을 내가 다 본다니깐." "애들이 공부하다 몰래 게임을 하면 아주 눈물 콧물 쏙 빠지게 혼꾸멍을 내줘야지. 감싸기는 왜 감싸. 하여간 문제집들이 하는 일이라니. 쯧쯧쯧."
"그나저나 너네 고전소설은 저 주인 여자가 대체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혹시 알아? 아주 궁금해 죽겠네." "그래그래. 고전소설 너네가 좀 말해 봐. 저 아줌마 바로 뒤에 있잖아. 제일 잘 보이는 자리 아니야?" "매일 앉아 도대체 뭘 그렇게 써 댄다는 거야?"
다른 책들의 성화에 고전소설이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좀 얘기하기 곤란하긴 해." 하면서 어물쩡 어물쩡 넘어가려 했다. "야, 고전 너 그러면 곤란해. 저번에 팔려 나갈 뻔한 거 겨우 구해 주었더니 은혜는 갚아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러자 고전소설이 쭈뼛쭈뼛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처음엔 읽기 힘들 정도였어. 나도 고개를 돌려 버렸으니깐." "그 정도로 못 썼어?" "처음엔 일주일에 한편씩 꾸역꾸역 쓰다가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더니 매일 같이 글을 올리더라고. 사실 나도 재미없었어. 안 읽다 읽으면 한 번씩 아주 잘 쓰는 글이 나오기도 했어. 그러다 브런치 작가도 되고.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글은 없는 모양이야." "야,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그래서 무슨 글을 쓴다는 거야?" "내가 알아" 그 말에 책들이 일제히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책꽂이 가장 끄트머리에 간신히 꽂혀 있는 '채권법'이었다.
"저번에 소송에 관련된 글을 쓴다며 나를 인터넷으로 사들인 후 집에 있는 법 관련 책을 몽땅 들고 나와 샅샅이 뒤져 가며 글을 썼었어. 그러면서 이렇게 얘기하던데? '내가 왜 이걸 쓴다고 해서' 하면서 막 후회하더라고. 브런치 북인가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잘 됐어?" "그 아줌마 말로는 한 명이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써야 한다나 하면서 쓰더니 정말 말이 씨가 됐는지 포털 검색에서 하루에 딱 한 명씩만 검색해서 읽히고 있다고 하던데?" "뭐? 아이고야."
"그리고 매니저 인가하는 글도 쓴다고 했어." "매니저? 오~ 근데 누구 매니저? 그 아줌마가 매니저 일도 해?" "응. 아니 자기네 애들 따라다니는 매니저라나 뭐라나. 법 보다 쉬울 것 같다며 룰루랄라 하더니 그렇지 않은 모양이더라고. 안 쓰는 것 보니깐." "쓰기로 했으면 써야지 아니 왜 안 써." "자기가 애들만 매일같이 실어 날랐지.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다나? 아예 컨셉을 다시 잡아 재수정할 모양이던데?" "수정 작업을? 수정 작업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닌데. 꽤 힘들 텐데." "혹시 그 작업할 때 불똥 또 우리한테 튀는 거 아니야? 글 안 써진다면서 이노무 책들 다 갖다 팔아 버리든지 해야지 하면서." "헉,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어떻게 하지. 우리가 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야, 우리가 무슨 수로 도와줘. 왜? 대필이라도 해주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좀 안 됐잖아."
"하긴 그건 그래. 저번에 보니깐. 오죽 쓸 게 없었으면 글쎄 방바닥을 다 보면서 글을 쓰더라니깐. 마룻바닥을 쓸고 닦아야 한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