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드디어 도착한 여신의 도시, 아테네

오랜 기다림 끝에 나는 아테네에 왔다

by 낮은 속삭임

인천 국제공항에서 저녁 6시에 출발한 비행기가 경유지인 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9시간의 비행 동안 기내식이 두 번 제공되었다. 에티하드 항공은 중동국적이지만 기내에서 술이 제공되며 식사도 괜찮은 편이다.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쯤 도착했다. 환승게이트로 가서 짐검사를 받고 환승구역으로 나왔다. 게이트 정보는 두 시간 반쯤 전에 뜨므로 밤 12시 50분까지는 대기. 그 시간이 너무나 졸린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게이트가 표시되었다. A7 게이트로 가니 많은 이들이 대기 중이다. 마지막 5시간가량의 비행이 남았는데, 이제 조금 걱정된다. 아침 일찍 아테네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뭐 그런 생각.

아부다비 시간으로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이제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옆자리 아주머니가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아마 6, 7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크레타 출신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분. 오랜만에 오스트레일리아 영어를 들었다. 그 독특한 발음과 함께. 피로는 여행자의 몸에 딱 달라붙었고 다섯 시간의 비행 기간 동안 정신없이 잠에 빠졌다. 비몽사몽간에 깨어 창밖 사진도 찍다 보니 어느새 아테네 공항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인천 공항에 비하면 겸손한 크기의 아테네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은 후 입국장으로 들어와 커피와 크라상을 먹고 오늘의 행로를 잡아본다. 일단은 시내로 나가서 뭔가를 해야 하니 공항버스 X95번을 탔다. 5.5유로의 이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신타그마 광장에 도착한다. 모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아테네.

이윽고 신타그마 광장에 도착하였고, 숙소에 빠른 체크인이나 짐 보관을 문의했는데, 짐 보관도 안 된다 하여 짐은 유료보관소에 맡겼다. 그러면 이제 아테네 관광을 시작해 볼까.

크게 고민하지 않고 굴란드라스 재단 미술관으로 향했다. 2019년에 개관한 이 미술관에는 인상주의 미술작품, 피카소, 레제, 잭슨 폴록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오랜 비행시간의 피로를 풀어줄 만큼 고요하고 시원했던 미술관이었다. 그리스에까지 와서 근현대 미술관이냐고 핀잔을 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나 국립고고학 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곳이지만 '굳이 이곳까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림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엘 그레코의 한 작품, 인상주의 미술작품들과 피카소, 레제, 세잔 등을 만나는, 미술관에서의 시간은 좋았다. 그리스 예술가 작품은 미술관 관람실의 나이 지긋한 직원이 설명해 주어서 나름대로 더 좋았다.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다시 신타그마 광장 쪽으로 걸어왔다. 국립정원을 가로지르는 그 길은 우리나라처럼 습하지는 않아서 그늘에 가면 조금은 괜찮기는 하지만 여전히 덥기는 덥다.

신타그마 광장 쪽으로 나와 구글 평점이 그래도 괜찮은 레스토랑 OVIO에서 부라타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와 그리스 맥주 두병. 역시 낮술은 좋다.

1시 이후 체크인을 할 수 있다는 숙소의 연락이 왔다. 이제 짐을 찾아서 체크인을 하고 잠깐 쉬었다가 야경 투어 나갈 준비를 하든지 해야겠다. 아까 연락한 때는 신청자가 나밖에 없어서 안된다 했는데 갑자기 4명 신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취소하지는 말고 기다리라 한다. 일단 저녁 투어는 그렇게 생각해 두고 숙소 체크인을 위해 짐을 찾았다. 신타그마역과 아크로폴리역은 한 정거장이라 그냥 걸어도 될 것 같았다(그러나 걷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 캐리어와 작은 배낭, 크로스백을 메고 숙소로 찾아가는 길. 아크로폴리스 주변은 치안도 좋은 편에 속하고 풍경도 좋다. 그러나 숙소를 찾다가 지나치게 멀리 가버려 헤매고 있는데 지나가던 그리스 여인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나서서 지도를 보여주었더니 너무 지나쳐왔다고. 다시 돌아가는데 너무 힘들고 더워서 작은 슈퍼마켓에서 큰 물 한병 사서 그 자리에서 마시고 난 뒤 숙소로 찾아갔다. 숙소는 야트막한 언덕에 있어서 짐 끌고 가기는 좀 힘든 곳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셀프 체크인으로 열쇠를 찾은 것까지는 좋았다. 대문 열고 들어오는 것도. 그런데 방문이 끝까지 안 열렸다. 열쇠를 넣고 돌리는데도 꿈쩍도 안 했다. 현지에서 통화를 위해 사람들은 왓츠앱을 쓰는데 나는 그것을 안 쓰는 터라 호스트와 일반로밍 통화. 문은 여전히 꿈쩍도 안 했고 결국은 호스트인지 도우미인지 아주머니 한분이 오셔서 열어주셨다. 열쇠를 두 번 돌리고 나서 아주 살짝 들어 올리듯 틀어 여는, 초짜들은 어려운 열쇠이용법이었다.

올라와서 보니 캐리어 바퀴 두 개가 빠져 있었다. 하나는 계단 참에서 떨어졌기에 주워왔는데 나머지 하나는 어디서 빠졌는지 몰랐다. 혹시나 하고 찾으러 내려갔는데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살짝 눌러서 끼우기만 하면 되었다. 에티하드 항공에서 수화물을 있는 대로 집어던져서 모서리 부분이 살짝 깨졌다. 슈퍼마켓이든지 어디든지 가서 덕트 테이프나 강력테이프로 수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 체크인했으니 정리를 좀 하고 해가 좀 기울면 동네 산책 겸으로 나갔다 와야겠다. 잡화도 좀 살 겸. 그리고 내일 떠나는 델피 투어 장소까지도 걸어가 봐야겠다.

아테네는 덥다. 습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여름 못지않게 더워서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나 이곳에 왔으니 이제는 일정대로 잘 지켜나갈 수 있길 바라야지.


드디어, 여신의 도시 아테네에 도착했다.

keyword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