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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 속삭임 3시간전

낯선, 그러나 또 익숙한 감정, 외로움

사실, 외롭다는 것을 그다지 느껴본 적이 없다

외롭다는 말은 낯설다. 내가 그다지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탓일까. 아, 오해는 마시라. 엄청나게 사랑받고 자란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그런 집안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가난하고 형제자매 많은 집에서 자랐기에 눈치껏 살아가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시절의 부모님들은 표현하는 애정법이 서투르시기도 했고, 생활이 팍팍하여 표현할 틈이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포시럽게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한다 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장하는 동안에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내 공간, 내 시간, 내 것이 적었던,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던 탓인지 오히려 혼자만의 공간과 혼자만의 시간, 나만의 것이 너무 절실했다. 그리고 독립적인 성향도 한몫을 했다.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나 혼자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인지, 연애를 할 때도-연애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상대에게 그리 의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아주 오래전에 사귀었던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네 주변으로 어떤 경계선을 세운 것 같아. 그 경계 안으로 어느 누구든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네가 낯설다'라고.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도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누군가 지나치게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삶의 모토는 '적당하게 거리두기'이다. 이는 모든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다. 지나치게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는 실망하기 쉽고 지나치게 거리가 멀어졌을 때는 완전한 타인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람들과 '적당하게 거리두기'를 하면서 나는 혼자 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테니스보다는 스쿼시를 좋아했고, 수영하는 것을 즐겼으며, 혼자 여행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아마도 혼자 노는 것의 진수에 해당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혼자 여행도 처음엔 힘들었다. 나 혼자 모든 일정을 짜고 숙소를 찾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하는 소소한 일들이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을 혼자 해결해 나가면서 오히려 함께 하는 것의 어려움을 익히게 되었다고 할까. 혼자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게 되면서, 함께 해야 하는 일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연애의 그 간질간질한 사랑스러움조차도 어떤 면에서는 불편한 감정으로 느껴지게 되었고 그리하여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어느 시점부터는 중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된 것도 한몫을 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더 어린 쪽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부터 체득한 탓이다(그래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지내오면서, 어쩌면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도 정작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혹자는 이런 나를 두고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 칭했다. 아직 사지 멀쩡하고 아쉬운 게 없어서 외로움을 타지 않고 사는 것이라면서. 그렇다. 아직은 내가 건강하고 직업이 있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대체로 하고 사는 편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엄청나게 재난에 빠지지 않는 이상, 이런 성향은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딱히 그 성향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아마도 미래의 어느 날엔가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경험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겪을 감정이니 그때의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의 나도 지금처럼 이렇게 외로움을 대할 것이라 생각한다.

C'est la vie, 그것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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