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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나무 Feb 17. 2024

설렘과 두려움을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석별의 정(치앙마이 한 달 살기 20)

아름다운 꽃터널을 지나며 안녕을 전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또 한 번의 화려한 꽃축제가 있었다. 올드타운 도심 안의 "농부악핫 공원"에서 아름다운 분수와 향기 가득한 꽃들이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발했다. 단 3일 간만 열리는 축제라 우리는 다른 곳 여행을 다녀와서 뒤늦게 구경 갔다. 이제 곧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기에 하나라도 더 눈에 담 가고 싶었다. 이 계절 돌아가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꽃잔치이기에.


내일이면 돌아가야 한다.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김사장(데이비드 김)님이 석별의 정을 담아 당신 집에서 저녁에 삼겹살 파티를 해주신다고 초대했다. 그곳 무반에 계시던 J와 S 두 분도 1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우리와 같은 날 출국다. 이제 관광객으로 성수기였던 치앙마이의 한 계절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전날 짐을 정리하여 김사장님 집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일정을 함께 소화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김사장님 댁에 기거하진 않았지만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인연줄을 놓지 않았다. 참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감사한 분이시다.


침 일찍 항동 골프장에서 고별 라운딩 했다. J와 S, 김사장님과 우리 부부 다섯 명이서. 물론 완연한 실력차이가 있지만 오늘만큼모두 화합의 무대를 만들었다. 이 골프장은 우리가 치앙마이에 와서 김사장님 도움으로 처음 필드경험을 쌓은 의미 있는 골프장이다.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잔디밭을 밟으며 헛스윙과 해저드에 볼상납을 수없이 한 진한 아픔(?)이 있는 곳이다. 이제 누구에게나 을 그 "처음"은 한 달 이상의 시간 속에서 과거가 되다. 돌아보니 영국 신사분들과 함께 8번 아일랜드 홀의 예쁜 꽃터널에서 사진도 찍었었다. 여전히 8번 홀로 지나가는 다리 위엔 예쁜 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처음에도 그랬듯이.


18홀을 돌고 주변에 있는 콩국수집에서 더위를 식혔다. 바로 을 갈아서 해주는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돌아오면 많이 먹을 수 있는 한국음식이지만 우리는 어쩌면 함께 그 맛을 즐기며 우리들만의 정서를 공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막걸리가 없어 다소 아쉬웠지만 파전과 함께 먹은 치앙마이에서의 콩국수도 어느 여름날 추억 속에서 기억되리라. 식사를 하고 연히 거쳐야 할 커피 한잔을 위해 멋진 카페로 이동했다.


싼티탐에서 자주 갔던 정원 "카페 드 솟"과 분위기가 닮은 "촘 카페"이다. 이미 멋진 카페로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이기도 하다. 역시나 소문만큼  대기 순서표를 받고 기다려야 했다. 들어가 보니 또 한 펀의 아바타 영화가 탄생할 것 같은 분위기다. 미스트로 인해 몽환적 푸르름이 연출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리고 있다. 한참을 그곳에서 머물다 김사장님 댁으로 들어와 짐정리를 하였다. 역시 입국 때나 출국 때 캐리어의 무게를 맞추는 건 쉽지 않았다. 부치는 수화물은 15킬로, 기내용 캐리어는 10킬로로 정해져 있기에 몇 번의 짐을 싸고 풀기를 반복했다.


짐을 다 정리하고 잠시 쉬었다 저녁 삼겹살 파티를 준비했다. 이곳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맛있는 것이 돼지고기와 닭고기 요리다.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다.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더운 날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주신 김사장님께 감사했다. 2024년의 덕담도 오가며 지난 시간들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타국에서 먹는 삼겹살, 설겅설겅 무친 배추 겉절이, 오가는 맥주잔이 마치 태국에서 하는 송별식인지, 한국에서 지인들과 하는 환영식인지 헷갈리기조차 한다. 시간이 무르익어 지만 마지막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에 자리를 정리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둠이 진한 아주 늦은 시간에.


누가 그랬던가? 영국에 가면 EPL 축구를 보아야 하고 태국에 가면 무에타이를 관람해야 한다고. 사실 난 운동경기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요즘 격투기나 무에타이를 가르는 간판을 종종 보면서 짧은 소견으로 때리고 맞는 저런 운동은 왜 할까? 하는 의구심과 걱정스러움을 가진 아주 소심한 사람에 지나지 않다. 앙마이에서 무에타이를 보고 스포츠 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태국의 무에타이는 전쟁에서 사용한 전투기술로서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가족과 국가를 지키고 자신을 방어하는 목적로 시작된 전통무술이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 해도 비굴하지 않는 당당함, 정의라는 판단기준을 세울 수 있는 신념형성이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운동의 하나일 것이다. 최근에는 호신술과 아름다운 몸을 만드는 체형교정, 체중감량이라는 의미에서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손, 발, 팔꿈치, 무릎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경기를 스릴 있게 함으로써 진한 몰입감 느낄 수 있. 러나 여자 선수와 남자 선수의 대련멋진 경기라는 생각에 앞서 가슴이 쪼그라들고 안쓰러운 마음  리 누군가가 이기고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경기가 끝나고 우승에게는 은 사람들이 링안으로 들어가 함께 환호하며 축하해 주고 사진을 찍는다. 무에타이가 열린 치앙마이의 바(Bar) 거리가 밤의 현란함 속에서 우승자에게 빛의 세례를 퍼붓는다. 역시 패자는 말이 없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제 우리도 치앙마이 밤의 거리에서 사라질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핑강줄기를 따라 드라이브하면서  도시의 화려한 야경을 눈에 담았다. "나이트 바자" 야시장은 오늘도 수많은 관광객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순수함과 화려함을 함께 지닌 도시 치앙마이! 또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안겨준 도시에게 손을 흔든다. 처음 왔을 때의 설렘과 두려움을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마음 언저리에 새기며 유유히 흐르는 강에게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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