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일상
시내 중심가 쪽에 볼일이 있어 나갈 채비를 한다. 반짝반짝한 햇빛 아래 알록달록한 파스텔 색상의 오래된 가게들이 한층 도드라져 보인다. 각가지 견과류를 설탕에 달콤하게 입혀 파는 과자가게를 지나 골목 안 긴 통로로 들어섰다. 바쁜 거리를 지나 들어온 길엔 잠시나마 고요함이 머무른다.
일을 마친 그에게 함께 공원에 나가 맥주를 마시자고 연락해본다. 가벼운 차림으로 도착해 나무밑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잔디위에 담요를 펼치고 집에서 가져온 맥주와 하몬, 아몬드와 베스터하브 치즈를 꺼내둔다. 도마위에 치즈를 얇게 잘라 담아 올리고 있는데 그가 멀리서 걸어온다. 시원한 캔 맥주를 따 목 뒤로 넘겨본다. 오물오물 움직이는 그의 입에서 하루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등을 대고 잔디위로 몸을 뉘어본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나무밑, 두 얼굴 위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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