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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Oct 11. 2023

이 세상에 죄 없는 놈이 어디 있어 - <검찰관>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20번.



   황제 니꼴라이 1세 치하의 관료 제도를 풍자한 희곡입니다. 거짓말쟁이 등장인물에서 기인된  홀레스따꼬프시치나는 "과장된 거짓말이나 행동 약식"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네요. 작품 속 인물들은 정부 각 부처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직책을 상징합니다.  <웃음>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니꼴라이 고골은 "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라는 속담을 이 작품의 부제로 선정합니다.  



 <<시장의 말 >> - 상인들의 물건을 빼앗을 정도로 부정부패가 심한 작은 지방 도시의 시장입니다. 노련하고 교활하지만 낯선 사람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에 그를 사찰나온 검찰관으로 오해해 자기 상상에 빠져 극진히 모시며 갖은 아첨을 해댑니다. 그러나 검찰관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자 분노하게 되고, 진짜 검찰관이 나타났다는 헌병의 말에 너무 놀라 경직되고 맙니다.


  *  이 세상에 죄 없는 놈이 어디 있어.  이미 처음부터 하느님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야.


  *  어디 두고 보자. 식사와 큰 술병을 내놓은 뒤에는 어떻게 되나!   (···) 이자가 어떤 인간인지, 또 얼마만큼 경계해야 할 존재인지만 알면 되니까.



이 세상에 죄 없는 놈이 어디 있어 - <검찰관>



  *  시장의 직무란 게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닙니다!   (···) 아무리 현명한 인물이라도 금방 나가떨어질 정도랍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시장들은 자기의 이익에만 급급하지만요.  믿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잠자리에 들어서까지도 줄곧  '아, 하느님,  정부가 제 열성을 보고 만족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생각합니다.


*  휴,  정말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 친구의 정체를 모르겠어.  도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마치 종각 위에 서 있는 기분,  아니 목을 매달기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  탄원을 해?  네놈들의 사기를 도와준 게 대체 누군데!  네놈들이 다리를 세울 때 100루블도 되지 않는 재목을 2만 루블이라고 적어 넣은 걸 눈감아 준 게 나 아니냐?  그 사실을 밝혀서 네놈들을 시베리아로 추방시킬 수도 있다고. 뭐 할 말 있어? 응?  



사기꾼도 나를 속이지 못했는데 - <검찰관>



*  이거 정말 완전히 당했군!  망했어, 망했어.  완전히 망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사람 얼굴 대신 돼지 코 같은 것만 보여. 다른 아무것도 안 보여······ 붙잡아 와.  그놈을 당장 붙잡아 와!


  *  어쩌다 내가,  아니 어쩌다 내가?  (···) 삼십 년이나 근무해 왔지만 장사꾼이건 청부업자건 단 한 놈도 나를 못 속였는데,  난다 하는 사기꾼도 나를 속이지 못했는데······   세상을 온통 훔치려는 그런 사기꾼들을 모두 낚았지. 도지사 세 사람이나 속여먹었어······!  도지사가 뭐야!  도지사 이야기는 할 것도 없어······.


  *  그놈은 지금쯤 말방울을 울리며 길을 달려가겠지!  그리고 온 세상에 얘기하고 다니겠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삼류 작가라도 나타나면 그 엉터리 글쟁이 놈은 옳다구나 하고 그 이야기를 코미디에 써먹겠지. 바로 이게 화난단 말이야.  관직도 신분도 용서가 없단 말이야. 모두가 이를 훤히 드러내고 웃으며 박수 치겠지. 뭐가 우습나? 결국은 자기를 보고 웃는 거 아닌가······!


  *  그래 도대체 그 경박한 놈의 어디가 검찰관을 닮았단 말이야? 하나도 없어!  새끼손가락 반만큼도 닮은 데가 없다고!  갑자기 모두가 "검찰관이다! 검찰관이다!"  하면서 난리를  친 거야. 누구야, 도대체 그놈이 검찰관이라고 맨 처음 나발을 불어댄 놈이? 대답 해 봐!



  

결국은 자기를 보고 웃는 거 아닌가 - <검찰관>



 << 홀레스따꼬프의 말 >> - 23살의 말단 서기로 거짓말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입니다. 숙박비가 밀려 끼니도 굶은 채 여관에서 전전긍긍하던 중, 가짜 검찰관이 되어 도시 전체를 감쪽같이 속이게 됩니다. 자신들의 허물과 과실을 감추려 돈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꾼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고, 시장의 딸과도 결혼을 약속한 후 유유히 도망가버립니다.


  *  저 역시,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  여기 있으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것 같군.  환대를 받는 건 나쁘지 않지.  하지만 무슨 잇속으로 환대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환대한다면 더 좋을텐데.


  *  녀석들은 나를 무슨 국가적인 인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어제 내가 너무 허풍을 떨었나 보다.  어리석은 녀석들!  상뜨빼쪠르부르그의 뜨랴삐치낀에게 전부 알려줘야지.  그 친구는 기사를 쓰니까,  이 녀석들을 모두 박살 내버릴 거야.


  *  난 절대로 어떤 뇌물도 받지 않는다는 걸 당신들은 모르는군. 하지만 만일 당신네가 내게 한 300루블쯤 꿔주겠다면,  그렇다면 그때는 또 문제가 전혀 달라지지.  꾸는 것이라면 괜찮아요.



이제 정말로 뭔가 고상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 <검찰관>                                




<< 우체국장의 말 >> - 홀레스따꼬프가 기자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몰래 뜯어보고, 사람들에게 그가 사기꾼임을 밝히며 편지를 읽어줍니다.


  *  여러분!  우리가 검찰관으로 알았던 관리가 검찰관이 아닙니다.   (···)그놈이 직접 쓴 편지입니다. 우리 우체국으로 가져온 편지입니다.  (···) 그자는 특명을 받지도 않았고 귀하신 인물도 아닙니다.


  *   (읽는다) 내게 너무 이상한 일이 일어나 자네에게 서둘러 알리네.  여행 도중에 어떤 보병 대위에게 잘못 걸려들어 여비를 몽땅 털렸지.  그러자 여관 주인이 나를 감옥에 처넣으려고 하는 거야.  그때 갑자기 상뜨빼쩨르부르그 티가 나는 내 용모와 옷차림 때문에,  글쎄, 도시 전체가 나를 검찰관으로 착각한 것일세.   (···) 이자들을 자네 글에 한번 써보게.  첫째로, 시장은 거세당한 말처럼 지독히 어리석고······.  (···) 그러나, 모두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들일세.  그럼 안녕.  내 친구 뜨랴삐치낀!  나도 자네를 본받아 문학에 종사하고 싶네. 이보게!  이제 이렇게 사는 것도 싫증이 났어. 결국은 마음의 양식을 원하게 되는군.  이제 정말로 뭔가 고상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페이지 생략><주인장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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