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87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나쓰메 소세키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소레카라'로, '그 다음에, 그리고, 그 후'라는 뜻의 일본어 접속사입니다. 다음은 작가의 말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 후'이다. (···) 주인공은 마지막에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다. 그 후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도 '그 후'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시선 >> - 삼각관계 소설의 원형을 이루는 작품으로, 일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세계에만 빠져 지내던 다이스케라는 남자가 은둔에서 벗어나 세상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모습들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 20세기의 일본에 살고 있는 그는 서른도 채 안 된 나이에 이미 '닐 아드미라리(모든 일에 무관심하고 놀라지도 않는 심정)'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 다이스케의 머릿속에는 지금 어떤 구체적인 생각도 머물러 있지 않았다. (···)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미세한 먼지와도 같은 정체불명의 것이 무수히 자리 잡고 있었다. 치즈 안에서 아무리 벌레가 움직여도 치즈가 원래의 위치에 있는 동안에는 알아차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이스케도 그 먼지를 거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다이스케는 자신의 본래 활동을 자기 본래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걷고 싶으니까 걷는다. 그러면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 생각하고 싶으니까 생각한다. 그러면 생각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그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 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천하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 그는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활력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는 그것을 권태라고 부르고 있었다. 권태에 사로잡히면 논리에 혼란이 일어난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그가 행위 도중에 '무엇 때문에?' 라는 앞뒤가 뒤바뀐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은 바로 권태 때문이었던 것이다.
* 그는 자신의 생활력 부족을 절실히 느꼈다. 따라서 행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원만하게 실행하려는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홀로 황야에 서 있었다. 망연히 서 있었다.
* 그는 하나의 딜레마에 봉착했다. 그는 자기와 마치요와의 관계를 앞뒤 가리지 않고 자연이 시키는 대로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옛날로 돌아갈 것인지, 그 어느 쪽이든 선택하지 않으면 삶의 의미를 잃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 주사위를 손에 든 이상, 그리고 주사위가 누군가에 의해서 던져져야 할 운명인 이상, 주사위의 눈을 결정할 사람은 자기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 다이스케는 자기의 고백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통렬히 느끼고 있었다. 고백할 것 같으면 미치요가 히라오카와 결혼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 미치요를 만난 다음 날, 그는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주사위를 과감하게 던지는 것과 같은 결심을 하며 일어났다. 그는 자신과 미치요의 운명에 대해서 어제부터 어떤 책임을 져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게다가 그것은 그가 자진해서 떠맡은 책임임에 틀림없었다. 따라서 그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도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무게에 짓눌려서 오히려 저절로 발이 앞으로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그의 머릿속에는 직업이라는 단어만 맴돌 뿐 직업 그 자체가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직업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직업을 떠올려도 다만 그 주위를 빙빙 겉돌 뿐 깊이 파고들어가서 구체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 모든 직업을 다 떠올려본 뒤, 그는 방랑자에서 생각이 멈추었다.
<< 다이스케의 말 >> - 지적이고 자아가 강하며 책읽기에 꽃의 향기도 즐길 줄 아는 감각이 예민한 서른 살 남성입니다. 일도 하지 않고 집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유유자적 생활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미치요를 친구의 결혼상대자로 연결해주고, 불행한 삶을 이어가는 그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줍니다. 결국 미치요를 되찾기로 결심하지만 집으로부터 지원이 끊기게 되고, 난치병에 걸린 미치요의 병세가 심해졌다는 소식에 일자리를 찾아 거리로 나섭니다.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어. 학교 선생인데 (···) 교단에 서서 기계적으로 입을 움직이는 시간 외에는 전혀 틈이 없는 거야. 일요일이면 모처럼 푹 쉰다는 명목으로 하루 종일 잠만 쿨쿨 자고, 그러니 어디서 음악회가 있다 해도, 외국에서 정상급 음악가가 온다 해도 들으러 갈 기회가 없을 수밖에. 결국 음악이라는 어떤 아름다운 세계에는 전혀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죽게 되는 거지. 내가 보기에는 이만큼 불쌍한 무경험은 없다고 생각해
* 빵과 관련된 경험은 절실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저열한 거지. 빵을 떠나고, 물을 떠난 고상한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야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 없지.
* 왜 일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야. 말하자면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거지.
* 일본은 서양에서 빚이라도 얻지 않는다면 도저히 꾸려나갈 수가 없는 나라야. 그러면서도 선진국이라고 자처하고 있지. 그러고는 어떻게든 선진국 대열에 끼려고 하고 있어. 그러니 모든 방면에 걸쳐서 깊이보다는 넓이를 확장해 선진국처럼 벌려놓은 거야. 무리하게 벌려놓았기 때문에 더욱 비참한 거야.
* 온통 암흑이야. 그 속에서 나 혼자만이 뭐라고 말한들, 그리고 무슨 일을 한들 소용이 없지.
* 일하는 것도 좋지만, 만일 일을 한다면 단지 생활만을 위한 일이어서야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지. 모든 신성한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빵과는 무관한 법이야.
* 미치요 씨는 법적으로 자네의 소유야. 하지만 물건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마음까지 소유하는 것은 그 누구라도 불가능하지. 본인 이외에 그 어떤 사람도 애정의 정도나 대상을 명령할 수는 없지.
* 히라오카, 나는 자네보다도 먼저 미치요씨를 사랑하고 있었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달랐지. 자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미래를 희생시키더라도 자네의 소망을 들어 주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고 생각했어. 그것이 문제였던 거야. 지금만큼이라도 사고가 성숙해 있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아직 어렸기 때문에 너무도 자연을 경멸했었지. (···) 내가 섣불리 가졌던 의협심 때문이지. 용서해 주게.
* 아, 움직이는구나. 온 세상이 움직인다.
<< 히라오카의 말 >> - 다이스케의 오랜 친구로 은행원이었지만 부하 직원의 공금횡령사건으로 인해 사직하게 됩니다. 신문사에 다시 취직을 하지만 방탕한 생활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네요. 아내 미치요를 사랑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다이스케의 말에 아내의 병을 낫게 한 후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합니다.
* 난 실패했지. 그러나 실패는 했을망정 아직 일하고 있어. 또한 앞으로도 일할 생각이지. 자네는 내가 실패한 것을 보고 비웃고 있어 (···) 그러나 그러는 자네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잖은가?
* 자네는 단지 생각만 하고 있어. 생각만 하다 보니 관념 속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따로따로 분리시킨 채 살아가고 있는 거야.
* 자네는 돈에 궁해 본 적이 없어서 문제야.
* 자네는 어째서 그때 나를 위해서 울었지? 어째서 미치요와의 결혼을 주선해 주겠다고 맹세했던 거지? 이제 와서 이런 일을 일으킬 바에야 왜 그때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나?
<페이지 생략> <주인장의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