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05번.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이 무익하지는 않으리라." 이 소설의 권두에 실린 작가의 말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유해는 밤새도록 횃불들로 둘러싸여 개선문 아래 안치되었다가, 이튿날 파리의 시민들이 팡테옹까지 그의 관을 뒤따랐고 국장으로 치러졌다고 합니다. 1958년부터 스무여 번이나 영화화되는 기록을 세운 작품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메고 대하수도에서 벗어난 장 발장 앞에 자베르가 나타납니다. 자베르는 장 발장을 체포하지 않고 도와주지만 얼마 후 자살하고 맙니다. 코제트의 결혼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장 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홀로 죽어 갑니다.
* 이 바리케이드는 '혁명'의 이름으로, 요컨대, '혁명'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것은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에 도전하는 「카르마뇰」(프랑스의 혁명가)이었다.
* 탕플 문밖의 바리케이드는 여든 명이 수비하고, 만 명에게 공격을 받으면서, 사흘을 버티었다. 나흘째, 공격군은 자차와 콩스탄틴에서처럼 했다. 그들은 집들을 뚫고, 지붕들로 올라오고, 바리케이드는 점령되었다. 그 여든 명의 겁쟁이들 중 한 사람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빵도 없고 고기도 없었다. 바리케이드의 쉰 명의 남자들은 거기에 온 지 열여섯 시간 전부터 카바레의 보잘것없는 식료품을 이내 탕진해 버렸었다. (···)바리케이드에서 빵을 요구하는 폭도들에 둘러싸인 잔이 "먹을 것을!" 하고 외치는 그 모든 전투원들에게 "왜요? 지금은 3시예요. 4시에 우리는 죽어요." 라고 대답한 6월 6일의 그 비장한 날의 첫 시간에 그들은 와 있었다.
* 앙졸라는 소리쳤다. (···)"정치적 견지에서 보면, 원칙은 하나뿐,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갖는 주권이오. 나에 대한 나의 주권이 '자유'라고 불리는 것이오. 이 주권의 둘 또는 여러 개가 어울리는 곳에서 '국가'가 시작되오. 그러나 이 어울림 속에는 아무런 권리의 포기도 없소. (···)여러분, 19세기는 위대하지만, 20세기는 행복할 것이오. 그때에는, 낡은 역사 같은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을 것이고, 오늘처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 한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혼란한 감정과 정열 속에는 모든 것이 있다. 용기가 있고, 청춘이 있고, 명예로운 찰나가 있고, 열광이 있고, 이상이 있고, 확신이 있고, 경기자의 악착스러움이 있고, 그리고 특히 희망의 단절들이 있다.
* 장 발장은 자베르와 단 둘이 되었을 때, 포로의 몸뚱이 가운데를 묶고 테이블 밑에 비끄러매었던 동아줄을 풀었다. 그러고 나서 그에게 일어서라는 신호를 했다. (···)장 발장은 자베르의 목에 감긴 가슴걸이를 자르고, 이어서 손목에 묶인 밧줄을 자르고, 이어서 몸을 굽혀 발에 묶인 노끈을 자르고,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자유요."
* 자베르는 돌아서서 장 발장에게 소리쳤다. "당신은 나를 난처하게 하는군요. 차라리 나를 죽여 주시오." 자베르는 자기가 장 발장에게 더 이상 반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그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베르는 느린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잠시 후, 그는 프레쇠르 거리의 모퉁이로 구부러졌다. 자베르가 사라졌을 때, 장 발장은 허공에 대고 피스톨을 쏘았다.
* 나사가 압착기를 죄듯 군대는 바리케이드를 죄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지만,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특히 머리의 부상이 심해서, 얼굴이 피 속에 사라져, 마치 붉은 손수건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총알 한 방이 방금 그의 쇄골을 깼고, 그는 기절해 쓰러졌다. 이때 이미 눈을 감고 있던 그를 붙잡는 힘센 손의 충격을 느꼈고, 실신 상태에 빠지기 전에, 코제트의 마지막 추억에 섞여 겨우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포로가 되었다. 나는 총살될 것이다."
* 장 발장은 여전히 기절해 있는 마리우스와 함께 일종의 긴 지하 복도 속에 있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깊은 평화와 절대적인 침묵, 그리고 밤. 옛날 거리에서 수도원으로 떨어지면서 느꼈었던 인상이 다시 그에게 떠올랐다. 다만 그가 오늘 갖고 가는 것은 코제트가 아니고 마리우스였다.
* 마리우스의 피 묻은 얼굴은 채광 환기창의 희멀건 빛 아래서 마치 무덤 밑바닥에 있는 처럼 보였다. (···)장 발장은 자기 셔츠를 찢어서, 최선을 다해 상처를 묶어 출혈을 막았으며, 그런 뒤에 그 어둠침침한 곳에서, 여전히 의식이 없고 거의 숨도 안 쉬는 마리우스 위에 몸을 구부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증오심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았다.
* "나는 당신을 여기서 기다리겠소." 장 발장은 자베르를 바라보았다.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자베르의 습관에는 별로 없는 일이었다. (····)그는 거리 위로 몸을 구부렸다. 거리는 짧은데, 가로등이 그곳을 끝에서 끝까지 비쳐 주고 있었다. 장 발장은 멍하니 넋을 잃었다. 거기에는 더 이상 아무도 없었다. 자베르는 가고 없었다.
* 자베르는 지독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한 범죄자에게 생명을 빚지고, 그 부채를 받아들여 그것을 갚고, (···)자기의 양심에 충실하기 위하여 사회를 배반하는 것, 이 모든 부조리한 것들이 실현되고 그런 것들이 와서 그 자신 위에 쌓이는 것, 그는 그것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한 가지가 그를 놀라게 했는데, 그것은 장 발장이 그를 용서한 일이고, 한 가지가 그를 아연실색게 했는데, 그것은 자베르 그 자신이 장 발장을 용서한 일이었다.
* 자베르와 장 발장, 벌을 주도록 정해진 인간, 벌을 받도록 정해진 인간, 둘이 다 같이 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 두 사람이 모두 법 위에 있게 되는 그런 상태에 와 있었다는 것, 그것은 무서운 일이 아니었는가? (···)그의 최고의 불안, 그것은 확실성의 소멸이었다. 그는 자기가 뿌리째 뽑힌 것을 느끼고 있었다. 법전은 그의 손에서 더 이상 나무 토막에 불과했다.
* 장 발장은 자기가 자베르에게서 해방된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는 그 사실을 보도한 <세계 신보>에서 그것을 확인했는데, 자베르라는 사복 형사가 퐁토샹즈 다리와 퐁 뇌프 다리 사이의 세탁선 밑에서 익사한 것이 발견되었으며, 이 사람은 나무랄 데가 없고 상관들로부터 매우 존경을 받고 있었던 바, 그가 두고 간 문서에 의하면 정신이상 발작으로 자살한 것 같다고 했다.
* 마리우스를 구해 주었던 사람에 관해서는, 수색이 처음엔 다소 결과가 있었으나, 그 후 뚝 멈춰 버렸다. (···)마리우스는, 앞서 말한 대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바리케이드에서 발딱 뒤로 쓰러질 때 뒤에서 힘찬 손 하나가 붙잡아 준 것만 겨우 생각날 뿐이고, 그런 뒤 모든 것이 그에게서 사라져 버렸다. 그는 질노르망씨의 집에서 비로소 의식을 되찿았다.
* 누군가가 그를 시장 구역에서 샹젤리제로 가져왔다. 그런데 어떻게? 하수도로. 놀라운 헌신이다! 누군가가? 누구일까? 마리우스가 찾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이었다! 구제자인 그 사람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런 종적도 없고, 털끝만큼의 단서도 없었다. (···)기절한 마리우스를 둘러메고 '대하수도'의 쇠격자문에서 나오는 것을 마부가 보았다는 그 수수께끼 같은 사나이.
* 결혼하기로 정해진 날 며칠 전에, 장 발장에게는 한 사건이 생겼다. 그는 자기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좀 으스러뜨렸다. (···)그 때문에 그는 손을 리넨 헝겊으로 포근하게 싸고 팔을 비스듬히 어깨에 메지 않을 수 없었고, 아무것에도 서명을 할 수가 없었다. 질노르망 씨가 코제트의 후견 대리인으로서 그를 대신했다.
* 그는 선과 악의 마지막 교차점에 도달해 있었다. (···)그는 그 행복에 꼭 필요한 것인가? 그는 그 행복을 그의 것처럼 취급할 것인가? (···)존경받는 일종의 아버지로서 그냥 있을 것인가?
* "나는 십구 년간 형무소에 있었소. 절도죄로. 그 후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소. 절도죄로, 재범죄로. 현재는 거주 지정령의 위반자요. (···)내가 이 아이를 결혼시킨 날, 일은 다 끝났소. 나는 그녀가 행복한 것을 보았고,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있고, (···)그 집에 온갖 기쁨이 있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다 잘된 것을 보았으며, 나는 생각했소. '너는 들어가지 마라.' 라고. 나는 사실, 거짓말을하고, 당신네들 모두를 속이고, 포슐르방 씨로 있을 수 있었소. 그것이 그녀를 위해서였던 한,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나를 위해서일 테니, 나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오." (···)그는 고통스러운 숨을 쉬고는 최후의 말을 던졌다. "옛날에는 살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는데, 오늘은 살기 위해 이름 하나를 훔치고 싶지 않소."
* 하느님은 자기의 연장들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가 원하는 도구를 쓴다. (···)그는 이 매혹적인 코제트를 만들었고, 거기에 장 발장을 사용했다.
* 그는 그 불쌍한 사람의 엄숙한 선언에 매달렸다. "나는 코제트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십 년 전에, 나는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소." 장 발장은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그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 (···)마리우스가 두루 생각해 본 어떤 범위 내에서, 그는 언제나 장 발장에 대한 어떤 두려움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아마 성스러운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아까 지적했거니와, 그는 이 사람 속에 '신적인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 "아버지는 그럼 제가 행복한 걸 원망하시는 건가요?" 순진함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때때로 썩 깊이 뚫고 들어간다. 그 질문은 코제트에게는 단순한 것이었으나, 장 발장에게는 심각한 것이었다. 코제트는 좀 할퀴고 싶었는데, 그녀는 찢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전에는 제 아버지였는데 이젠 아버지가 아니고, 전에는 제 아저씨였는데 이젠 아저씨가 아니고, 전에는 포슐르방씨였는데 이젠 장이에요. 대관절 당신은 어떤 분이신가요?"
* 행복한 것은 무서운 것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그것으로 만족하는가! 사람들은 얼마나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얼마나 인생의 그릇된 목적인 행복을 소유하면서, 참다운 목적인 의무를 잊고 있는가!
* 자연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오는 자'와 '떠나는 자'로 나눈다. 떠나는 사람들은 어둠 쪽을 향해 있고, 오는 사람들은 빛 쪽을 향해 있다. 거기에서 괴리가 빚어지는데, 이것은 늙은이들 쪽에서는 숙명적이고, 젊은이들 쪽에서는 무의식적이다. (···)젊은이들은 인생의 싸늘함을 느끼고, 늙은이들은 무덤의 싸늘함을 느낀다.
* 어느 날 저녁 장발장은 팔꿈치를 짚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자기의 손을 잡아 보았으나 맥을 찾아낼 수가 없었고, 호흡은 짧고 이따금 멎었으며, 그는 어느 때보다도 더 자기가 쇠약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가방을 열고 코제트의 옛날 옷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침대 위에 펼쳐 놓았다. 주교의 촛대들은 벽난로 위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서랍에서 두 자루의 초를 꺼내어 촛대에 꽃았다.
* 장 발장은 코제트 쪽을 돌아보았다. 그는 영원히 잃지 않으려는 듯이 그녀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깊은 어둠 속에 내려가 있었으나, 코제트를 바라봄으로써 황홀해질 수 있었다. (···) "죽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 없는 것이 무서운 일이지."
* "나는 벽난로 위에 있는 두 자루의 촛대를 코제트에게 유증합니다. 그것들은 은이지만, 나에게는 금이고, 다이아몬드요. 그것들을 내게 주신 분이 저 위에서 내게 만족하시는지 어떤지 나는 몰라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소. 내 아이들아, 너희들은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고, 나를 어디고 땅 구석에 매장하고, 그곳을 표시하기 위해 그 위에 돌 하나를 올려놓아 다오. 그것이 바로 내 뜻이오. 돌에 이름을 새기지 마오. 혹시 코제트가 때때로 좀 와 준다면, 나는 기쁠 것이다."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무릎을 꿇었다. 얼이 빠지고, 눈물에 숨이 막히고, 장 발장의 손을 저마다 하나씩 잡고. 그 존엄한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한그루의 커다란 주목 아래, 돌이 하나 있다. (···)누군가가 거기에 연필로 아래와 같은 사행시를 적어 놓았는데, 이 시는 비와 먼지 때문에 시나브로 읽을 수 없게 되었으니, 십중팔구 오늘날에는 지워져 버렸을 것이다. '그는 자고 있네 / 그의 운명은 아주 기구했건만 / 그는 살고 있었네 / 그의 천사가 없어지자 그는 죽었네 / 그것은 그저 올 것이 저절로 온 것 / 마치 해가 지면 밤이 되듯이.'
<페이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