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04번.
'레 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소설이 처음 출간되던 날, 브뤼셀과 파리의 서점들이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역사, 건축, 정치, 철학, 정의, 종교, 인간의 본성, 당시의 사회상 등, 작가 자신의 사상과 지식을 모두 담아낸 작품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장 발장은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수녀원에서 나오게 됩니다. 마리우스는 코제트와 결혼하기 위해 할아버지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결혼 말고 그냥 정부로 삼으라는 질노르망의 말에 다시 집을 뛰쳐나와, 비밀결사인 동료들이 싸우고 있는 바리케이드로 가게 됩니다. 한편 장 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 신은 자기의 의지를 사건들 속에서 볼 수 있게 하여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그것은 신비로운 언어로 적힌 난해한 문서다. 사람들은 그것을 즉시 번역하는데, 성급하고 부정확한 번역을 , 오류와 누락, 오역투성이다. 신의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 사람들은 하나의 갈망밖에 없다. 즉 평화. 사람들은 하나의 야망밖에 없다. 즉 작은 것이 되는 것. 그것은 조용히 있고 싶다는 말이 된다. 큰 사건들, 큰 위험들, 큰 모험들, 큰 인물들, 고맙게 도 그런 것들을 사람들은 충분히 보았고, 그런 것들에 진절머리가 났다.
* 장 발장은 수녀원에서 행복했다. 하도 행복해서 그의 양심은 마침내 불안했다. 그는 날마다 코제트를 만나 보았고, 그는 부성애가 태어나 가슴속에서 더욱더 커져 가는 것을 느꼈고, 마음으로 이 아이를 품고 있었고, 이 애는 내 딸이다, 아무것도 이 애를 내게서 빼앗아 가지 못한다, (···)이렇게 그는 생각했다. 이런 것을 깊이 생각하다가 그는 당황하게 되었다.
* 그는 자문했다. 이 모든 행복이 정녕 나의 것일까, 이것은 남의 행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늙은이인 내가 빼앗고 훔치는 이 아이의 행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건 조금도 도둑질이 아닐까? (···)언젠가 그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수녀가 된 것을 유감으로 여겨, 코제트가 그를 원망하게 되지 않을지 누가 알랴?
* 수녀원에서 나왔을 때 코제트는 (···)자기 아버지를, 다시 말해서 장 발장을 진정으로, 순진한 효심으로 사랑하여, 그 노인을 이상적인 좋은 친구로 삼고 있었다.
* 어느 날 코제트는 우연히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이런!'하고 생각했다. 자기가 제법 예쁜 것 같았던 것이다. (···)자기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희미하게나마 자기가 무기를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 여자들은 어린아이들이 자기의 칼을 갖고 놀 듯이 자기의 미모를 갖고 논다. 그녀들은 그것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 이날 코제트의 시선은 마리우스를 미치게 하고, 마리우스의 시선은 코제트를 떨리게 했다. 마리우스는 자신을 갖고 떠났고, 코제트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떠났다. 이날부터 그들은 열렬히 사랑했다. (···)그녀는 뭔지 모르고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더욱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유익한 것인지 위험한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 치명적인 것인지, 영원한 것인지 일시적인 것인지, 허용된 것인지 금기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 그대는 이른바 행복한 사람인가? 그런데, 그대는 매일 슬프다. 날마다 그날의 큰 슬픔이 있고, 또는 작은 걱정이 있다. 어제는 그대에게 소중한 사람의 건강 때문에 떨었고, 오늘은 그대 자신의 건강 때문에 근심한다. 내일은 금전상의 불안이 오고, 모레는 중상자의 험구, 글피는 친구의 불행, (···)훗날은 세상사의 추이, 마음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등등. 하나의 구름이 걷히면 또 하나의 구름이 다시 생겨난다. 백 날에 하루인들 온전한 기쁨과 온전한 햇빛을 얻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그대는 그 소수의 행복자에 속한다!
* 빛을 말하는 자는 반드시 기쁨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빛 속에서 괴로워한다. 지나치면 탄다. 불길은 날개의 적이다. 날기를 그치지 않고 타는 것, 그것이야말로 천재의 기적이다.
* 폭동이 있고, 반란이 있다. 그것은 두 개의 분노이지만, 하나는 부당하고 또 하나는 정당하다. (···)로마가 스키피오에게 반항한 것, 그것은 폭동이다. 파리가 바스티유 감옥에 반항한 것, 그것은 반란이다. (···)반란은 정신에 인접하고 폭동은 밥통에 인접한다.
* 한 시간도 채 안 되어서, 중앙 시장 일대에서만도 스물일곱 개의 바리케이드들이 땅에서 나왔다. (···)반란군은 급작스럽게 한 손으로 바리케이드를 구축하고 또 한 손으로는 거의 모든 경비대 초소들을 손에 넣었다. (···)오후 6시경에 소몽의 횡단로는 싸움터가 되었다. 폭도와 군대가 양쪽 끝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쪽은 철책에서 또 한쪽의 철책으로 총을 맞쏘고 있었다.
* 이 작은 바리케이드는 매우 좁고, 통과 포석 들만으로 건축되어 있었다. 그들은 거기에 약 쉰 명이 있었는데, 그중 서른 명쯤은 총을 갖추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깡똥한 연미복에 기병 군도를 차고 안장에 꽃아 놓은 권총 두 자루를 가지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셔츠 바람에 둥그런 모자를 쓰고 화약갑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고, (···)부엌에 불을 일궈 놓고, 물병, 스푼, 포크, 술집의 모든 양은 그릇을 탄환 거푸집 속에서 녹이고 있었다.
* 온 파리 시내에 울리는 국민병 소집의 북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으나, 마침내 하나의 단조로운 소음밖에 되지 않아 그것은 더 이상 그들의 주의를 끌지 않았다. (···)사람들은 일제히, 별로 서둘지도 않고, 엄숙하고 장중한 모습으로, 소총과 단총에 총알을 쟀다. (···)그리고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같이 느껴지는 그 암흑과 그 고요 속에서, 외따로 떨어져서, 무장을 갖추고, 과감하고, 침착하게, 그들은 기다렸다.
* 골목길 오른편에 늘어서 있는 집들은 술집의 다른 부분과 큰 바리케이드, 깃발을 그에게 가리고 있었다. 이제 마리우스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그 자신의 날도 또한 왔다고, 마침내 그의 시간이 울렸다고, 아버지 뒤에 그도 또한 바야흐로 용감하고, 대담하고, 호담하리라고, 총탄들을 맞이하러 달려가고, 총칼들 앞에 가슴을 내놓고, 피를 흘리고, 적을 찾고, 죽음을 찿으려 한다고, 이번에는 그가 전쟁을 하고 전쟁터에 내려가려고 한다고, 그리고 그가 지금 내려가려는 그 전쟁터, 그것은 거리라고, 그리고 그가 하려는 전쟁, 그것은 내란이라고!
* 어둠의 안쪽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 만큼 더욱더 음산한, 그리고 어둠 자체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목소리가 외쳤다. "누구냐?" 그와 동시에 내리는 총들의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앙졸라가 떨리는 호기로운 말투로 대답했다. "프랑스 혁명이다." (···)무시무시한 총소리가 바리케이드를 향해 터졌다. 붉은 기가 넘어졌다.
* 마리우스는 여전히 몽데투르 거리의 모퉁이에 숨어서, 전투의 처음 행세를 목격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그렇지만 심연의 부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그 신비로운 극도의 현기증을 오래 견디어 낼 수가 없었다. (···)두 자루의 권총을 손에 들고 그는 혼전 속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첫 방으로 그는 가브로슈를 살려 냈고, 두 번째로 쿠르페락을 해방시켰다.
* "떠나라! 안 그러면 바리케이드를 폭파하겠다!" (···)그는 포석들 위에 발을 놓고, 횃불을 손에 들고, 비장한 결심으로 밝아진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부서진 화약통이 보이는 그 무시무시한 무더기 쪽으로 횃불의 불길을 기울이고, 이렇게 무서운 고함을 질렀다. (···)그 바리케이드 위에 서 있는 마리우스는 늙은 혁명상 뒤에 출현한 젊은 혁명상이었다.
* '애인이여, 오 슬퍼라! 아버지는 우리가 곧 떠나기를 원하셔요.' (···)장 발장은 비틀거리고, 압지를 손에서 떨어뜨리고, 찬장 옆 낡은 안락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떨어뜨리고, 눈은 흐릿하고, 얼이 빠져 있었다. (···)그의 영혼이 다시 무시무시한 것이 되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외치는 것을 들었다. 그가 그의 우리 안에 두고 있는 개를 가서 사자한테서 빼앗아라!
* 장 발장은 이날까지 (···)어떠한 것 앞에서도 물러나거나 굽히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있었을 때에는 어떠한 극단적인 것도 감수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의 내심을 들여다보았다면 이 시간에 그의 양심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가엾은 늙은 장 발장은 물론 아버지로서밖에는 코제트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앞에서 지적했듯이, 그 부성애 속에 그의 생애의 고독 자체가 모든 사랑들을 받아들였으되, 그는 코제트를 자기의 딸처럼 사랑하고, 어머니처럼 사랑하고, 누이처럼 사랑하고 있었으며, (···)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결혼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영혼들의 결혼조차도. 그렇지만 그들의 운명이 결혼했던 것은 확실하다. 코제트를 제외하고는, 다시 말해서 한 소녀를 제외하고는, 장 발장은 그의 긴 생애에 아무것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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