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32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함께 독일의 질풍노도 운동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도적들」이 처음 공연되었을 때 대학생과 청년들은 열광한 반면, 일부 관객들은 작품의 윤리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괴테의 말입니다. "실러의 모든 작품에는 자유의 이념이 일관하고 있네. 이 이념은 실러가 자신의 교양을 점차로 높여가면서 이전의 자신과 딴사람처럼 변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지. (···)청년 시대에는 물리적 자유였고, 만년에는 정신적 자유였네."
<< 모어 백작의 말 >> - 작은 아들 프란츠의 간계로 인해 큰 아들 카를을 내치게 되고, 자신도 지하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도적이 된 큰아들도, 폭군이 된 둘째 아들도 결국 모두 잃게 됩니다.
* 그 아이가 전쟁터와 죽음으로 내달린 것은 내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어! (···) 네 놈의 꼬임에 넘어가 그 아이를 저주했던 거야, 네······ 네 이놈, 내 아들을 돌려다오!
* 형제들 가운데 요셉이 보이지 않자 쓸쓸해진 야곱이 비통해하는 구절을 읽어 다오. 열한 명의 자식에 둘러싸여 헛되이 요셉을 기다리다가, 요셉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란 말을 듣고 몹시 슬퍼하는 대목을 읽어 다오!
* 나는 유령이 아니라오. 나를 만져 보구려. 나는 살아 있소. (···)나 대신 죽은 개가 조상들 지하 납골실에 누워 있다오. 나는 저 어두컴컴한 지하 감방에서 굶주리며 석 달이나 갇혀 있었소. 한 줄기 햇살도 비치지 않고, 따뜻한 바람도 불어오지 않고, 친구도 찾아오지 않는 지하 감방에 말이오.
* 내 기력은 쇠하고 몸뚱이는 사그라져 가고 있소. 제발 죽게 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께 수없이 간청했지만, 내 죗값을 아직 다 치르지 못한 모양이오. (···)나는 한 아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소. 그러니 다른 아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소. 이것이 하느님의 섭리라오. 오, 내 아들 카를!
* 자네의 지혜는 백발노인의 지혜이되, 자네 가슴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가슴이길 비네.
<< 프란츠의 말 >> - 백작의 둘째 아들입니다. 못 생기고 음흉하고 독살스러우며 잔인합니다. 형의 편지를 날조해 아버지로 하여금 형을 내치도록 만든 후, 형의 약혼자 아말리아도 빼앗으려 듭니다. 아버지를 지하 감옥에 가둬버리고 폭군이 되지만,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목을 매고 맙니다.
* 그 아들을 저주한 장본인이 누구였습니까? 자기 아들을 전쟁터와 죽음과 절망으로 내몬 사람이 도대체 누구였지요? (···)아버님 자신을 저주, 저주하세요!
* 이제 이 집안의 주인은 나다. (···)나는 너희들의 살 속에 뾰족한 못을 박고, 모진 채찍을 가할 것이다. 내 영지에서는 축제일에도 감자와 멀건 맥주로 허기를 달래야 할 것이다. 통통하고 뽀얀 뺨을 가진 자가 내 눈에 띄기만 하면 누구든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안 그래도 벌써 귀밑까지 죽을 죄를 졌고, 이미 강가에서 너무 멀리 헤엄쳐 왔는데, 이제 와서 되돌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이제 되돌아간다는 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어.
* 인간은 진흙에서 생겨나서, 잠시 진흙 속에서 뒹굴며 진흙을 만들다가, 다시 진흙으로 부글부글 끓어올라서는 결국 증손자의 구두 밑창에 지저분하게 붙어 다니는 거야. 그게 바로 노래의 끝이고 인간 숙명의 질퍽한 순환이 아니겠는가!
* 병이란 사람 머릿속을 심란하게 만들며, 터무니없고 기이하고 별난 꿈을 꾸게 만든다네. 꿈이란 아무 의미 없는 것일세. (···)꿈이란 아무 준비 없이 꾸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 내가 알기로 지상에서 별 재미를 못 본 사람은 영생을 원하지만, 그자는 된통 속은 것이네. 우리의 존재란 피가 돌고 도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읽었네. 마지막 핏방울이 사라지면 우리의 정신과 생각도 결국 없어지는 거지. 육체가 쇠약해지면 정신과 생각도 덩달아 약해지는데, 육체가 파괴되는 순간 그것도 끝나지 않을까?
<< 모저 목사의 말 >> - 망상에 시달리는 프란츠에게 신의 섭리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해줍니다.
* 나는 진실을 끝까지 완강하게 거부하다가 죽음에 처해서야 착각에서 깨어나는 가련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소. 나는 당신의 임종을 지켜볼 작정이오. 나는 폭군이 숨을 거두는 순간을 꼭 지켜보고 싶소.
* 하느님은 장차 당신이 그들에게서 빼앗은 일분일초, 당신이 망가뜨린 그들의 온갖 기쁨, 당신이 가로막은 그들의 온갖 완벽함을 당신에게 요구할 것이오.
* 세상 사람들의 운명이란 서로 놀랄 만큼 멋진 균형을 유지하고 있소. 이 사람들의 저울판이 내려가면 저 사람들의 저울판이 올라가고, 이 사람들의 저울판이 올라가면 저 사람들의 저울판이 바닥으로 떨어지지요. 그러니 이 세상에서 일시적인 고통이었던 것은 저세상에서 영원한 승리가 되고, 이 세상에서 유한한 승리였던 것은 저세상에서 영원하고 무한한 절망이 될 것이오.
<< 카를의 말 >> - 백작의 큰 아들입니다. 동생 프란츠와 달리 재능 있고 잘생긴 행동가이자 모험가로 선량한 마음씨를 지녔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용서의 편지를 기다리다 절망에 빠져 도적단 두목 역할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노획한 돈의 일부를 어려운 이를 돕는데 사용합니다.
* 아! 어쩜 인간이 저렇게 눈멀 수 있을까? 형제의 흠을 찾아내는 데는 눈이 백 개 달린 거인 아르고스처럼 행동하는 자가 자신에 대해서는 어쩜 저렇게 눈멀 수 있을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설교하면서 팔순의 눈먼 노인을 문전박대하며 내쫓는 족속이지. 탐욕을 부리지 말라고 아우성치면서, 자기들은 황금 때문에 페루인을 학살하고 이교도들에게 짐승처럼 수레를 끌게 하지.
* 자네들은 무도한 도둑일 뿐이야! (···)도둑의 죽음은 영웅의 죽음이 될 수 없다.
* 나는 숱한 사람들 보았네. 그들의 사소한 걱정과 웅대한 구상을 보았네. 그들의 신적인 계획과 옹졸한 행위, 행복을 좇는 기이한 경쟁을 보았네. 어떤 사람은 자신이 탄 말이 잘 뛸 것을 믿고, 다른 사람은 당나귀 코를 믿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두 발을 믿는다네. 삶의 이 같은 다채로운 복권에 당첨되려 자신의 결백함과 자신의 천국을 거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결과는 모두 꽝이네. 아무도 당첨되지 않는 거지.
* 뛰어들기 전에 나락의 깊이를 먼저 따져 보게! 자네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기쁨이라도 낚아채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 자네가 눈을 뜰 순간이 올지도 모르는데, 그때가 너무 늦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
* 꽃 피어나던 황금빛 소년 시절이 이 비참한 영혼 속에 되살아나는구나. 그 시절의 너는 행복하고 온전했으며, 티 없이 밝고 명랑했는데..... 그런데 이젠....네 꿈들이 깨진 잔해만 남았구나!
* 속았어, 속았구나! 이제야 퍼뜩 정신이 드는구나! 교활한 술수였어! 아니, 이럴 수가! 아버지가 아니라 그놈의 교활한 술수였어. 교활한 술수에 넘어가 살인자와 도적이 되다니! 그 녀석이 나를 무고하고, 내 편지를 가로채서 날조했구나! 그래도 아버님의 아들이고······ 동생, 내 동생이 아닌가! 네놈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인간으로 만들다니.
* 주변이 온통 캄캄하고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있구나. 여기에서 벗어날 탈출구도 없고 길을 인도해 줄 별도 보이지 않는구나. (···)시간과 영원······ 이 둘은 단 한순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내 뒤에서 삶이라는 감옥 문을 잠그고 내 앞에서 영원한 밤이라는 숙소의 문을 열어 주는 잔혹한 열쇠여, 내게 말해 다오.
* 이제부터 형제의 연을 영원히 끊으리라! (···)아버지를 살해한 놈의 피가 이 바위 앞에 쏟아져 햇빛에 증발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낮의 햇빛을 보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 아버님은 저 때문에 세 번째로 돌아가실 겁니다! 아버님을 구해 준 이자들은 도적이자 살인자들입니다. 아버님의 아들 카를은 도적 떼의 두목입니다.
* 난 이제부터 자네들 두목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끼며 이 피 묻은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아, 끔찍한 만행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무법 행위로 법을 수호한다고 착각하다니. 이런 바보가 어디 있을까.
* 이미 망친 것은 되살릴 수 없고, 제가 쓰러뜨린 것은 영원히 다시 일어서지 못합니다. 하지만 유린당한 법과 화해하고 짓밟힌 질서를 다시 세울 힘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러려면 희생물이 필요합니다. 신선불가침한 법질서의 위엄을 만천하에 내보일 제물이 필요합니다. 나 자신이 바로 이러한 제물입니다.
* 나는 생포당하겠다. 나는 스스로 사법 당국의 수중에 들어가겠다. (···)내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 만났던 가난뱅이가 생각난다. 하루 벌어 근근이 먹고산다는데 자식이 열 한 명이라 하더구나. 큰 도적을 산 채로 잡아 오는 자에게 금화 천 냥을 준다고 했으니 그 사내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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