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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전쟁이란 말인가 - <카탈로니아 찬가>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46번.

by 이태연 Mar 15. 2025













   스페인 내전은  2차 세계대전의 발판이 된 사건입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가 스페인 내전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다룬 데 반해,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어떤 책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이다."  조지 오웰의 말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스페인 내전 중 조셉 코웰스는 민병대로 참전하여 파시즘에 대항하여 싸우게 됩니다.  공화파가 분열되며 코웰스가 속한 통일노동자당이 트로츠키주의로 몰리게 되자,  코웰스는 그곳을 탈출합니다.  영국으로 돌아온 코웰스는 수 많은 당파들의 입장을  밝혀내고 내전의 핵심 사건을 분석하며, 무고한 사람들이 잘못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을 책으로 담아냅니다.  


  *  전선은 매우 고요했다. 부상자들이 이송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가장 흥분되는 일은 파시스트 탈주병이 건너오는 것이었다.    (···)이 탈주병들이 내가 처음으로 본  <진짜> 파시스트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우리와 별다를 것이 없다는 데 놀랐다.  카키색 바지를 입었다는 것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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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전쟁이란 시끄럽게 날아다니는 발사체들과 스치며 지나가는 강철 조각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창,  이,  굶주림, 추위를 의미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적보다 추위가 더 무서웠다.  나는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추위에 대한 공포로 내내 시달렸다.  참호 속의 추위,  소름끼치는 새벽의 경계근무,  얼어붙은 소총을 들고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는 보초근무,  군화를 덮는 차가운 진흙 등을 생각하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  어쨌든 나는 생애 최초로 인간을 겨냥하여 총을 쏘아보게 되었다.  전선을 보고 나자 나는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이것이 전쟁이란 말인가!   적과는 만날 수도 없는데!   나는 참호 밑으로 머리를 박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총알 하나가 불쾌한 소리를 내며 내 귀를 스치더니 뒤편 흉벽에 가 박혔다.  슬프게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나는 그때까지 총알이 내 머리 위를 스쳐갈 때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살아왔다.  그 러나 그 동작은 본능적인 것 같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적어도 한번은 그렇게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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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을씨년스런 겨울 풍경을 둘러보며, 그 모든 쓸모 없는 짓에 놀라곤 했다.  어떤 결말에도 이르지 못하는 그런 전쟁!    (···)이제 병력과 무기,  특히나 포가 부족하여,  대규모 작전은 불가능해졌다.  각 부대는 자기가 차지한 산꼭대기에 땅을 파고 주저앉아 버렸다.  


  *  '이것은 전쟁이 아니오,'  그는 말하곤 했다.   '이따금씩 사람이 죽어나가는 희가극이오.'    (···)들것에 실려 전선을 내려오며 모포 사이로 눈부신 듯 바깥을 내다보는 하얀 얼굴의 열다섯 살짜리  스페인 소년을 보면서,  이 소년이 위장한 파시스트임을 증명하는 팸플릿을  쓰고 있는 런던이나 파리의 말쑥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  우리에게 반대하는 팸플릿을 쓰고  신문에서 우리를 헐뜯는 사람들은 모두 안전한 집에,  혹은 기껏해야 발렌시아의 신문사 사무실에 있었다.  총알과 진창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이었다.    (···)이 전쟁의 우울한 결과 가운데 하나는 좌익 언론도 우익 언론만큼이나 똑같이 거짓되고 부정직하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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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파시스트들로부터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일이 거의 없었다.  유일한 위험이라곤 유탄들뿐이었다.   (···)'언제 공격하지?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야?'   이것은 낮이나 밤이나 스페인 병사와 영국 병사가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었다.   전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면,  병사들이 전투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은 전투를 간절히 원했다.  교착 상황에서 모든 병사들은 세 가지를 갈망한다. 전투, 더 많은 담배, 일주일 간의 휴가.  


  *  나는 파시즘과 맞서 싸우기 위해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었다.  마치 수동적인 물체처럼 그냥 존재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대부분의 전쟁에서 대부분의 병사들이 겪어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  내 마음의 모든 기억들은 겨울 추위,  의용군 병사들의 넝마가 된 제복,  스페인 사람들의 달걀 같은 얼굴,  모르스 신호 같은 기관총 소리,  지린내와 빵 썩는 냄새,  더러운 접시에 담아 후루룩 들이키던 함석내 나는 콩스튜 등에 연결되어 있다.   그 식기 전체가 이상하리만큼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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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중의 변화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전쟁에 대한 일반적인 무관심은 놀랍기도 했고,  또 좀 역겹기도 했다.  마드리드나 심지어 발렌시아에서 온 사람들조차 그런 무관심에 혐오감을 느꼈다.  우선 바르셀로나가 싸움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한 가지 원인이었다. 


  *  전쟁에서 패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전쟁이 어서 끝나기를 바랐다.  어디를 가나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를 가나 무관심한 표정으로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놈의 전쟁,  끔찍하지 않아요?  이게 언제나 끝나려나?'


  *  의용군에 입대하는 것은 이제 유행이 지났다.  늘 대중의 관심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상점들은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내가 처음 바르셀로나에 왔을 때  상점들은 궁색하고 초라하긴 했지만 의용군 장비를 주로 취급했다.   (···)이제 상점들은 몰라보게 깔끔해졌다.  그러나 전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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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여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은 사기요.'   그때 나는 그 말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신문에서는 이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쟁이 끝났을 때 영국이나 프랑스에서와 같은 민주주의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뒤 스페인은 완전히 분열되고 탈진한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땅에는 독재가 들어설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  나는 줄곧 되뇌었다.  왜 나를 잡아간단 말이야?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나는 통일노동자당의 당원도 아닌데.    (···)나는 P.O.U.M. (통일노동자당)이란 활자가 크게 찍혀 있는 의용군 카드를 찢었다.    (···)그러나 제대증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 했다.  사실 제대증도 위험했다.  거기에는 29사단 직인이 찍혀 있었는데,  29사단은 곧 통일노동자당이었다.  경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제대증이 없으면 탈영병으로 체포당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스페인을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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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우리는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폭탄,  기관총,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늘어선 줄,  선전, 음모 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이 한적한 어촌에서 우리는 깊은 안도감과 고마움을 느껴야 마땅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스페인과의 거리는 멀어졌을테지만,  스페인에서 우리가 보았던 것들이 뒤로 물러나 적당한 비율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대신 쏜살같이 우리 뒤를 덮쳐,  모든 것이 전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끊임없이 스페인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꿈을 꾸었다.  


  *   다시 영국으로 왔다.  영국 남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산뜻한 풍경을 지닌 고장일 것이다.   (···)크리켓 투수모자를 쓴 남자들,  트라팔가 광장의 비둘기,  빨간버스,  파란 제복의 경찰관.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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