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콧구멍이 세 개다.
매일 아침마다 찾아오는 1학년 남자아이가 있다. 딱히 눈, 코, 입 잘생긴 구석은 없지만 엄청 귀엽다. 성격도 아가인데도 불구하고 고지식하고 정해진 규칙을 벗어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아이이다. 말도 엄청 많아서 혼자 이야기하다 돌아간다.
아침마다 오면 내 뒤를 안아 백허그를 한다. 손만 안아주는 것이 아니라, 얼굴부터 온몸으로 나를 껴안은 채 한참을 그대로 있다. 처음에는 흠칫 놀랐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사실 이 아이가 고맙기도 하다. 누가 나를 이토록 격렬하게 안아주며 사랑해 주겠는가!
한날은 아이가 와서 내 손을 꼭 잡는데, 내 손의 반만 한 자그마한 손이 오동통한 게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왼손을 잡으며 “어쩜 너는 손도 이렇게 귀엽니? 왼손은 별로 안 쓰니까 선생님 주면 안 될까?” 하고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저 왼손잡인데요? 오른손 주면 안 돼요?” 하는 거다. “그래, 그럼 네 오른손은 선생님 거다.” 하며 옆에 있는 선생님과 함께 “까르르” 웃었다.
그때, 아이의 마스크 사이로 아주 작은 코가 보였다. 콧대가 납작하니 내 엄지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코가 아주 귀여웠다. “와우! 아가야 너는 어쩜 코도 이렇게 귀엽니?” 하며 더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손은 도로 줄 테니 네 코 나한테 주라.”
아이는 대뜸 “안 돼요, 그럼 숨을 못 쉬고 죽잖아요.” 하며 나름 심각하게 대답했다. 나는 다시 “그래, 그럼 코 말고 왼쪽 콧구멍 하나만 주는 건 어때?”라고 다시 물었다. 아이는 다시 고민하더니 “알겠어요. 콧구멍 하나만 선생님 줄게요.”
“야호! 신난다. 이쁜 콧구멍 생겼다. 앞으로 네 왼쪽 콧구멍은 선생님 거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갑자기 콧구멍이 세 개가 돼버렸다.
삶은 개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