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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Jun 12. 2024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머리가 생각보다 뽀글뽀글 나왔다. 마치 히피펌처럼 나와서 제대로 변신했다. '아, 학교 가면 난리겠구먼!'


다음날 출근하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녔지만 거의 나의 변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종일 선생님 한분과 두 명의 아이가 알아보는 정도, 혼자 김칫국을 사발로 마신 격이었다. 


며칠 뒤 목이 붓더니 몸살이 나서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센 약도 처방받았다. 출근해야 하니까 넉넉하게 4일 치를 지어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니 얼굴이 퉁퉁 붓고 오후가 되니 손가락과 발 전체가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약부작용이었다는;;;)


다음날 일어나 보니 더 가관이었다. 가족들도 놀랄 정도로 거울 속 내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 이런 얼굴에 화장도 의미 없기에 생얼로 출근했다. '이 얼굴로 출근하면 다들 놀랠 텐데, 마스크라도 써야 하나...'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내 얼굴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오후가 되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내 얼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 얼굴을 보고 걱정 어린 반응이나 못생겨진 얼굴로 인해 

웃음을 터뜨릴 반응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의 기우였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하며 배시시 웃음이 났다. 내게 관심 없는 이 사회가 이렇게나 기분이 좋다니, 이 관심 없음이 행복하기까지 했다. 


평소에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사람들은 네게 관심이 없어. 그러니까 편하게 해."라고 조언하곤 했는데, 나의 조언은 찐이었다. 내가 예뻐져도, 내 얼굴이 선풍기 아줌마의 얼굴처럼 부어도 자신에게 큰 영향이 없는 한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건 섭섭할 일이 아니다.

 각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고, 예전과는 다른 사회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과한 관심을 보이던 과거의 문화 속에는 정작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거의 없었고, 사람들은 남을 의식해 살아가는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살아갔다. 과거와 현재의 중간자적 삶을 살아가는 나는 과감하게 어정쩡함을 버리고 나의 삶을 들여다봤고, 지금의 이 관심 없음이 편하고 즐겁게 느껴진다.


관심 없음이 곧 무관심은 아니다. 무관심은 말 그대로 관심 자체가 없어 관계 또한 맺지 않는 것인데, 이 관심 없음은 관계는 맺으나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예의를 지키며 알지만 굳이 아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봐도 퉁퉁 부어 못생긴 얼굴인 줄 아는데 굳이 "얼굴이 왜 이래? 겁나 퉁퉁 부었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관종이 판치는 세상 속에 관심 안 받아서 즐겁게 글 쓰는 이질적인 나 또한 아이러니다. 

나도 이 사회 속에서 눈길은 주지만 굳이 알은체는 하지 않으며. 건들지 않으나 마음길은 흘려주는 관심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삶은 소중하고 각자의 삶은 존중하는 그런 이중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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