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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Nov 01. 2023

아침 라테는 행복이다

 직장인들이 회사 1층 카페에서 카페 라테를 사서 마시며 출근하는 것, 이것은 나의 오래된 로망이다. 학교에는 카페는 물론이고 매점도 없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각자 집에서 커피를 내려오거나 학교에 비치되어 있는 믹스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건 어렵지 않으나, 우유 거품이 들어간 고소한 라테를 마시는 건 불가능하다. 못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어쩌다 아침에 라테를 손에 쥐면 그렇게나 행복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건 의지를 갖고 하는 나는 여러 방식으로 라테를 마시려 노력했다. 일단 학교 가까이 남편의 회사가 있을 때(남편은 서울 각 지사로 옮겨 다닌다), 남편이 차를 회사에 놓고 올 경우, 데려다주며 라테를 차비로 받아냈다. 아예 그 커피집에 돈을 맡기고 커피를 살 정도였다. 


 또는 15분 정도를 더 돌아서 아침에 문을 여는 ‘별 다방’에 가서 사 오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반 정도를 카풀하는 선생님과 가는 길에 문 여는 카페로 종종 전화로 주문해서 테이크 아웃으로 받아 마시기도 했다. 


 지금도 금요일이나 방학식처럼 특별한 날은 아침 일찍 만나 별 다방에 가서 ‘바닐라 라테’를 마시며 잠깐의 힐링 타임을 갖기도 한다. 이렇게 나의 라테 역사는 깊다. 


 오늘 아침, 아메리카노 두 모금을 마시는 중에 같은 층의 상담 선생님이 커피를 들고 오셔서 “라테가 먹고 싶어 기계를 집에서 들고 왔어요. 별다방 라테니 드셔보세요.”하며 예쁜 컵에 담아 오셨다. “우왁, 라테에요?”라며 반색하며 받아 마셨다. 


 우유 거품이 뭉게뭉게 올라오며 초콜릿 빛이 도는, 고소하고 적당히 달콤한 향내를 풍기며 입안으로 소용돌이치며 들어오는 카페인의 힘! 이것이 바로 극락이었다. 나와 다른 선생님은 ‘도대체 이 기계가 무엇인가?’하고 구경도 하러 다녀왔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삶이 행복해지는 것 중 하나는 단연코 아침 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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