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6학년 중에 저학년 때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다시 돌아온 아이가 있다. 저학년 때는 내성적이고 야무진 아이였는데 2년여의 시간 동안 아이는 아주 쾌활하고 유쾌한 덤벙대는 성격으로 변해 돌아왔다. 예전 모습도, 지금 모습도 사랑스러운 아이다.
이 친구는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활동 시간이면 나를 찾아오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쉬는 시간에 체육실에 가다가 생각났다고 불쑥 찾아왔다. 하필 쉬는 시간이라 과자 한 조각을 먹고 있었는데 이 친구에게 딱 걸려버렸다. "너 내가 과자 먹고 있는 거 알고 찾아온 거지?" 하니 아이가 배시시 웃길래 입에 한 조각을 넣어 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말에서는 애교가 넘쳐흘렀다. 돌아가면서 아이는 "선생님 사랑해요." 하며 하트를 만들어 주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하굣길이든 마주칠 때마다 아이는 나를 향해 사랑고백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난 깜짝깜짝 놀란다. 1~2학년 아이들도 간혹 "사랑해요."라고 이야기해 주지만 아가들은 세상 전부를 사랑하기에 받는 느낌이 다르다.
내가 어디 가서 저런 순수하고 예쁜 사랑을 이렇게나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사랑받을 일을 해서가 아닌 그냥 사랑해 주는 이 아이에게 감사하다. 무뎌진 내 삶에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이가 있어 감사하다. 특별하지 않은 나에게 고백해 주어 위로하고 설레게 한다. 이토록 사랑받는 교사가 되게 해 주니 감사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오늘, 아이의 고백으로 특별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