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 만난 독립서점
강화도의 숙소를 찾아가는 길, 어느 초등학교 앞에서 서행으로 지나가다 우연찮게 작은 서점을 보게 되었다. 시멘트에 페인트 칠을 한 너무나 소박해 보이는 외관의 서점은 학교 앞이라는 것을 빼고는 참 생뚱맞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잠깐만!"을 외치고 두 번의 유턴으로 서점을 방문할 수 있었다. 들어간 서점은 역시나 작았다. 전국의 여행지를 갈 때마다 독립서점을 찾아 방문하곤 하는데 대부분의 독립서점은 작은 규모였다. 쉬기 위해 가는 길이라 아무 생각 없이 떠나왔는데 뜻밖의 선물을 만난 느낌이었다.
이곳의 첫 느낌은 아기자기한 선물 꾸러미 같았다. 일반적인 독립서점처럼 그 지역의 굿즈들을 만들어 파는 공간이 많았고 블링블링한 액세서리도 오목조목 자리 잡고 있었다. 구석에 작게 자리 잡은 책을 읽는 공간은 소소하니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내 눈에 들어온 이 집만의 특징은 책방지기가 모든 책의 소개를 글로 써서 책 옆에 붙여둔 것이다. 독립서점에 가면 몇 개의 책들에 소개나 감상을 적어 띄엄띄엄 붙여두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서점은 모든 책에 메모들이 가득 붙여있어 신박했다. 마치 책방지기가 많은 책 중 애정하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들만 모아 전시하는 것 같은, 책들이 사랑받는 자식 같이 느껴졌다.
사랑받는 아이들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한 권씩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독립 서적들이라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는 책들이 즐비했고 목차부터 글의 구성과 주제, 글자체와 글자 포인트, 삽화까지 자세히 훑어보았다. 늘 그랬듯이 독립서점에 갈 때면 꼭 책 1권 이상은 구매한다. 독립서점의 운영이 녹록지 않으니 뜨내기손님일지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느낌의 책과 독특한 주제로 묶은 사진엽서 묶음을 구매했다. 그랬더니 감사하다고 깜찍한 책갈피를 두 개나 주셨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은 뒤 나오면서 "와,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자그마한 가게 자리에 많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전시하고 소개하며 들어오는 손님들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적절하게 안내해주기도 하고, 다양한 동아리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소통하며, 도서 굿즈를 제작하여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내 이름을 딴 독립서점을 운영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게다가 작은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아 돈을 벌기보다는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 위에 정서적인 충만함을 벌고 싶다. 내일이 오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마음, 월요병이 걸리지 않는 직업, 하면 할수록 비워지는 것이 아닌 채워지는 노동, 생각하면 심란함이 아닌 미소가 띠어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
지방 어딘가에서 긴 텀을 가지고 내 스타일 대로 일할 수 있는 것을 꿈꾼다. 큰 서점에 다녀오면 이런 생각이 쭈그려지는데 이 서점을 다녀오니 용기를 얻게 된다. 마치 미국에 가면 영어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접게 되는데 필리핀을 다녀오면 더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이 작지만 꽉 찬듯한 서점을 다녀오며 내 꿈도 작지만 꽉 차게 채워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