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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Jun 13. 2024

냄비 안에 곱게 들어앉은 계란찜

 역사 인문학 강의를 맡은 뒤, 공부할 양이 많아져 스터디 카페에 등록해 다녔다. 하루는 공부하는 중에 에어컨이 세서 으슬으슬했지만 귀찮아서 그냥 앉아 공부했다. 역시나 다음날 바로 목이 부어버렸다. 참고 일하니 다음 날에는 몸살로 번져버렸다. 이 저주받은 몸뚱이!


 주말 내내 약 먹고 잠만 잤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안쓰러웠나 보다. 

나보다 먼저 출근하는 남편은 가끔 두부부침이나 계란말이 등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식을 해놓을 때가 있다. 이날도 잠에 취해 몽롱한 상태인 내게 "약 먹어야 하니까 아침 잘 먹고 출근해. 계란찜 해놨으니까 다 먹고 가."


 대충 씻고 무거운 몸을 끌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너무 오래 잤더니 허리가 뽀사지는 느낌이었고 입안은 깔깔했다. 억지로 밥을 먹으려니 더 먹기 싫었다. 그러다 레인지 위에 냄비가 있길래 '뭐지?'하고 열어 보았다. 

 너무도 얌전하게 들어앉아 있는 계란찜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마치 깊은 구중궁궐 속 고고하게 앉은 중전마마 같은 기품이 느껴진달까? 겹겹이 쳐 있는 받침 위에 계란찜은 신비스러운 김을 뿜으며 좌정해 있었다. 


 모양새도 좋았지만 맛도 있었다. 나는 사진으로 남기고 정성은 마음에 남겼다. 

 얼마 뒤 다행히 더 심해지지 않고 회복되었다. 약보다 더 용한 계란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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