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6학년 학부모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사적으로 연락드려 실례가 될 것 같아 망설이다가..."로 시작했다.
에고 아침부터 귀찮아지겠구나!
대부분의 이런 문자는 컴플레인인 경우라서 아침부터 기분이 언짢아지려 했다.
그러나 뒷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설레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우연히 국어교과서에 쓰여있는 ㅇㅇ이의 글을 보고는 선생님이 오늘 하루도 힘차게 아이들과 함께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이가 교과서에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 주셨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존경할 만한 멘토 같은 사람은 누구인지, 그 사람에게 드는 마음은 어떤 지 글로 쓰는 것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행복하고 너무 뿌듯했다. '오, 내가 이런 선생님이란 말이지!'
잠시 뒤 드는 생각은 '아, 나 잘해야겠다.' 내가 이 아이에게 초석이 될 만큼의 영향력이 있다는데, 나 진짜 잘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어른들은 머리로 보지만, 아이들은 마음으로 본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은 훨씬 더 예리하고 정확하다. 아이들의 판단은 그 순간에는 표현되지 않지만 훗날 성장하며 누누이 영향을 미치게 되니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은 무서우리 만큼 조심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고민하다 보내주신 어머님의 마음과 이리 글로 나에 대한 마음을 써준 아이의 사랑이 참 감사한 날이었다. 또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사유하게 된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간간히 이런 선물 같은 일이 있으니 선생님으로 사는 게 행복한 1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