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면세점을 구경했다. 엄마와 나는 판도라 브랜드의 은 제품들을 좋아하는데, 문득 이 여행을 기념하고 싶었는지 엄마가 반지를 하나 고르라고 했다. 똑같은 반지를 다른 사이즈로 나눠 끼고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저가항공의 비행기에서는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무거웠지만 아이패드를 굳이 챙겨, 보고 싶은 영화를 저장했다. 나는 영화를 두 편 봤고, 엄마는 조금 자나 싶더니 라이트를 켜서 바느질을 하셨다.(엄마의 취미는 퀼트)
타국에 도착하면 있는 힘껏 공기를 들이마셔 본다. 그 도시의 향을 느껴보고 싶어서. 치앙마이의 첫인상은 편안함이었다. 밤늦은 시간이라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태국은 90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서, 입국 심사도 아주 빠르게 끝났다. 숙소까지 가는 방법은 다양한 편이었지만, 늦은 시간인 데다 얼른 씻고 싶은 생각에 공항 정찰제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보통 님만해민 쪽으로 여행자들이 숙소를 많이 잡는다던데, 나는 올드타운 위쪽으로 정했다. 신시가지보다는 구시가지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올드타운까지 택시비는 150밧. 카운터에서 접수지를 받아 다른 여행자들을 따라 택시 승강장으로 간다.
공항이 크진 않았지만, 좋았다. 그냥 나는 태국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승합차 정도 크기의 택시에 캐리어 2개를 영차 올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다행스레 그렇게까지 덥진 않은 것 같았다.
엄마는 약간 긴장한 것 같아 보였는데, 그래도 약간은 설레어하는 게 보였다. 자연스레 내가 처음 동남아에 도착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땐 뭐가 뭔지도 몰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괜히 탈 날까 봐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사실 동남아에서 뭘 먹고 탈 났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두리번거리며 밤의 치앙마이를 보다 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마지막 체크인이었는지, 테이블 위에 우리를 위한 서류가 놓여 있었다. 그리 큰 호텔은 아니었지만, 깨끗해 보였고, 처음 만난 직원이 차분하게 천천히 설명해 줘서 체크인을 무사히 마쳤다. 엄마를 위해 숙소를 굉장히 신경 써서 골랐다. 다행스레 깨끗하고 뽀송하고 넓어서 이곳에서만 7박을 머물기로 결정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배고플 것 같아 공항에서 뭐 좀 사가자 했더니, 엄마가 그냥 일찍 자고 내일 먹자고 했다. 배고픔을 유독 못 참는 엄마인데, 잠이 더 필요했나 보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에어컨 온도를 설정하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폈다. 오랜만의 비행이 피곤했는지, 걱정할 것 없이 엄마는 빠르게 잠에 들었다.
여행지에서마다, 엄마는 늘 한 발 뒤에 떨어져 있는다. 내가 무언가를 해결할 때까지 그저 기다린다. 어느 날은 그게 너무 화가 나서, 왜 아무것도 안 하느냐고 엄마를 다그쳤다. 내가 없어도 엄마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 나이 들어가는 엄마를 볼 때 애틋하기보단 화가 났다. 엄마가 나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섭리를 거스를 순 없으니.
그래서 나는 엄마가 나이 들어도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 근데 별 수 없이 그건 내 치기 어린 마음뿐일 테지. 하지만 여전히 그 마음들의 타협점을 잡기 어렵다. 덕분에 엄마를 계속 다그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게 엄마와 나에게 더 좋은 방향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