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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May 20. 2024

컴퓨터를 컴퓨터라고 하지 않는 유일한 언어, 프랑스

프랑스어는 외래어를 수용할 때 회의까지 한다고?



많은 언어들이 그러하지만,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언어문화권 중 하나로 바로 프랑스어가 꼽히곤 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로 물어보면 대답해주지 않는다는 엄청난 오해와 악명이 그 자부심의 전부가 아니겠지요. 서유럽 국가 중 영어 구사율이 낮은 것도 사실이며, 불어로 부탁이나 질문을 했을 때 더 친절한 것도 단지 느낌만은 아닙니다. 꼭 성공적으로 모든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 실례합니다, 제가 길을 잃어서 그러는데 아직 프랑스어가 미숙해서요. 혹시 영어 할 수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일단 불어로 하고 나면 대답은 언제나 "당연하지. 가야 하는 곳이 어디예요”였습니다. 하지만 악명과는 달리 의외로 소도시까지도 웬만한 사람들은 영어를 할 수 있으며 그렇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처럼 공교육으로 영어를 학습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배웠던 외국어를 사용하길 즐기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 본인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이들은 자부심이라는 마음의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에까지 닿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외래어를 수용할 때 회의를 거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나 와이파이 같은 새로운 기술 용어나 외래어를 수용할 때, 이를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혹은 다른 프랑스어 표현을 만들 것인지를 하나하나 토론하여 결정합니다. 언어의 변화와 새로운 단어의 도입 앞에서 신중한 태도도, 번거로운 과정을 직접 하는 사람과 단체가 있다는 사실도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언어란 본래 유동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라 그대로 두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향과 흐름을 반영하여 정착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아서 정착하도록 두지 않고 그러한 흐름 앞에 서서 신중한 태도로 임한다는 것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외래어인 ‘컴퓨터’를 유일하게 ‘컴퓨터’라고 하지 않는 언어도 프랑스어라고 합니다. 그대로 사용하는 외래어와 그렇지 않은 많은 외래어가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하니 각각의 이유도 궁금해지고 더 잘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Wifi나 Smartphone은 그대로 Wifi와 Smartphone으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반면 SNS의 경우에는 Social network system의 의미를 번역하여 Réseau social(사회 연결망)이라고 합니다. 한번 정착된 언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그렇기에 단어의 수용을 위해 경유하는 과정. 이러한 과정의 존재 여부에서 저는 언어를 향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한 언어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애정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자부심이자 축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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