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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Jun 03. 2024

나무창과 유리창의 공존

스트라스부르의 건물들을 바라보고 그리면서 하게 된 상상들

 


 하나의 구멍에 위치한 두 가지의 이질적인 창문에는 제각기의 시간이 흐르는 듯합니다. 두 물성의 만남이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지점인 창문에서 이루어진 것은 많은 상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건물에 시간이 묻어있는 유럽의 도시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기존의 창문과 비교적 최근에 설치한 유리창이 공존합니다. 아래 사진은 스트라스부르라는 프랑스의 가장 동쪽에 있는 도시인데요, 재료의 통일성과 형태의 다양성이 이 도시를 유독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지나가기에는 두 재료의 만남이 마치 전통의상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이질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래된 모든 것의 보존에 큰 가치를 두는 문화를 고려하더라도, 유리창을 설치하면서도 나무창을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Strasbourg / 사진출처 본인

 

 

 이곳의 오래된 건물은 대체로 두 겹의 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불투명한 나무이며, 창틀이나 문, 또는 주변의 건물과 비슷한 재료이고, 닫았을 때 바람을 통과시키지만 빛은 잘 통과해내지 못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반대로 투명하고 바람은 통과시키지 못하지만 빛을 통과시킵니다. 오래된 건물과 공존하는 방식을 아주 잘 볼 수 있는 건물의 한 요소가 창이지 않을까 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흔히 쓰는 유리창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람과 빛을 동시에 원할 때에는 그저 열어두면 되고 바람을 원치 않고 빛을 원할 때에는 닫아두면 되겠지요. 하지만 밤공기가 선선한 여름날이나 한낮의 낮잠처럼 빛은 원하지 않지만 바람을 원할 때에는? 


 도시를 걸으며 유독 특이하게 느껴지는 창과 문을 작은 노트에 그리다가 하게 된 재미있는 상상입니다. 특히나 창문의 살을 하나씩 그리면서요. 길거리에 서서 투시법과 원근법을 고려하며 건물을 그릴 때면 장식적인 난간이나 반복적인 창살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요소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버티칼처럼 많은 살을 그리다 보니 그 사이로 바람이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오래된 나무창의 존재여부가 빛은 원하지 않지만 바람은 원하는 그런 상황들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살았던 대로 사는 것일 수도 있으며, 이유는 복합적일 테니까요. 그러나 언제나 건물 전체의 통일성과 미관을 위해서라고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무창만의 기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했고, 이 가능성은 창문에 대한 상상을 훨씬 풍요롭게 해 주었습니다. 


 좋은 건물의 정의란 기능과 일상생활, 미관, 견고함 등 다양한 기준 앞에 놓일 수 있습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 기본이겠지요. 이를 기반으로 생활이 편리하고 동선이 잘 짜인 건물이 좋은 건축물일 수 있습니다. 또는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의 미학을 가진 건물일 수도 있고, 잘 빠진 구조의 아파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여행자의 시선에서 좋은 건물이란 상상에 대한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궁금해지는 곳, 복합적인 시간이 제각기로 흘렀음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창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갔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오래되고 무거운 나무문, 틀림없이 삶에 대한 가볍고도 진지한 고찰이 오갔을 듯한 발코니의 난간, 안에서 바라본 외부가 궁금해지는 다락방의 창문, 몇 번이나 교체되었을지 궁금한 지붕...  그리고 창문의 모습은 내부에 대한 상상을 용이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지, 안은 또 어떤 모습일지 등 상상의 가능성은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창문은 외부와 내부의 중간지대이자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창구입니다



Strasbourg / 사진출처 본인



 오래된 건축물의 가치는 그 지역의 하늘과 땅을 읽을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예전의 건물은 틀림없이 그 지역이나 주변에서 가져오기 쉬운 재료로 지어졌을 테니까요. 지방의 나무의 종류와 돌의 종류가 모두 다르며 대리석이 많이 나는 지역인지 사암이 많이 있는 곳인지도 건물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둥과 건물의 전체로 땅을 읽고 지붕을 보면 하늘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지붕의 경사가 대체로 가파른 곳은 강수량이 많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오래된 작은 건축물의 보존 가치는 그 지역의 자연에서 온 재료와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건축물을 관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성당처럼 많은 정성과 인력과 시간과 돈이 들어간 커다란 건축물뿐만이 아니라 작은 건물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과 지역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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