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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Oct 21. 2021

생명 현상을 물리학으로 이해한다고? 그게 말이 돼?

   생명을 물리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최근까지도 낯선 아이디어였다. 과학자이든 아니든 생물물리학은 새로운 단어였다. 심지어 물리학계 내에서도 학문으로 인정받는데 시간이 걸렸다. 한국물리학회에서 생물물리학이 물리학의 분과 학문으로 인정받은 게 2019년이었다. 

  생물물리학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경계에 있는 학문이다. 따라서 생물물리학자는 물리, 생물, 화학을 동시에 알아야 하고, 세 분야 연구자와 대화하고 협업할 일이 자주 있다. 과학계에는 물리학이 싫어서 생명과학을 연구한다는 사람과, 반대로 생명과학이 싫어서 물리학은 선택했다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현대 과학에서 최신 지식을 생산하고 있는 물리학과 생물학은 이렇게 간격이 크다. 

   특히 인간의 생각과 심리에 관한 오래된 질문을 과학으로 밝히는 뇌과학과 심리학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융합이 특징이다.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유용한 자기공명영상(MRI)은 물리학자들이 만든 핵자기공명(NMR)의 다른 이름이다.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뇌와 마음을 들여다 보는데 이 장비를 활용한다.  

  물리학자와 생물학자의 대화는 종종 불편한 공기를 배출한다. 물리학자는 생물물리학 연구가 생물학이라고 말하고, 생물학자는 생물물리학자에게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양쪽에 낄 때면 생물물리학자는 물리학자와 측정 도구와 숫자로 말하고, 생물학자와는 개체 특이성과 통계로 소통한다. 다른 자연과학과 달리 물리학이 두드러지게 기여하는 영역인 측정 장비 개발을 공통 영역에 두면, 생물물리학자는 물리학자와 같은 그룹에 속할 수 있다. 반면 생물학은 세포와 모델 생물을 포함해 생명체를 직접 다룬다는 게 고유한 학문의 특성이다. 생물물리학자는 생물학자와 생체 시료를 다루는 어려움을 공유할 때 동일한 연구 분야에 속한다고 여긴다. 생물물리학자는 두 학문의 경계에 있는 만큼 양쪽에서 보지 못하는 걸 볼 때도 있다. 

  에릭 베치그와 함께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슈테판 헬도 역시 무명 연구자로 떠돌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현미경 개발은 그리 유망한 주제가 아니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몇 년 동안 옮겨 다녀야 했고, 과학에서는 변방에 가까웠던 핀란드에서도 3년을 보냈다. 2020년 11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주최한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에 헬이 초청을 받았다. 여기서 헬은 자신의 연구가 “물리학에서 지엽적인 주제라고 느꼈고, 주목을 받을 거라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도 연구를 막 시작할 시기에는 자신의 연구 주제가 주류 물리학이 아니라고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독일의 대표적인 과학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두 개의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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