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아이들의 세상이다. 교사는 그 세계에 들어가는 손님이다.
— 톰 헌터 (Tom Hunter), 통합교육 실천가
처음 교실 앞에 섰을 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익숙함과 낯섦이 엇갈리고 있었다.
분명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섰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진짜로 연결될 수 있을까? 혹시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처음엔 장애통합 교사의 일이 뭐 그렇게 특별할까 싶었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알게 되었다.
그 교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차이를 마주하는 연습'이자, '마음을 연결하는 훈련'의 공간이었다.
처음 만난 아이들 중 한 명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손끝을 흔들며 자신의 세계 안에서 움직였다
또 다른 아이는 너무 산만했다.
수업 흐름을 끊고, 한순간도 가만있지를 않았다.
교실을 뛰어다니고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고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아이들도, 각각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마다 머릿속에 배운 이론과 매뉴얼을 꺼내보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느껴지는 건 단 하나였다.
나는 이 교실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휴게 시간에 숨을 고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어렵지?”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시에, 나 자신을 이해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선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있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전부였다.
평가받는 느낌, 동료 교사들의 시선, 학부모의 기대…
그러나 욕심을 낼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고 거듭되는 절망감에 지쳐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여기는 어디? 나는 무엇을 하고 있지? '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텅 빈 듯 느껴졌다.
출근을 하면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가는지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가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저녁을 먹자마자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잠들었다.
아침이 어찌나 두렵고 싫었던지...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다고 당장 그만둘 수는 없었다.
학급을 맡으면 최소한 1년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견뎌야 할 직종이 교사라는 자리였다.
학급을 마치기 전 이직은 약점이 되고, 아이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억지로 하루를 견디고, 안간힘을 쓰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근근이 한 달을 버텼다.
매일 다양한 문제들이 생겼지만 그러는 중에도 아이들도 나도 서로에게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건 ‘완벽한 교사’가 아니었다.
실수하더라도, 도망가지 않고 다시 그 자리에 서려는 마음이 더 크게 전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 그 교실 문을 열던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조여 온다.
하지만 그날의 떨림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를 계속 되묻게 한다.
그것은 책임이 아닌 ‘관계의 시작’이었고, 교육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교실이 던지는 질문들 속에서, ‘같이’의 의미를 조금씩 배워나갔다.
부족했지만, 진심이었다. 서툴렀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교실은, 내게 아주 특별한 장소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