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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마스크

사랑이 담긴 면 100% 천 마스크

Aloha,


독감이 유행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났습니다. 마스크를 보니 아직도 2020년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가 없어 온 세상이 난리 났던 일이 자연스레 생각납니다. 


2020년 초, 하와이도 마스크 대란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손 세정제 (Hand Sanitizer)와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마스크가 없어서 난리인데, 당연히 오아후 섬으로 물건을 싣고 들어오는 배들 중에서 마스크가 있을 확률은 극히 낮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섬이라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마스크를 안 끼고 밖을 다니면 삽시간에 코로나가 더 퍼질 것은 안 봐도 뻔했습니다.

East West Center 선배님들이 보내주셨던 일회용 마스크는 모든 기숙사 학생들에게 동일한 수량으로 분배되었습니다.

East West Center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일회용 마스크를 보내주고,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주는 선배도 있어 저는 비교적 마스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이었습니다. 뉴스에서 마스크는 한 번만 쓰고 버리라는데 워낙 귀한 일회용 마스크여서 아끼고 아껴 몇 번이고 사용한 후에 버렸던 기억도 납니다.


평소에 미술이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지 강조하시던 한 미대 교수님께서 '100% 면 마스크' 프로젝트를 시작하셨습니다. 재봉틀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마스크 만들기, 재봉틀을 사용을 잘 못하는 사람은 천을 자르기, 완성된 마스크를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쉼터에 기증하기, 100% 면으로 된 천 구하기 등 역할 분담을 하고 구글 이메일로 실시간 현황 업데이트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셨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천은 버스정류장에서 가깝지만 조금은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는 아이스 박스 안에 있었습니다. 재봉틀 사용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저는 천 자르기 조를 신청하여 몇 번 잘라봤었습니다. 단순히 천을 자르는 것인데도 많이 안 다뤄본 '재료'여서 그런지 애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순한 천 자르기도 시간이 꽤 걸렸던 지난날.

많은 이들의 사랑이 듬뿍 담겼던 천 마스크가 완성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나눔 되는 것을 직접 보면서  미술이 어떻게 사회와 더 가까워져야 하는지 피부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천 마스크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부족한 일회용 마스크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패턴의 알록달록 천 마스크가 시중에 나오는 것을 보며 마음 한 구석에 더 이상 일회용 마스크를 못 구하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자리 잡았었습니다. 

시중에서 팔기 시작하던 귀여워 패턴의 알로하 마스크

이 글을 쓰며 EWC 선배님들처럼 후배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길,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다시 한번 마음먹어 봅니다. 독감 조심하시고,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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