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서 울고 슬퍼서 우는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서로의 본업은 등한시한 채 서로 알콩달콩 놀기만 하는 것을 본 옥황상제가 은하수를 가운데에 두고 떨어져 살게 했다. 둘은 1년에 딱 한번 칠월칠석에 만날 수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날 수 있는 날이 왔지만 은하수 때문에 만날 수가 없었다. 까마귀와 까치가 날아와 오작교를 만들어 주었고, 견우와 직녀는 오작교에서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오작교' 역할을 한 까마귀와 까치는 칠석날이 지나면 머리가 벗겨져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한국과 중국은 칠월칠석을 음력으로 세시명절을 쇠지만, 일본은 양력으로 '七夕(타나바타)'란 축제를 한다. 한국의, 그리고 한국만의 전통 설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료를 찾다 보니 동아시아권에 널리 알려진 설화여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에 흘리는 눈물이 인간 세상엔 '비'로 내린다는 점이 너무 흥미로웠다. 견우와 직녀의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 일 년 만에 만나 너무 '기뻐서' 울었을 것이고, 그다음 날엔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리움과 슬픔이 섞인 '애달픈' 눈물이 아닐까. 내가 기쁠 땐 울기보다는 웃는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기뻐서' 운다는 것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어려운 감정이었다. 얼마나 기쁘기에 눈물까지 나는 것일까. 프러포즈받는 여성분들이 눈물 흘리는 짧은 영상들은 많이 봤지만, 아직 미혼인 나는 알기 힘든 감정이다. 흠...... 난 프러포즈받으면 미소 지으며 웃을 것 같은데...... 기쁘면 웃어야지!
리서치를 하며 알고리즘의 흐름을 맡기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일본의 아이돌 '아라시'의 멤버인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인터뷰 영상 클립 ¹을 본 적이 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좋아하는 노래였는지 가수였는지 인터뷰의 포인트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Radwimps의 유심론(有心論) ² 이란 노래 중에서 좋아하는 구절을 이야기했었다.
君があまりにも綺麗に泣くから 僕は思わず横で笑ったよ
네가 너무나도 예쁘게 우니까, 난 무심코 옆에서 웃었어
すると君もつられて笑うから 僕は嬉しくて泣く 泣く
그러면 너도 따라서 웃으니까 나는 기뻐서 울고, 울어
유레카! 이 가사를 보니 왠지 견우와 직녀가 만났을 때 저런 상황이지 않을까. 직녀가 견우를 먼저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직녀의 우는 모습도 이쁘게 보일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는 견우. 서로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하나 보다. 부럽다. 옥황상제가 괜스레 미워진다. 일 년에 한 번 만나게 해 준다고 해놓고선, 알고 보니 마땅한 대책도 없었다. 일 년에 한 번 오로지 '오작교'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인연을 가진 연인이라니 아무래도 정말 너무한다 싶었다. 하와이에서는 무지개를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주 볼 수 있는 하와이 무지개다리가 오작교 위치에 있다면 견우와 직녀가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 울고 이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연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무지개'라는 그림을 그렸다.
견우와 직녀, 두 별이 이젠 행복한 꽃길만 걷길 바라는 마음에 '꽃 별 ³' 이란 제목으로 학과 갤러리에 전시 프로포절을 제출했고, 통과가 되어 5번째 개인전을 할 수 있었다. 통유리창이 매력적인 어항 같은 구조의 갤러리였다. 갤러리가 참 이뻤는데. 이 글을 쓰다보나 언젠가 다시 한번 더 같은 갤러리에서 전시해보고 싶어졌다. 전시 프로포절 다시 열심히 써 봐야지!
칠월칠석인 오늘, 견우와 직녀는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마 무지개다리에서 虹(니지, 무지개)⁴라는 니노미야의 곡 가사처럼 이쁘게 만나고 있을 것 만 같다. 꽃길만 걷고, 행복하고 알콩 달콩 잘 지내고 있길!
1. 기뻐서 우는 것의 리서치가 유튜브 알고리즘까지 흘러갔었다. 최근 다시 그 영상 클립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못 찾아서 나의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적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노래 구절을 좋아하는 이유도 말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2. Radwimps의 유심론(有心論)은 가사가 참 독특하다. Radwimps만의 색깔이 있는 멜로디 라인도 참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c2y8Ba3WwPY
3. 5번째 개인전을 준비할 때는 졸업전시 프로포절 및 석사 학위 청구전 작품들도 같이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피로 곰 100마리를 어깨에 올려두고 생활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링크는 5번째 개인전 관련 링크다.
https://hawaii.edu/art/mary-kim/
4.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솔로곡 虹
https://m.youtube.com/watch?v=iphp6BnGt5s&list=OLAK5uy_mPagdxWXUsPJV3_2yo6U93PboJIDnej20&index=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