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과 함께하는 다이아몬드 헤드 하이킹
오아후섬에 '보석'이 하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엔 세상에서 제일 큰 보석 같다.
정답은 바로 '다이아몬드' 헤드 (Diamond Head)이다. 1825년 영국의 선원들이 이 사화산 분화구의 암석(방해석)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보고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와이 사람들은 '레 아히(Lē'ahi)'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참치 ¹ 등 지느러미이다. 내 눈엔 작은 보석들이 총총 박혀 있는 작은 왕관 옆모습 같다. 오아후 섬에 가서 이 산을 보며 어떤 모양인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꽤 쏠쏠할 것 같다.
말라사다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아침식사를 마칠 때 즈음엔 칠흑 같은 어둠은 사라지고 세상은 점점 환하게 밝아진다. 부랴부랴 다이아몬드 헤드 (Diamond Head)로 출발해야 일출을 볼 수 있다. 밝아져 오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져만 갔다. 평소에는 잘 타지 않던 우버를 타고 다이아몬드 헤드로 부랴부랴 출발했다. 다이아몬드 헤드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동차나 버스, 우버(택시), 혹은 트롤리를 타고 갈 수도 있고, Biki자전거를 대여해서 갈 수도 있다. 평지부터 걸어서 갈 수도 있고, 하프 마라톤 연습 삼아 뛰어서 가볼 수도 있다. 참고로 하와이에서 하프 마라톤 코스는 대부분 (이라고 적지만 99%) 다이아몬드 헤드를 도는 코스가 있다. 각자의 상황과 체력에 맞게 다이아몬드 헤드로 가면 된다. 정답은 없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하이킹 시작이다. 남녀노소 다 '가볍게' 도전해볼 수 있는 코스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마지막 99계단 코스만 뺀다면 정말 무난한 코스였다. 계단도 보기에만 어마 무시하지 막상 오르기 시작하면 금방 끝나버려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무난한 하이킹 코스로 기억되고 있다. 동생과 올라갔을 땐 이쁘게 화창하던 일출을 볼 수 있었고, 대학교 후배와 갔을 땐 조금 특별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비가 올 것 같이 흐린 와중에 해는 떠 오르고 있고, 오아후 도심이 보이는 부분에는 잿빛 구름 사이로 무지개 한 조각이 떠 있었다.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무서움도 잊고 하염없이 그 무지개 조각을 바라봤다. 정말 아름다웠다. 왠지 와이키키 해변에 아일랜드에서 휴가 온 레프러칸(레프러콘, Leprechaun) ² 요정이 휴가 온 기념으로 무지개 조각을 만들고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산 ³하기 직전 무지개 조각을 보며 무사히 마지막 학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소원을 빌고 내려갔다.
한국에서 흐린 하늘을 보면 문득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하염없이 바라보던 무지개 조각이 생각난다. 석사 논문과 졸업 전시, 그리고 디펜스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많이 지쳐있었을 때 작은 위로를 건네주었던 보석산과 무지개 조각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그림으로 다시 기록해본다.
1. 참고로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이지만, 하와이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꽤 많다. 참치가 대표적인 그 예이다. 미국이니깐 당연히 참치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인 Tuna(투나)를 사용할 것 같지만, 하와이에서는 'ahi(아히)라고 한다. ahi란 단어를 알고 하와이를 가면 참치와 관련된 음식을 주문하거나 식재료를 당황하지 않고 금방 주문하거나 살 수 있다.
2. 레프러컨 혹은 레프러칸이라고 불리는 아일랜드의 작은 요정이다. 녹색 중절모에 녹색 옷을 입고 까만 구두를 신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황금을 여기저기에 숨겨놓는데 보통 무지개의 끝 부분에 있다고 한다. 해리포터에서는 아일랜드 퀴디치 팀의 마스코트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금화를 여기저기 뿌린다. 미국 시리얼 Lucky Charms의 캐릭터가 레프러칸 요정이다. 이 시리얼...... 맛있다! 담백한 곡물 시리얼과 마시멜로우 조합은 예술이다.
3. 하산을 하면 파인애플 주스 파는 곳이 눈에 띈다. 병에 파는 주스가 아니고 정말 파인애플에 빨대를 꽂아서 팔았다. 땀 흘리고 난 뒤에 마시는 과일 주스는 꿀맛이고, 나도 잠시간 머무는 대학원생이 아닌 찰나의 순간이지만 관광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