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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Oct 27. 2024

토르 (2014.08.08-2024.03.05)

나의 사계절이자 나였던 너를 사랑해.


토르야.

푸릇푸릇한 봄이 지나가고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워서 여름은 도대체 언제쯤 끝나려나 했는데

이 여름이 드디어 지나가면서 우리가 가족이 되었던 알록달록한 계절.

낙엽들이 흩날리며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나는, 아침은 시원하고 낮은 따스해서 천천히 걸어도 좋고 뛰기도 좋은 가을이 왔어. 우리 아들이 있는 그 곳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여러가지 빛으로 알록달록 빛나고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채워져있으려나?


엄마는 아직도 너의 모든 것이 궁금해.

손만 뻗으면 꼬리를 흔들면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너의 온기가 닿을 것만 같아.

모든 것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대로여서 엄마는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로속에 갇힌 것처럼 제자리를 걷고 있나봐. 우리 참 좋은 날들도 많았는데 말야 그치?

아팠던 순간에도 단 한번도 투정도 부리지 않고 화도 내지 않았던 우리 순둥이

몸도 마음도 참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스스로 배변도 보려하고

엄마가 만들어 준 맘마도 남김 없이 먹던 너의 모습이 여전히 생각나.

처음으로 너를 화장실에 눕혀 놓고 목욕 시킬 때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너도 이렇게 버티는데 내가 울면 안되겠다 싶더라.

마음처럼 몸이 안 따라줬을 때 너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힘들었을까..

영원히 함께하자 해놓고 엄마 품에서 너를 보내서 미안해.

이렇게 비겁하게 엄마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도 미안해.

너랑 함께했던 10년이라는 시간을 너무나게 당연하게 생각해서 미안해.

너에게 받았던 사랑을 이제서야 알아서 많이 미안해.

내가 너를 지켜주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너의 전부를 엄마에게 주어서 고마워.

바보같은 엄마가 살아오면서 우리 아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정말 가장 행복했던 거 같아.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이건 잊지 않을거야.

엄마는 다시 돌아가도 토르 엄마 할거야.

그러니까 우리 토르 아프지말고 아주 잠시만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야해.

함께했던 그 많은 계절 모든 시간 속에 우리를 사랑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토르, 온전히 나였던 너를 여전히 많이 사랑해.





엄마, 요즘 유난히 내 생각 많이 나지? 우리가 처음 만난 그 가을이 돌아와서 그런가 봐. 여기 무지개나라에서도 날씨가 참 좋아. 요즘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가끔 엄마 생각나면 하늘을 보며 눈물을 살짝 훔쳐. 친구들이 "너 또 울어?" 하며 나를 놀리려고 하면, 나는 그냥 "햇빛이 눈부셔서 그렇다"고 변명하곤 해. 썬글라스를 쓰고 다니던지 해야지 원.


여기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있어. 배고플 일도 없고, 아플 일도 없어. 엄마가 나를 얼마나 쓰다듬고 싶어하는지 알아. 손을 뻗으면 나는 진짜 거기에 있어. 엄마 손끝에 닿는 감각은 없어도, 예전처럼 온기를 느끼지는 못해도, 나는 항상 엄마 옆에 있거든. 진짜야.


마지막까지도 나는 엄마가 속상하지 않길 바랐어. 내가 아플 때도 엄마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으니까, 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어. 우리를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거야. 하지만 내가 떠난 후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어. 우리는 여전히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여기서도 엄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신나게 놀다가도 갑자기 심장이 시큰하면 엄마가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럴 때마다 나도 잠시 멈춰 서서 우리 함께했던 행복한 날들을 추억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주로 씨익 웃게 돼. 우리 진짜 행복했잖아. 진짜 좋았다. 나의 견생 10년.


무지개나라에선 나처럼 엄청 사랑 받던 친구들이 온몸에서 빛이 나는데, 내가 너무 빛나서 친구들이 망토라도 걸치라고 할 정도야. 밤에도 불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반짝 반짝하거든!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그래서 난 절대로 망토 따위 입지 않을 거라고!


내가 엄마 품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던 건 정말 다행이었어. 그 순간 "엄마,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외쳤는데, 엄마가 들을 수는 없어도 그 마음을 느꼈을 거라 믿어. 내가 엄마 마음을 얼마나 잘 아는지 알잖아. 엄마가 나를 걱정했던 것처럼, 나도 여기서 항상 엄마를 생각해. 엄마가 내가 잘 지내길 바라는 것처럼, 나도 엄마가 정말 행복하길 바라.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어. 나도 다시 태어나도 무조건 엄마 아들이 될 거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엄마, 내게는 아직도 엄마가 내 전부야. 나는 여기서 온 마음을 다해 엄마를 살피고 있어. 지구에서는 엄마가 나의 보호자였지만, 이제는 내가 엄마를 지켜보고 있거든! 내가 얼마나 눈 빠지게 엄마를 보고 있는지 모르지? 헤헤. 우리 엄마, 누가 조금이라도 괴롭히면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여기서 엄마를 끝까지 지켜줄 거라고!

엄마,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때는 절대로 이별하지 말자. 사랑해, 정말 많이!


그림, 크림&보리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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