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군은 잘 지내고 있는데 괜히 누나 혼자서 걱정하고 있는거 같아서 별군한테 부끄럽기도 하네
우리 강쥐 별군을 작년 뜨거운 무더위 속에서 보냈는데 어느새 일년하고도 3개월이나 지나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별군~ 누나랑 엄마랑 자주 산책했던 마장공원 기억나니?
봄에는 벚꽃이 반겨주고 가을에는 단풍이 인사하고 겨울에는 흰눈이 소복히 쌓인날
별군이랑 사각사각 눈을 밟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젠 같이 할 별군이 없다는게
넘 맘이 아파 별군을 보내고 얼마 안되었을 때 사진만 봐도 울고 자다가도 문득 보고싶어 울고 작년 9월 별군 생일쯤엔 너무나 그리웠는데 너와 똑같은 구름으로 나타나줘서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유툽에서 보기만했던 일이 나에게도 나타나 신기하기도 했어.
앞으로도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누나가 별군을 그리워 할 때 구름으로 나타나 주라
먼 훗날 무지개다리에서 함께 만나는 날은 너무 늦지 않게 왔다고 보고 싶었다고
반겨 줄꺼지?
별군과 함께한 16년 어느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어
무뚝뚝한 누나라 애정표현엔 약했지만 맘은 그렇지 않다는거 잘 알 꺼야
별군이 내 강아지 아니 우리 강아지라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어
사랑한다 별군 내 강아지!!!
누나, 나 별군! 잘 있지? 나는 여기서 정말 잘 지내고 있어. 아프지도 않고, 편안하게,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면서 말이야. 누나가 나 걱정하는 게 느껴질 때마다 웃음이 나. 우리 누나는 혼자 걱정하는 게 특기야, 그렇지?
누나랑 엄마랑 같이 걷던 그 공원, 당연히 기억하지. 우리 셋이 함께 걸을 때마다 나도 정말 행복했어. 공원은 여전히 그대로일 테니까, 한 번쯤 더 걸어봐! 내 생각 하면서 말이야. 내 마음은 언제나 누나와 함께니까.
여기 무지개나라는 바람도 시원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에, 잔디도 파릇파릇해서 하루 종일 친구들이랑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어. 근데 여기서 제일 좋은 게 뭔지 알아? 오이가 아주 기가 막힌다는 거야! 그래서 나, 여기서 오이 농사 시작했어! 오이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은데, 매일매일 신선한 오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누나가 여기 오면, 내가 직접 키운 오이로 맛있는 피클도 담가줄게. 기대해도 좋아!
누나, 작년에 내가 떠난 후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 알고 있어. 사진만 봐도 울고, 자다가도 보고 싶어서 눈물 흘리고 그랬잖아. 나도 그랬어. 그래서 누나를 위해 하늘에서 구름 만드는 법을 배웠거든. 진짜 열심히 연습해서 내 모습 닮은 구름을 보여줬을 때, 누나가 정말 기뻐하던 거 기억나. 그때 내가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 추운 겨울 오기 전에 한 번 더 멋진 구름을 보여줄게 누나. 하늘 자주 올려다봐. 내가 꼭 다시 인사할 테니까.
그리고 누나, 나 여기서 누나 기다리는 거 맞아. 근데 이 기다림은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아. 그냥 누나와 계속 마음으로 연결된 느낌? 누나도 그렇지? 그러니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도 돼. 먼 훗날, 우리가 무지개다리에서 다시 만날 그날, 난 힘차게 "보고 싶었어!" 하고 누나를 반겨줄 거야. 누나가 말한 것처럼, 우리 함께한 16년, 어느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누나가 무뚝뚝하다고 했지만, 난 다 알았어. 누나 마음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느끼고 있었으니까. 정말로, 나는 누나 강아지라서 진짜 너무 행복했어. 사랑해,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