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희 Nov 05. 2021

다시 또 만날 거야 어떤 모습이라도

조금 이른 엄마와의 이별


이른 나이에 엄마와 이별하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이 글을 찾아 읽는다면
어쩌면 당신 주위엔 당신이 유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 없이 결혼을 했고
엄마 없이 아이를 낳아,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 역시
그 흔한 경험을 유일하게 하고 있다




드라마 '고백부부'에는 출산 후의 장나라의 모습이 나온다.

남편과 양가 가족들은 식사를 하러 나가고 홀로 남은 그녀가 1인실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펑펑 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나 놀랍게 같은 해,

같은 지역 그 병원에서 나는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마치고 집에 와 TV에서 방영 중인 고백부부를 보며

내가 장나라가 아니고 남편이 손호준이 아닐 뿐 소름 돋게 같은 상황에 참 신기했었는데

엄마 없이 엄마가 된 나는

양가 가족들이 나 혼자 두고 식사를 나간 그 상황에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물론 엄마 생각은 났다. 하지만 손녀를 보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연민이라던지, 

엄마 없이 엄마가 된 나의 상황에 대한 연민 또한 없었다. 

오로지 아이를 낳은 나 자신이 대견하고 마냥 신기했을 뿐.

 

26살에 결혼하며 아내 없이 아내의 언니와 혼주석에 앉은 아빠가 울 때도

어쩌면 내 결혼식에 와 울던 주변 사람들 반 이상이

엄마 없이 이른 나이에 시집가는 나의 모습에 안타까워 울었다 해도

난 눈물 한 방울 흘릴 겨를 없이 행복했다.


내가 이토록 단단해지는데

지난 모든 일들은 경험이었고 예행연습이었다.


'냉혈한'이냐고? 

마음이 건강한 편이냐고?

평소 사람들에게 멘탈이 강하다 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냐고?

글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내가 아는 나 자신은 아주, 전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말 많은 시간, 많은 슬픔을 겪었고, 방황했고, 우울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지난 경험과 예행연습들로 마음을 다스리게 되었고 시간은 흐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의 경우 11년 전 엄마와 이별했으며

엄마와 지낸 시간보다 엄마 없이 지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은 30대이다.

하지만 힘든 시간들을 지나 보내니 나라는 사람 속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그건 어떤 모습이라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로부터 가족배웠고,

엄마로부터 사랑을 배웠다.

엄마의 장점은 나의 강점이 되었고,

엄마의 아쉬운 점은 엄마를 위해 '너는 그렇게 살지 말라'는 가르침이 되었다.


나의 곳곳엔 나의 엄마의 모습이 있다.


난 너무나 씩씩한'척' 그 시간들을 버텨왔다.

엄마가 그렇게 되고 주변 사람들의 어색함이 싫었고,

엄마가 그렇게 되고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나 자신이 싫었다.

분명 엄마와 이른 이별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내 주위에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없었다.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라해지는 기분조차 싫었다.


그렇게 시간을 버텨가며 깨달은 건

내가 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내게 남은 시간은

엄마와 함께한 시간보다 엄마가 없이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

그래서 내가 그 시간들을 잘 채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전 01화 목차_엄마 없이 엄마가 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