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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불안한 사람일 것이다

by 초희



나는 회사에 다니고, 아이를 키우며, 주부로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에 그럭저럭 안정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은 늘 소란스럽다.



어릴 적부터 일을 시작했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하기 1년도 전에 교수님께 졸라 취업을 했다.

부모님은 안 그래도 짧은 대학생활인데 무슨 취직이냐며 황당해했다.

되려 편입을 권유하셔서 나와 긴 냉전까지 이어졌지만

그 학교과 이른 취업을 선택한 것은

얼른 경제활동을 하고 싶었던 분명한 나의 의지였다.

그런데도 나는 4년제에 다니는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좀 더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재촉하곤 했다.



아무도 부추기지 않았음에도

나는 혼자서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불안의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취직을 하여 사회에 나왔지만

신기하게도 불안은 멈추지 않았다.

이 길이 맞을까? 매일 스스로에게 물으며

소소한 자격증을 붙잡고,

내 생활과 전혀 동떨어진 공부를 기웃거리고

미래에 전망 좋을 직업을 검색하며 마음속 공허함에 무게를 더 했다.


그렇게 이른 나이에 직장생활을 한 지 2년 차가 되었을 때

갑작스레 엄마를 떠나보내며 회사를 그만두었다.

아빠와 동생의 끼니를 챙기며 살림을 이어가던 시간,

나 스스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가족을 챙기고 내 마음을 먼저 다독이자.”라고.

그러나 친구가 취업해 월급을 받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곧장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

아무도 나를 다그치지 않았는데, 뒤처진다는 생각이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두 달 만에 다시 일을 시작했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못한 채 또다시 마음은 소란스러웠다.

매일 밤 공부하고 고민스러운 일기를 썼던 나날들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돈도 벌었겠다.

워낙 놀고먹고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으니

그저 즐기기만 해도 될 20대의 내 마음 한편엔 불안이 없어지지 않았고

임신을 하며 회사까지 관두었으니 그 불안은 더 증폭되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만 집중해도 충분할 시간이었지만

나는 나 자신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정말 뚱딴지같은 공부를 하며 그 시간을 보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재취업에 성공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키우고 나서 일을 시작하면 어떻겠냐”는 남편의 말을 듣고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한 지 일주일 만에 재취업을 했다.

아이는 2주 만에 종일반에 다니게 되었지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경력단절이 더 두려웠을 뿐.

그러나 다시 사회에 나온 게 된 뒤에도 불안은 잠들지 않았다.

그즈음 퇴근하고 육아를 마치고 몇 시간 눈을 붙인 뒤

새벽부터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다

두 달간 약을 먹어야 하는 병까지 얻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딱 그때, 다니던 회사 대표의 부고를 들었다.

투자 실패로 괴로워하다, 내 아이와 동갑내기 아이를 두고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몇 번 마주친 적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내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너무도 다른 사연이지만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운다는 점과

그와 내가 비슷한 또래라는 점이

왜인지 내 불안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결심했다.

이 불안을 끝내기 위해 끝을 보지 못하는 공부가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하기로.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했고, 사업자를 내어 스마트스토어를 열었다.

큰 수익은 없었지만, 한동안은 불안을 잊을 수 있었다.

무언가에 몰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정말이지 행복했다.



그러나 요즘,

시간이 흐르며 부업은 일상이 되었고,

나는 다시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를 무척이나 잘 아는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요즘 정말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어.” 친구는 말했다.

“여유는 결국 체력에서 오는 거야.”

이사 후 낯선 집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고,

몸이 지치자 마음은 더 쉽게 흔들렸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오죽하면 성격 탓일까 싶어, ESTJ라는 내 유형을 들여다봤다.

계획이 없으면 불안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스트레스가 되는 사람.

한 줄 한 줄이 내 모습이었다.

심지어 무료 사주까지 들여다보았다.

바다와 같은 사주라, 고여 있으면 힘들다 했다.

나는 가만히 머무는 것이 어려운 기질인 거 같다며

나만의 해석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작지만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고,

건강하고 유쾌한 아이를 키우며,

코드가 맞는 남편과 살아간다.

이건 내 평생소원이자 앞으로도 꿈꾸는 평범한 삶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여전히 흔들린다.



다시금 작은 시도를 해보려 한다.

금방 이룰 수 있는 루틴을 쌓아 작은 성취를 맛보며,

불안을 짓누르지 않고 동력으로 삼아보려 한다.

새로운 무언가에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다시 배워가려 한다.



나는 언제나 불안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불안 속에서도 나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현재진행형의 사람이다.

어쩌면 그 노력 자체가,

앞으로 살아낼 긴 인생을 채워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 모른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나처럼 마음이 시끄러운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어떤 방법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을까.


누군가는 나에게 작은 조언을 건네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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