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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럽마셀 Jan 13. 2022

9. 딸의 특효약 명품백 - 갱년기 수면장애

어서 와. 갱년기는 처음이지?

 갱년기를 겪으며 나에게 가장 큰 변화는 잠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했다. 우리 집은 5남매에 할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 혼자 방을 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응답하라 1998’에 나오는 덕선이네처럼 우리는 자매끼리 한방을 써야 했다. 그래서 모두가 잠든 후에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를 들으며 혼자 공부도 하던 고요한 밤을 나는 참 좋아했다. 

    

  잠자는 시간을 아낀 덕분에 나는 하루 24시간을 좀 더 알뜰하게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애들을 재워놓고 밤늦도록 내가 하고 싶은 공부나 밀린 집안일을 했다. 피곤해도 낮잠을 자는 일이 없었고, 하루 5시간 정도만 자도 내 생활엔 별 지장이 없었다. 나는 자칭 나를 ‘슈퍼 우먼’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 내가 갱년기가 오면서 달라졌다. 저녁 11시만 넘으면 잠이 쏟아졌다. 친구를 만나거나  여러 가지 행사, 가족 모임에서도 신데렐라처럼 밤 11시가 되면 잠을 자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뿐인가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았다. 내 몸은 솜이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는 말을 실감하기도 했다. 살면서 지금까지 못 잔 잠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자도 자도 피곤하고 계속 잠이 왔다.      


 보통 갱년기가 오면 자율신경계가 불균형해지면서 두 가지 형태의 수면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하나는 수면 개시 장애이다. 처음에 잠이 드는 것이 힘든 유형이다. 눈을 감고 잠이 들 때까지 2~3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또 하나는 수면 유지 장애이다. 잠이 드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중간에 자주 깨거나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 유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도 않고, 꿈을 많이 꾸게 된다. 또 특이한 경우 나처럼 자도 자도 끝도 없이 잠이 오는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다.   

  

  대학원 선배 언니는 갱년기를 보내며 불면증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엔 낮에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 줄 알고 커피를 끊었다고 했다. 아니면 다이어트 때문에 저녁을 안 먹어서 잠이 안 오는 줄 알고 밥마다 얼큰한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니는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아침이 되어 잠깐 잠이 들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하루 종일 피곤했다.  

   

  이런 갱년기 불면증을 겪고 있는 언니를 위해 서울에 사는 딸이 특효약을 선물했다고 한다. 언니의 딸은 서울의 대기업에서 4개월째 인턴을 하고 있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딸이 어렵게 조금씩 모은 돈 200만 원을 엄마에게 송금했다. 갱년기를 심하게 앓고 있는 엄마가 너무 안쓰럽고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라고 한다.

“엄마 내가 엄마 명품백을 꼭 하나 사주고 싶어서 돈 보내니까, 명품백 하나 사서 인증샷 보내줘요!” 언니는 엄마를 걱정해주는 딸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이 나이 되도록 명품백 하나 없이 살아온 자신에게 큰맘 먹고 백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백화점 OO리 매장에 가서 맘에 쏙 드는 가방을 골랐다. 하지만 딸이 고생해서 번 돈이란 생각에 결국 가방을 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딸이랑 통화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딸아이는 얘기했다.

“엄마 통장에 돈을 넣어두면 일시적인 행복감이야 있겠지만, 나에겐 엄마가 행복한 게 가장 큰 행복이야! 그니까 엄마 돈 생각하지 말고 내일 가서 가방 꼭 사 와요! ”그리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언니는 딸아이의 말에 용기를 얻어 다음날 다시 가방을 사러 갔다고 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딸아이의 마음이 담긴 세상에서 최고 값진 명품백이었다. 언니는 혹시나 명품백이 구겨질까 봐 처음 사온 상자 안에 그대로 담아뒀다고 했다. 그리고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날이면 꺼내서 보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자에 담긴 명품백을 안고 잠이 들었는데 모처럼 숙면을 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그렇게 힘들었던 불면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갱년기 엄마를 걱정하는 딸의 마음이 엄마에게 닿아서 일까?’ 그 후로 선배 언니는 ’ 갱년기의 특효약은 명품백‘이라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닌다.  

  



럽마셀의 오늘의 Tip. 갱년기 수면장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오후에는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대신 캐모마일차를 마신다.)

2.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며 걷기 운동을 한다.(세로토닌 분비에 도움이 된다.)

3.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서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잠을 깨지 않고 편하게 잘 수 있다.

4. 힘들면 전문 수면클리닉에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5. 잠이 안 온다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또 잠이 안 오는가 보다 ‘ 맘을 편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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