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진짜 사나이 – 남자의 갱년기

어서 와, 갱년기는 처음이지?

by 럽마셀


나는 올해 50을 맞이한 가장이자 아버지입니다.

누구보다 내 삶을 열심히 살았습니다. 성실하고 착한 아들로,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으로, 책임감 강하고 든든한 아버지로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하며 살았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인정받는 엘리트 사원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습니다.


그랬던 나에게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이 무슨 일인지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후 나에게 생긴 이 변화는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감이었습니다. 출장 후 처음엔 시차 적응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렇게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왠지 모를 두려움과 우울함이 커져갔습니다.


“여보 나 몸이 이상해, 밤에 잠도 못 자겠고, 뭔지 모르게 자꾸 불안하고 겁이나. 당신 일찍 들어와 내 옆에 좀 있어 주면 안 될까? ” 하지만 아내에게 돌아오는 답은

“당신 요즘 왜 이래? 나 오늘 일이 많아서 안 그래도 힘든데, TV 보면서 있어요 ” 아내는 나의 상태를 전혀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내가 평소와 다르게 자기를 조금 귀찮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기 전 난 매일 회사 일과 회식 때문에 바쁘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주말은 산을 타거나 혼자 여가 생활을 즐겼고, 와이프 역시 자기 일에 바빠서 우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나는 바쁜 아내를 도와 빨래 청소 집안일을 도맡아 했고, 아들 교육도 전적으로 제 몫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해 왔고, 내가 잘하면 아내와 아들이 조금 더 편하고 행복할 거란 생각에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고 살았습니다.


아내는 그랬던 내가 수시로 “여보 집에 언제 들어와? 내 옆에 좀 있어 줘! 나 몸이 이상해?”라고 전화하면 평소와 다르게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참다못한 아내는 “이상하고 아프면 병원을 가봐요!, 체력이 떨어졌으면 한약을 한 재 지어먹던지? 사람 바쁜데 자꾸 귀찮게 하지 말고” 나는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함이 몰려왔습니다.


아내가 나와 함께 병원에 가주길 기대했습니다. 같이 상담도 받고 힘든 나를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살펴 주기를 바랐습니다. 무기력하고 급격히 떨어져 버린 내 체력과 성욕 감퇴의 문제도 같이 의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에게서 돌아온 말은 한마디였습니다.

“당신 요즘 왜 이래?” 내 모습을 낯설게만 느낄 뿐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아내와 아들에게 보호자, 든든한 아빠였지만, 나도 보살핌을 받고 싶고, 엄마 품에 기대고픈 한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내가 기댈 곳은 없었습니다. 특히 아들에게 이런 제 모습을 보여 주는 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나의 증세는 공황장애처럼 갈수록 심해져만 갔습니다.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았지만 의사 선생님은 10분 정도 상담 후 항우울제와 수면 유지제를 처방해줄 뿐이었습니다. 밤마다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려야 했고, 수면 유지제를 먹어도 새벽 2시면 잠이 깨어 힘들었습니다. 몇 번이고 잠들어 있는 아내를 깨워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 난 두려워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그런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부끄러워,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 것도, 당신이 허물어져 가는 나를 보는 것도 참을 수가 없어. 내가 무능력한 사람이 될까 봐 겁이 나!” 하지만 속으로만 상상할 뿐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갱년기 증상은 나의 감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TV 보는 시간이 아깝다면 시사와 다큐멘터리만 고집하던 내가 시간 맞춰 일일 연속극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맘껏 울고 싶은 날이면 영화 ‘국제시장’을 반복해서 보며 매번 같은 장면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는데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눈물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남자의 갱년기는 45세를 전후로 해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짜증과 화, 무기력과 피로감, 우울증, 건망증, 성욕 감퇴, 발기부전, 불안감 등이 있는데 70%가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우울증의 원인을 여자들은 자기 자신을 탓하는 슬픔의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남자들은 다른 사람, 특히 아내나, 직장 상사, 경제 상황, 정부 등 외부 요인에 책임을 돌리며 화나 분노로 표출한다고 한다.

사춘기 소년처럼 자유를 달라고 하다가도 막상 혼자되면 겁을 먹는 남자의 갱년기를 우리는 이해하고 알아차리기 어렵다. 남자는 태어나면서부터 보호자라는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는다. 자신의 약점을 시인하는 것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거나 도움 청하기를 거부한다. 이른바 나는 아무의 도움도 필요 없다는 “진짜 사나이 징후근”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20대 남자들은 건강해서 병원 갈 일이 없고, 30대에는 너무 바빠서 40대에는 20~30대 때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아 무슨 큰 병이라도 생겼을까 봐 무서워서 병원에 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남자의 갱년기에 대해 글을 쓰는 내내 남자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나 갱년기니까 건들지 마! 난 갱년기라서 아파 관심 갖아줘!” 가족에게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지만, 남자들은 스스로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잘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혼자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남자도 여자처럼 갱년기를 겪는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단지 표현하지 않으니 잘 모르고 지나갈 뿐이다. 어쩜 말하지 못하는 남자의 갱년기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남편이 요즘 부적 피곤하고 힘들어한다면 오늘은 엄마처럼 남편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자. 몸에 좋은 영양제를 선물하며 " 요즘 많이 힘들죠?"라고 사랑을 표현을 해주자. 인생의 전반을 열심히 달려온 갱년기 남자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지금 이 시기에 자기 몸과 마음을 잘 정비해서 인생 후반은 자신의 꿈을 향한 제2의 청춘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럽마셀의 오늘의 Tip. 남자의 갱년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갱년기는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생각을 가지자.

(자기 몸과 맘을 살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2. 성관계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유로워 지자.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의 몸의 상황과 마음을 이야기한다.)

3. 같은 동성의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여가 생활을 같이한다.

(맛있는 음식,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남자들의 수다도 충분히 즐겨라.

4. 은퇴로부터 은퇴하라( 인생 후반의 꿈을 찾아 새롭게 시작하라)

5. 미리부터 홍삼이나 비타민 등 영양제를 꼭 챙겨 먹자!

(젊었을 때부터 미리 건강을 챙겨야 면역력과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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