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갱년기는 처음이지?
여자가 갱년기를 겪을 때쯤 아이들은 대학을 가고, 남편은 직장에서 자리 잡고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남편 자식 밥 안 챙기고 늦게 들어오니 이렇게 편할 수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텅 빈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공허함과 외로움이 밀려온다. 일명 ‘빈집 증후군’을 느끼게 된다.
‘엄마 실종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미숙 언니(가명)는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은 후 20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게 되었다. 모처럼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려 했지만, 오히려 갱년기 우울증이 시작되었다. 장을 봐서 맛있는 밥상을 차려도 같이 먹을 사람이 없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이야기 나눌 사람 하나 없어서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였다. 에어로빅 대회에 나갈 만큼 운동을 좋아하고,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기만 했던 언니는 갱년기를 겪으면서 변해갔다. 말수도 적어지고, 잘 웃지도 않았다. 언니가 유일하게 하는 건 저녁마다 혼자 공원을 산책하는 일이었다. 남편이나 자식에게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해도 다들 바쁘고 귀찮다고 거절했다.
그날도 언니는 운동복에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운동을 나갔다. 운동장을 반쯤 돌았을 때 문뜩 모든 것이 싫고 혼자서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해 동해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생각했지만 그 시간엔 동해로 가는 버스가 다 끊긴 상태였다. 집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차를 타자는 생각에 원주행 버스를 탔다. 아들에게 ‘엄마 잠시 여행 갔다 올게 걱정하지 마’라는 문자를 남기고 휴대폰도 꺼버렸다. 원주에 도착하니 밤은 깊었고, 사람 없는 터미널은 무서웠다. 여자 혼자 모텔에 가기는 겁이 나서 근처 24시간 찜질방을 찾았다. 찜질방에서 샤워를 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구석 자리를 찾아 누웠다. 머릿속은 많은 생각들로 복잡했지만 몸이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휴대폰을 켜보니 문자와 전화가 100통이 넘게 와 있었다. 친정엄마, 친정언니, 남동생, 남편, 아들과 딸, 친구들, 영식이 엄마 등등.. 순간 정신을 차리고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엄청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김 미숙 씨? 지금 안전한 곳에 계신 가요?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시고요?”
너무 부드럽고 편안한 남자 목소리였다
“네...”
“저는 OO경찰서 OO형사입니다. 가족들이 김 미숙 씨를 많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거기가 어딘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 아니에요, 제가 집으로 가겠습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꺼질지도 모르니 걱정 말라고 얘기해 주세요”
“그럼 터미널에 가셔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표를 끊으신 후 사진을 찍어서 문자로 보내주십시오?”
미숙 언니는 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내고, 그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왔다. 경찰 아저씨 한 분과 가족들이 터미널에서 미숙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1박 2일 갱년기 엄마의 실종사건은 언니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막을 내렸다.
그 후로 남편은 회사를 마치면 바로 집으로 들어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자식도 수업이 없는 날이면 엄마랑 같이 산책을 하고, 마트 장을 보러 다닌다. 이제 주말이면 가족 외식을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지낸다고 했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던 언니가 처음 혼자 보내는 시간을 마주했을 때 그녀는 극도의 우울함을 겪어야만 했다.
언니는 얼마 전 ‘몽이야 양이야’라는 애견샵을 오픈했고,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해서 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갱년기는 외롭고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진다. 스스로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또 다른 관심사를 찾아야 한다. 미숙 언니는 요즘 입양한 강아지 몽이랑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집에 돌아오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고,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며 간식 하나에 행복해하는 몽이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이제는 언제든지 같이 산책할 친구가 생겼다. 몽이는 속에 있는 말을 해도 다 들어주고, 따뜻한 체온으로 온기를 느끼게 해 주며, 뽀뽀로 사랑 표현을 해준다고 한다.
갱년기 우울증은 호르몬 감소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들쑥날쑥 해진다. 부교감 신경이 항진되면 우울증과 과거 기억이 되살아나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려면,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자꾸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럽마셀의 오늘의 Tip. 갱년기 우울증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텃밭 가꾸기
텃밭 가꾸기를 통해 싹이 나고 열매를 맺고, 수확하는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물과 거름을 주고 정성을 쏟은 만큼 식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꼭 거창하게 텃밭일 필요는 없다. 그저 무언가에 온전히 신경을 쏟고 꾸준하게 사랑을 주는 것이 중요한 거다. 작은 화분이어도 괜찮다. 작은 화분 하나를 사 와서 애정 어린 이름을 붙여주고 예쁘게 잘 키워보자.
2. 애완동물 키우기
우리는 애완동물 돌보는 것을 통해 많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해 주며, 훌륭한 말동무도 되어준다.
우리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