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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럽마셀 Jan 07. 2022

3. 허리에 튜브 착용 – 갱년기 비만

어서 와, 갱년기는 처음이지?

     

갱년기를 겪는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비만’이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찐다. 유독 배만 찐다. 온갖 다이어트도 소용이 없다. 운동을 하려 해도 몸이 무겁고, 하기가 싫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진다. 그런데 식욕은 더 왕성해진다.

      

 나는 1남 4녀 중 셋째 딸이다. 우리 네 자매는 다들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이라 표준 정도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우리 네 자매가 같이 다니면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큰언니가 가장 어려 보인다” 큰언니는 일명 서울 언니로 통한다. 서울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가슴 몸매 피부가 가장 젊어 보여서다. 머리 스타일부터 옷 입는 스타일까지 세련됐고, 거기에 예쁜 서울 말씨까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 언니도 세월은 붙잡을 수 없었다. 50대 초반 폐경을 겪으면서 20대 같던 피부 탄력은 처지고, 뱃살은 찌고, 모발은 푸석해졌다.      


 언니의 별명은 ‘배꼽 등에 붙이고’이다. 지금까지 언니가 뱃살 하나 없이 20대 S라인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배꼽 등에 붙이고’이다. 언니는 소파에 앉든 바닥에 앉든 항상 코어에 힘을 주고, 배꼽을 등에 붙인다는 마음으로 허리를 꽃꽂이 세우고 앉았다. 우리랑 같이 있을 때도 우리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배를 쑥 내밀고 있으면 “배꼽 등에 붙이고 앉아! 그래야 뱃살이 안 처지고 살이 안 쪄!”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러던 언니가 폐경을 겪고 살이 찌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이 왕성해진 식욕을 참지 못한다. 몸무게의 변화는 물론 적게 먹어도 유독 배에만 살이 찐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바지는 한 치수 큰 걸 입어야 한다. 옆구리에 없던 튜브가 생기는 걸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언니는 다이어트 대장정에 나섰다.     


 언니의 첫 번째 다이어트는 퍼펙트 효소 다이어트였다. 아침저녁으로 밥 대신 효소를 액상에 타 먹는 다이어트였다. 일주일 동안은 효소 외에는 다른 것을 먹으면 안 되고, 배가 고프면 야채 정도만 먹어야 한다. 우리 자매는 같이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다. 둘째 언니, 나 그리고 동생은 언니를 따라 효소를 먹으면서 점심을 간단히 먹기 시작했다. 그러니 살이 조금씩 빠짐을 느꼈다. 하지만 누구보다 안 먹고, 저녁에 호수공원 걷기까지 하며 제일 열심히 한 큰언니만 몸무게에 큰 변화가 없었다.     


 언니의 두 번째 다이어트는 사우나 다이어트였다. 사우나 다이어트는 말 그대로 사우나 한증막에서 땀을 빼고 찬물에 식히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다이어트이다. 워낙 사우나를 좋아하던 언니에게 사우나 다이어트는 맞춤형 다이어트였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사우나 다이어트를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사우나를 마치고 집에 갈 때쯤이면 몸무게가 1kg 정도 줄어있었다. 얼굴은 부기가 쏙 빠지고 눈은 쾡하니 핼쑥해진 모습을 거울로 볼 때면 나름 자기만족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면 사실 몸은 더 건조해진다. 수분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배가 고픈 걸로 착각을 해서 조금만 먹어도 몸에 더 비축한다고 한다. 결국 사우나 다이어트도 큰언니에겐 별 효과가 없었다.     


 언니의 세 번째 다이어트는 ‘딥다라인’ 다이어트였다 ‘딥다라인’은 실내 운동기구이다. 바닥에 밀착되어 발판 부분만 좌우로 움직이는 기구여서 층간소음 걱정이 없고,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의 음악에 맞춰 진행자와 함께 미친 듯이 춤을 추며 30분을 따라 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온몸은 땀범벅이 된다. 30분에 270 칼로리 이상이 소모되는 아주 효율적인 홈트레이닝 운동이었다. 며칠 신나게 딥다라인 운동을 하고 나니 그동안 꼼작도 안 하던 뱃살들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1.5kg 정도 줄었다.     

“드디어 찾았어!, 이거야!, 20대의 S라인으로 돌아갈 수 있어!” 언니는 유레카를 외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딥다라인을 한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무릎이 아프고, 발목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무릎 관절에 무리가 왔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당분간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 가는 일을 하시면 안 되고, 부기가 빠질 때까지는 많이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딥다라인 다이어트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키 163Cm에 60Kg, 언니 나이에 날씬하기만 한 몸매이다. 하지만 갱년기를 겪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식욕과 유독 배에만 붙는 허리 튜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언니는 오늘도 치열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닭가슴살에 샐러드 먹기, 아침저녁으로 30분씩 호수공원 걷기, 거실에 요가 매트 깔고 지정석을 만들어 뱃살 못살게 굴기, 배꼽을 등에 붙인다는 맘으로 코어에 힘을 주고 허리 세워서 앉기, TV 보며 스트레칭하기, 집에서 딱 붙는 배꼽티와 허리까지 올라오는 쫄바지 입고 생활하기, 겨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계속 자각하기, 허리 뱃살 사진 찍기 등 나름의 방법으로 갱년기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영아 엄마 뱃살 봐라 튜브다! 튜브!” 형부가 배꼽티에 쫄바지를 입고 저녁을 준비하는 언니를 놀려도 절대 굴하지 않는다.  

    

“갱년기 뱃살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 언니는 오늘도 꿋꿋하게 다이어트를 한다. 우아하게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가 사실은 물밑에서 쉼 없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처럼 갱년기에도 아름다운 자기 관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니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럽마셀의 오늘의 Tip. 갱년기 비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여성의 몸은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복부나, 팔뚝, 허벅지에 지방을 축적한다. 갱년기가 되면 지방 분해력이 떨어져 내장 지방이 쉽게 쌓여 살이 찐다. 갱년기 때 다이어트는 규칙적인 식생활 패턴과 수면시간 확보를 통해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적게 먹고 운동만 하면 골관절의 퇴행이 빨리 와서 근육통을 달고 살 수도 있다. 규칙적인 소식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 (식사 시간 전후 2시간 동안은 마시지 않고, 하루 2리터 이상 미지근한 물을 섭취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어 운동, 필라테스, PT, 걷기 등을 통해 근육량은 늘리면서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갱년기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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