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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럽마셀 Jan 07. 2022

2. 피노키오가 된 40대 할머니 – 갱년기 근골격계

어서 와, 갱년기는 처음이지? 

     

아침에 눈을 떴다. 앞이 캄캄하고 뻑뻑한 눈은 떠지지 않는다. 자기 전에 머리맡에 놓아둔 인공 눈물 한 방울을 눈에 넣어야만 눈이 떠진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손가락 마디가 뻣뻣하고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다. 갓난아기가 ‘잼잼이’를 하듯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본다. 목을 좌우로 돌려도 본다 ‘두두 득’ 소리가 난다. 누워서 오른쪽 다리를 왼쪽으로 올려 허리를 튼다. 두꺼운 겨울 이불을 돌려 짜듯 허리를 중심으로 온몸을 비틀어 본다. 다리를 올렸다 내릴 때마다 허리에서 ‘뚜득’ 소리가 난다. 마지막으로 발목을 돌리고, 발끝을 당겼다 풀었다 한다. 문득 내가 ‘피노키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목각으로 되어 있는 것 마냥 팔과 다리가 굳어있다. 제대로 움직이려면 한참을 삐걱거려야 한다.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벌떡 일어나 움직이기라도 하는 날은 허리나 등에 담이 온다. 담이 오면 진통제를 먹거나, 일주일 이상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도 그래!  다들 그런 거 아니야?” 지금 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근골격계 관절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폐경을 진단받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두 가지 조언을 주셨다. “폐경이 오면 골밀도가 약해져 골다공증을 조심해야 합니다. 멸치를 많이 드시고, 햇볕을 쐬며 걷기 운동을 많이 하세요! ”였다. 근 골격이나 관절이 약하게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나는 초중고 때 모두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선수를 했다. 대학교 때는 철인 장애물 달리기 선수까지 했다. 아이들 키울 때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윤길동’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학교, 도서관, 시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했다. 그뿐인가. 5년 전만 해도 전국의 유명한 산을 매달 산행하기도 하고, 한라산 등반도 했다. (물론 한라산을  등반할 때 꼴찌로 가서 같이 산행하시는 분들을 힘들게 했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그런 내가 폐경을 겪으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만사가 무기력해졌다. 힘든 운동은 하고 싶지 않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온몸이 아파 밤새 끙끙 앓아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통나무가 되어버리는 몸과 뼈 마디마디의 쑤시는 통증들. 나이는 40대이지만 몸은 60대 어르신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60이 넘은 어르신들은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다” 노래 부르시는데 나는 ‘내 나이가 몇인데?’ 뼈마디가 쑤시고 허리에 담이 걸려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갱년기 통증은 병원에 가도 특별한 처방을 주지 않는다. 아프다고 하면 근육 이완제 주사를 놔주던지, 진통제 처방 아니면 물리치료 정도이다.


갱년기에 걷기나 필라테스를 하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몸이 아프니까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평생교육원 수업에 가면 내 별명은 ‘40대 할머니’이다. 다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데도 신체나이는 20대다. 수업에 가면 우스갯소리로 “40대 할머니 요즘은 어디 아픈 곳 없는가?” 걱정 어린 말투로 장난을 치시는데 아무 말도 못 하는 나는 웃프기만 하다.


통증을 호소하는 나에게 친구는 모티 피지오(Moti Physio)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모티 피지오는 3D 골격의 기능 이상에 대해 8가지 이상의 과학적 지표로 체형을 분석해 주는 것이었다.  검사방식은 다음과 같다. 쫄바지에 딱 달라붙는 면티를 입고 골반 좌우 뼈 위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서 비대칭 근육 상태를 파악한다. 앞뒤 좌우 돌아가며 네 번의 촬영을 마친 후 결과지를 기다렸다. 나는 C등급을 받았다. 직업상 목을 숙이는 동작을 장시간 유지하여 목의 척추 커브에 변화가 생겼고, 상체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습관이나, 가방을 한쪽으로 드는 습관 때문에 왼쪽 척추가 틀어져 있었다. 또한, 다리를 꼬는 습관과 좌식 생활 때문에 오른쪽 골반이 틀어져 있었다. 척추에 무리를 주는 나쁜 습관들과 갱년기가 겹치면서 나의 몸은 통증으로 더 고생하고 있다.

“갱년기가 지나가면 다 괜찮아져! ” 먼저 겪은 언니들은 얘기한다. 정말 괜찮아질까? 어쩌면 아픈 것에 내성이 생겨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갱년기의 관절 문제는 40년 넘게 전력 질주하며 달려온 내 몸이 이제 기름칠 좀 해 달라며 나에게 보내는 아우성이다. 하물며 차도 마찬가지다. 오래 달린 차는 불스 원샷으로 엔진의 때를 제거해야만 별문제 없이 움직인다. 삐걱거리는 내 몸에도 윤활유를 넣어줘야 인생 후반부도 씽씽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럽마셀의 오늘의 Tip. 갱년기 근골격계 관절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폐경을 전후로 여성의 골다공증 발병이 증가한다고 한다. 골다공증이란 골량의 감소와 골의 미세 구조 이상으로 전신적으로 뼈가 약해져서 쉽게 골절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80% 이상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비타민 D와 칼슘 섭취 부족, 식이 상태, 낮은 신체활동, 에스트로겐 부족 등이 원인이 된다고 하는데 폐경 후엔 특히 골다공증의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햇볕을 받으며 걸으면 비타민 D 섭취와 골밀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골밀도는 저항이 있어야 늘어나는데 뼈에 무게가 실리는 걷기 운동이 좋다고 한다. 점심 식사 후 햇볕을 받으며 공원이나 주변을 30분 정도 산책한다면 나의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힐링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p.s 모티 피지오 검사를 통해 나의 골격과 체형을 분석하고, 척추에 안 좋은 습관들을 고쳐 가는 것도 갱년기 통증 완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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