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운트레이크 May 29. 2023

직장 월급과 부동산의 공생 관계

내 집 마련에서 투자로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첫 내 집을 마련하는 나이가 평균 몇 살일까? 최근 국토부 발표에 의하면 40세라 한다. 그러면 다른 나라 영국은 몇 살일까? 32세라 한다. 한국이 평균 8년이나 늦다. 왜 그럴까? 일단 대한민국 남자는 대부분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그리고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률도 높다. 돈 벌러 사회에 나가기 전에 거쳐야 할 과정이 길다. 결국 20대 후반이 돼서야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 직장인 시작 나이는 평균 22세라 한다. 글로벌 관점에서 우리는 늦게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늦게 시작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정년이 더 길지는 않다. 직장 경력 30년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직장 생활을 길게 할수록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노후를 대비할 여유가 더 생긴다.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기 위해 여러 스펙을 준비하며 의도적으로 첫 취직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긴 인생에서 미래를 위한 선택의 영역일 뿐 정답은 없다. 다만 돈에 대한 기대와 욕구도 그만큼 높아지며 후반으로 갈수록 무언가에 쫓길 수도 있다. 수입이 적던가 또는 벌 수 있는 기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투잡, 쓰리잡 등 N잡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의 노후대비는 외국보다 더 치열하다.


늦게 시작하지만 많이 벌고 싶으니 재테크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여러 가지 영역을 기웃거리게 된다. 나는 다행히 30년 직장 생활을 했다. 그동안 주변의 직장인 재테크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 주변에 재테크 '대박'이란 없었다. 오히려 무리한 투자로 '쪽박'은 종종 볼 수 있었다. 


퇴사할 때 어느 정도 노후가 준비된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매우 소수지만 대박이 아닌 '중박'을 조금씩 만들어 온 사람들이다. 일찍부터 그리고 꾸준히 '작은 투자'나 '관심거리'를 모으고 키워 온 사람들이다. 즉 직장 생활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에 접목하여 활용한 사람들이다. 각자 연봉은 차이가 나지만 시간 자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는 이들이 '시간 투자 여행자'라 생각한다. 다행히 나도 이런 여행을 하고자 노력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차피 보내야 하는 시간들이다.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그물 장치가 필요하다..'




내 첫 프로젝트인 분양권 투자는 몸테크 입주까지 동원했지만 크게 실패했었다. 큰 손해를 입었지만 내가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내 집 마련이 이미 되어 있었고 투자를 위해 이를 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 마이너스 P인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기존 집을 전세 주고 처음 대출을 활용했었다. 주변에선 대출이자 등 부담이 크니 기존 집을 팔아서 대출을 줄이라는 충고가 많았다. "하우스 푸어 될라.. 집은 1 주택이 답이야"


그런데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아내는 단호했다. "아직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버는데 분당 집을 쉽게 팔지는 말자.", "그래 맞아, 돈은 더 벌면 되니까 집을 화폐로 바꾸지는 말자" 우리는 새 아파트의 가격 하락을 보며 입지에 대한 중요성을 그때부터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분당 집을 팔지 않고 버텨보는 결정을 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회사 동료가 나에게 한 말이 힘을 실어 주었다. "헐, 이제 너도 부동산이란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야~" 나는 그때부터 1 주택자라는 포지션을 버리기로 했다. 내 집 마련에서 2 주택자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사실 사업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1 주택자보다 각종 세금도 불리하다. 추가되는 비용을 상쇄하고 그 이상의 시세차익이나 월세 등 수익의 흐름을 꾸준히 누적시킬 수 있어야 한다. 


'퇴사 후 고민..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이걸 나만의 평생 사업이라 생각해 볼까.'


2015년부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움직였다. 꿈쩍하지 않던 분당의 아파트도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난번 투자 실패 이후 나는 여전히, 아니 더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 사이클이 상승턴으로 혼자 돌아선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든 시장의 사이클은 때가 되면 스스로 움직인다. 내가 사이클의 하락턴에 들어간다면 일정기간 무조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초기 분양권 실패 이유 중 하나는 하락 사이클에 용감히 들어갔던 것이다.


'경제는 사이클이다. 진작 알고는 있었는데.. 내 지식은 책갈피 속에만 있었구나.'


경기 사이클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여러 지표들, 예를 들면 금리, 입주물량, 미분양률 그리고 전세가 추이 등을 통해 미리 '어림짐작' 해볼 수 있을 뿐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흥미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웬만큼 충분했다. 회사를 잘 다니며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다릴 수만 있으면 또 만회할 기회는 오는 것이다.


'회사 생활 열심히.. 그래서 오래 해야겠다. 이런 게 동반성장(?) 아닌가.'




그런데 부동산의 경기 사이클이 움직일 때 많이 움직이는 곳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실패했던 아파트는 그 시기에도 별 움직임이 없었다. 입지가 좋은 곳만 먼저 움직이고 더 많이 상승했다. 이렇게 입지 차이가 클 줄이야.. 내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선택 기준은 늘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의 주관적인 입지 기준들을 다시 정리해야 했다. 예를 들면 저평가로 보이는 입지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 갭을 극복할 수 가능성과 기회비용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책을 보고 안다고 생각한 거.. 알고 있는 게 아니다.'


직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업무로 성취를 이룬다 해도 그건 '회사 시스템'이란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 안전한 결과다. '자유인'으로서 내가 아닌 'XX회사 OO과장'의 역할이고 회사 시스템의 성과다. 회사 밖 다른 세계인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란 '자유인'인 내가 홀로 무장하고 싸우는 '개인 전투'다. 그리고 그 전장은 잔혹한 '현실 리그'다. 이 게임에서 한번 치명타를 맞으면 영원히 리그에서 퇴출될 수 있다.


현실 게임에서 소속과 계급장 떼고 맨 몸으로 상대와 맞서는 과정은 냉혹하다. 초보자인 내가 맷집을 키워 무장하고 '고렙'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긴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찐 자유인이 되기 위해선 긴 직장 생활이 필요하다니.. 역설일까.'


 



이전 09화 나만의 프로젝트가 뭘 해줄까(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