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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Jan 04. 2023

일장춘몽, 참회

재벌집 막내아들, 구운몽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가 종료되었다. 시청률이 좋았고 입소문 때문에 드라마 내용이 궁금했다. 제대로 시청을 하지는 못했으나 줄거리와 흐름은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종회가 궁금했다. 물론 결말이란 추측 가능하기도 하지만 추측이 빗나가기도 한다.
 
 드라마는 윤현우가 운전을 하고 가면서 “빙의도 시간여행도 아니다 그건 참회였다. 진도준에 대한 참회, 나 윤현우에 대한 참회”라고 하면서 끝이 난다. 친절하지 못한 종영이었다. 삶이 그렇게 친절하지 못한 것처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은 아니었기에 드라마가 끝이 나고 원성이 자자했다.
 
 드라마의 끝을 보면서 서포 김만중이 집필한 “구운몽”이란 소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주인공 성진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일을 꿈에서 이루지만 꿈에서 깨어나 돌아보니 일장춘몽이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드라마도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는 결국에는 우리에게 꿈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참회”라는 깨달음을 주고 있다.
 
 현실이나 과거나 “삶이란 일장춘몽”이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가 없는 고통도 기쁨도 지나고 나면 일장춘몽이라니,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일장춘몽을 위해 달려야 하고 알면서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삶이지만 선대가 살았던 삶을 대물림 하면서 참회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기도를 어떻게 하면 기도발이 잘 드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 있었다. 누구나 기도를 했을 때 기도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궁금해서 터치하여 시청하게 되었다. 그 스님은 “오늘 하루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지 자기 잘못에 대한 참회를 하고, 부처님께 축원을 드린 다음에 내가 원하는 소원을 기도하고 명상에 들어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른 기도를 하면 고민거리나 돌파구가 생기고 지혜가 생겨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살면서 내가 원하는 소원만을 말하면서 기도를 했던 무수한 시간들이 있었다.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참회를 위해 기도해 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참회하지 못한 삶들은 내 소원들을 덮어 씌워 하나도 이루지 못하도록 막았던 것일까. 되묻게 되었다. 적절한 이유를 내세워 순간을 모면했던 날들이 있었다.
 
 지난 한 해 유독 많은 일이 있었다. 그동안 살면서 참회하지 못한 시간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벼락과 번개를 쳤다. 참회 수행을 하지 않는 결과물이었을까.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앉아버렸다. 알면서도 묻어두었던 일들이 터져 나왔다. 고난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허망함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야 “참회”라는 말이 번개처럼 다가왔다.
 
 삶이란 “일장춘몽”이라고 수없이 들었지만, 일장춘몽을 향해 달려가는 삶 앞에 참회란 없었다. 잘 살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오로지 나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지혜롭지 못한 선택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처음부터 알고 살았다면 달라졌을까. 아무리 알려주어도 깨닫지 못하면 또한 같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과오에 대한 참회가 필요한 이유이리라.
 
 무엇이 되어야 하는 삶,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삶,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삶,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삶에 대해 간절하게 피눈물을 흘리며 말했던 너에 대해 생각한다. 무엇이라고 말해주지 못했지만 응원할 수도 없는 마음이었다. 보리심의 길이 싶지 않음을 안다. 네가 하려는 일이 너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너를 행복하게 하는 힘이라고 하지만 살아가면서 깨닫게 될 것을 믿는다. 그 길이 편안하지 않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너를 응원한다. 하지만 그 일을 하기 전에 네 몸과 정신이 건강하고 지혜로워져야 할 것이다. 삶은 만만치가 않다. 수없이 일장춘몽을 겪어야 하는 좌절이 올 것이다. 그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참회해야 할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 때론 상대에게 상처와 모욕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중도를 잘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너의 일을 응원하지만 침묵하지 못하는 이유다. 진심으로 미안한다.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코 흘러가지 않는다. 때론 가뭄이 들어 물이 흐르지 않을 때도 있고, 장마가 와서 물이 넘쳐날 때도 있다.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일이 쉬운 일이라면 모두가 실천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대승의 삶을 추구하는 일은 어렵고도 험난한 길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네 인생이 늘 봄날이길 기도하는 것은 욕심임을 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다시 겨울이 오는 순환의 과정이 있듯이 그런 날들이 모여 삶이 된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너의 길을 응원한다. 이 겨울이 가면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매화처럼 향기로운 날들로 채워질 것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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