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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Feb 14. 2024

소풍 끝내는 날

소풍 끝내는 날     


지인분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 입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모시고 있었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해서 자녀분이 직접 대소변을 받아냈다고 했다. 요즘에는 웬만하면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는데 보기 드문 일이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이승을 하직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안타까운 일이다.     

퇴근을 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도로 정체가 심해 가는 길이 더디기만 했다. 환절기여서 인지 돌아가시는 분이 많다. 그 누구도 이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삶은 없다.    

 

얼마 전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친구가 했던 말이 스친다. 연명치료를 하게 되었는데 얼굴까지 괴사가 와서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사전에 작성하면 좋은데 그럴 상황이 안되어 가족들의 동의서를 받아야 되는 등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연명치료는 할 것이 못 된다고 했다.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고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을 보게 되었다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의료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연명치료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자기는 주위 사람들에게 절대로 못하게 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 달 병원비만 1,500만 원이 나왔다고 했다. 연명치료를 해서 건강이 회복이 된다면 천 번이라도 권하겠지만 의식도 없이 연명만 하는 치료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를 작성했다는 말을 가끔씩 듣게 된다. 우정, 노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풍’이란 영화를 촬영한 김영옥과 나문희 배우도 불필요한 연명치료는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시골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실천에 옮기신다고 들었다.    

 

복잡한 도로를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모시는 입장에서는 힘들었겠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집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의 차가운 병실에 비할 수 있으랴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장례식장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장이 되었다. 예를 갖추는 자리지만 어둡고 슬픈 분위기와 달리 밝은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새로운 장례문화도 실험 중이라고 한다. 예전 집에서 장례를 치렀던 시절이 있었다. 장례문화가 많이 달라지긴 했다.      


밤이 깊어지고 돌아오는 길 천상병 시인의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했던 “귀천”이 맴돈다. 이 세상이 정말 아름다울까? 매스컴에 휘둘려 사느라 고단한 이 세상, 아름다울 날 오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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