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 빵떡 같은 얼굴에 통실통실한 뱃가죽이 매력적인 아기는 걸핏하면 우는 울보였다.
나는 새만 봐도 펑펑 울어대기 바쁜 데다, 흩어지는 바람 소리에도 자지러지게 눈물을 터트렸다. 아기가 우는 것은 당연하다며 주변 사람들은 아기 엄마를 위로했지만, 엄마는 아이의 눈물이 여간 걱정스러웠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수시로 울어대면 어떻게 하나. 숱한 눈물을 지겹게 흘리게 될 아기의 앞날을 미리 걱정한 엄마는 아이를 붙잡고 ‘울지 않는 방법’들을 가르쳤다.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기, 울적하다는 생각이 밀려오면 재빨리 웃긴 표정 지어보기. 언제나 가족들을 생각하며 웃어보기 등등. 아기는 서툴고 어려워했지만 금세 적응했고, 엄마의 바람대로 울지 않는 씩씩한 아이로 자라났다.
아기는 어느새 어엿한 소녀가 되었다. 계절의 흐름이 이끄는 대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차례로 입학했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원만한 교우관계를 쌓아나갔다. 사소한 기쁨보다 울컥울컥 스치는 슬픔이 순간마다 소녀를 괴롭혔지만, 그럴 때마다 소녀는 웃긴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가족을 생각했다. 소녀는 울지 않았고 매사 씩씩했고 당차게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헤쳐나갔다. 유별나게 밝고 환한 소녀를 아꼈던 소녀의 고1 담임 선생님은 소녀에게 ‘꽃님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달아줬다. 선생님은 꽃님이가 꽃처럼 화사하고 예쁘게 컸으면 바랐다. 소녀의 웃음이 생각날 때면 선생님은 텅 빈 공터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웃는 모습이 꼭 꽃처럼 화사하고 예쁘더라고. 언제까지고 우리 꽃님인 우는 날보단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했지.”
밝고 씩씩한 꽃님이의 모습을 볼 때면 선생님은 기쁨보단 걱정이 앞섰다. 어딘지 모르게 앞으로의 앞날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소녀의 어른은 행복보단 슬픔이, 웃음보단 눈물이 어울리는 하루일 것이 자명했다. ‘그 모든 것을 버틸 수 있으려나. 과연, 우리 꽃님이가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으려나.’ 선생님은 소녀에게 강해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 건넸고, 힘내라는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것에 무지했던 소녀는 해맑았다. “쌤, 내가 누군데요! 저 꽃님이예요! 1학년 1반 꽃님이!” 꽃님이의 말에 선생님은 씁쓸하게 웃었다.
세월은 억겁의 시간을 품고 무게감 있게 흘렀고 꽃님이는 장성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꽃님이는 때때로 선생님을 찾아가 자신의 안부를 전했다. 생각도 마음도 부쩍 자란 꽃님이었지만 성격만큼은 전처럼 밝고 화사해서, 선생님은 꽃님이 모습이 마냥 반가웠다. 선생님은 앞으로도 꽃님이가 자주 찾아와 주길 바랐다. 하지만 꽃님이는 한동안 선생님을 찾지 않았고, 선생님의 걱정스런 마음은 날로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꽃님이가 선생님을 찾아왔다. 꽃님이의 얼굴엔 어쩐 일인지 웃음기 대신 깊은 슬픔이 군데군데 자리해있었다. 꽃님이는 전에 없이 눈물을 터트리며 선생님에게 말했다.
“있잖아요, 선생님. 우리 엄마가 눈물 날 거 같으면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가족 생각하라고 그랬는데요… 아무리 노력해도 눈물이 잘 안 참아져요. 어떻게 해서든 울음 참아보려고 별짓 다 해봤는데, 안 돼요. 저 어떻게 해야 해요?”
한없이 우는 제자 앞에서 선생님은 스승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건넬 수 있는 말도 없었다.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꽃님이의 눈물만 닦아주고 또 닦아줄 뿐이었다
커피와 함께 마지막 말을 삼킨 선생님은 복잡한 상념을 담아 나를 바라보았다. 달큰한 커피의 향보다 더 달달한 진심에 나는 한참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옆엔 내가 드린 카네이션 꽃다발이 소중하게 놓여 있었다. 그걸 한참이고 바라보는 선생님의 머리카락은 지난 세월 따라 희끗하게 새어 있다. 저 가닥 중 하나는 내 온전한 책임이었기에 나는 또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 손을 완전히 꼭, 부여잡으며 말했다.
“일영아.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그래도 된다. 눈물 나면 실컷 울어버려. 울면서 짜증 났던 일, 힘들었던 일 모두 툭툭, 털어버려. 그리고 너답게 다시 웃으면서 일어나 봐. 세상 별거 없다. 진짜 별거 없어. 그러니까, 예쁜 마음 상처 내지 말고 빨리 털고 일어나.”
네, 선생님.
내가 작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자 선생님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움직이며 입을 뗐다.
“그래, 우리 꽃님이는 잘할 수 있어.”
네, 맞아요. 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누구예요. 1학년 1반, 꽃님이잖아요.
꽃님이도, 선생님도 오랜만에 맑게 웃었다. 풍경마다 익숙한 것들로 가득 찬 낡은 교무실에서, 추억 속 그때를 그리며. 정답고 다정하게.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