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10 첫째
집 앞에 고깃집이 생겼다.
가까운 거리에 괜찮은 고깃집이 없어 늘 아쉬웠는데, 소문으로 들으니 맛도 괜찮다고 한다.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토요일 저녁, 드디어 다녀올 수 있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맛있는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가니 아이도 어른도 기분이 좋다.
마침 아파트 수영장에서 한바탕 놀고 온 후라 동남아 어딘가로 여행이라도 온 듯 하다.
배부르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 슈퍼에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골랐다.
슈퍼를 나서기무섭게 아이스크림 포장을 벗기고 크게 한 입 베어물며 집으로 걸었다.
평소라면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생각도 안 했을 일이다.
맛있는 식사가 주는 포만감과 토요일밤의 여유로운 분위기 덕에 마음이 관대해졌다.
200미터만 가면 집이라는 생각에 손에 묻고 옷에 흘려도 괜찮다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완전 여름밤 산책 나온 기분이야. 좋다.”
앞장서 걷는 둘째를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아내가 말했다.
“애들이 자라니까. 저녁을 밖에서 먹어도 여유가 있네.”
맞는 말이다.
저녁시간에 외출을 하는 것,
뜨거운 불판을 앞에 두고 밥을 먹는 것,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걷는 것...
모두 아이들이 자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어릴 땐 오후 네 시부터 움직여야 제시간에 재울 수 있었잖아. 진짜 많이 컸어.”
씻기고 먹이느라 밤 외출은 생각도 않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딸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아빠, 근데 아빠가 계속 해군이었으면 우리가 아무리 커도 이렇게 못 했을걸?”
정곡을 찌르는 초등학생의 한마디에 아내도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기세가 오른 딸이 한번 더 입을 뗀다.
진짜라니까. 그땐 3년에 두 번밖에 못 봤잖아!
이건 또 무슨소리?!!
말도 안되는 과장에 “그정도는 아니었다” 투닥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이다.
딸아, 네말이 맞네.
아빠가 계속 해군이었으면 이런 시간은 없었겠지.
소중한 밤이다.
집에서 보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