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46 둘째
나는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린다.
석사과정 중 시작된 습관이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진하게 마시는 편은 아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분량의 커피콩을 갈아 세 잔을 내린다.
한 잔은 아내 몫, 두 잔은 내 몫이다.
아침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7시, 제일 먼저 인덕션에 물을 올린다.
그라인더에 커피콩을 담고 드륵드륵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하면 둘째가 주방으로 나온다.
“아빠, 안아줘”
눈이 반쯤 감긴 둘째를 토닥여 잠을 털어내면 정신을 차린 둘째는 커피를 내릴 여과지를 준비한다.
여과지의 아래와 모서리를 한 번씩 접어 드리퍼에 집어넣는 것 까지가 둘째의 역할이다.
처음에는 삐뚤빼뚤 힘들어하더니 이제는 훌륭하게 역할을 해낸다.
인덕션의 물이 끓고 드리퍼에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면 둘째는 까치발을 들고 서버에 커피를 들여다본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커피방울이 봐도봐도 신기한가보다.
커피를 내리고 난 후, 아직 온기가 남은 여과지를 들여다 보던 둘째가 말했다.
아빠, 커피냄새 좋아
쓴맛은 기겁을 하며 싫어하지만, 커피향은 좋다는 둘째.
둘째에게 커피 냄새는 어떤 향일까.
어린시절 나는 밥 짓는 냄새에 잠을 깼다.
보통은 밥 짓는 소리에 잠을 깬다지만, 나는 고소한 냄새에 잠을 깼던 것을 분명히 기억한다.
밥이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가 잠든 정신을 밝히고 나면, 그제야 주방의 달그락거림이 조금씩 의식을 비집고 들어왔다.
압력솥 밥의 구수한 냄새가 나에게는 평화로운 아침의 상징이었는데, 둘째에게 커피향도 그럴까.
오늘도 커피향이 집을 채우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